[서평] '무법·야만 유신' 바로알기, 중정·검찰 공작부터 헬조선 해법까지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 15일 발간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20/12/14 [10:21]

[서평] '무법·야만 유신' 바로알기, 중정·검찰 공작부터 헬조선 해법까지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 15일 발간

최방식 기자 | 입력 : 2020/12/14 [10:21]

유신체제 청산을 바라는 이들에게 필독서가 나왔다. 말하자면 ‘유신청산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18년간 이어진 ‘무법 야만의 시대’. 국가폭력의 실상과 이를 바로잡으려고 목숨을 바쳐 저항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역사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수구 정치와 검찰·재벌 등의 집단이기. 이를 바로잡고 유신독재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의 해원(解寃)을 도울 법제개혁. ‘유신좀비’ 처벌과 특별법 제정 등 사법정의를 바로세고 생활 속 유신잔재를 청산할 방안을 빼곡하게 담았다.

 

유신체제가 막을 내린지 40년. 불과 4~5년 전 대법이 유신독재를 옹호하며 ‘사법농단, 재판거래’한 사실이 들통났다. 유신잔재 청산은 당장의 살아있는 과제인 셈. ‘긴급조치 위헌·무효’ 판결을 뒤집는 ‘메멘토(기억상실) 판결’로 민주주의와 시대정신을 배반한 양승태 대법. 단죄할 근거가 여기 있다.

 

“청춘·목숨 빼앗긴 이들엔 해원, ‘유신좀비’ 청산 가이드”

 

87년 투쟁 뒤 들어선 민주정부. 십수년 집권했어도 수구보수 정치권 및 재벌·검찰 등 기득권 세력은 요지부동. 금·흙수저와 헬조선 자조가 나오는 덴 유신체제 심판·청산이 없었던 탓. 신군부의 유신체제 계승, 민주정부의 경제 위기극복 구실 유화제스처 까닭. 구한말부터 이어져 유신 때 정형화한 기득권 온존 한국사회. 그 질곡을 벗는 길을 알려준다.

 

▲ 유신청산민주연대가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을 발간했다.   © 인터넷저널


유신청산민주연대(이하 유신청산연대, 상임공동대표 김재홍·박현옥, 운영위원장 이대수)가 엮었다. 김누리, 김재홍, 송병춘, 한홍구, 홍윤기, 이종구 등 학계·시민사회 전문가 18명이 펜을 든 책.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 도서출판 동연 펴냄)이 15일 출간된다. 단체 창립 뒤 6개월여 가졌던 토론회·집담회 자료 등 활동 역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유신독재의 무법성 규명, 반민주적 불법 통치와 국가폭력·사법부오욕 진단이 상세하다. 유신잔재 대증적 청산과 재발방지 면역적 청산을 위한 제안도 구체적. 나치청산 교훈과 국제법적 노력, 유신청산특별법 제정 제안 등. 정치·법률·사회·문화·시민사회 전문가의 예리한 분석과 처방. 유신체제를 깨는 데 청춘을 바친 이들의 집담회도 흥미롭다.

 

주제로 예상하듯, 읽기가 수월치는 않다. 어렵다는 게 아니다. 유신체제의 불법성, 탄압내용, 법논리가 흥미와는 좀 거리가 있어서 그렇다. 홍윤기 교수의 학창시절 이야기, 한홍구 교수의 중앙정보부 이야기는 달리 재미있다. 40년 전의 아픈 이야기. 아직도 유신 굴레를 벗지 못하는 한국 사회. 갈 길을 찾는 지침서가 되리라 기대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둬야 할 40~50년 전 한국의 이야기. 정책을 만드는 이나 현대 정치 경제 법률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그리고 유신잔재 청산을 염원하는 시민사회 활동가에게는 필독서 넘어서는 텍스트북이라 할 수 있다. 감히 일독을 권한다.

 

유신청산연대 엮음, 김재홍·홍윤기·이종구·송병춘 글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 주요 내용=1부 유신체제 성격 규명에서 홍윤기 교수(동국대 철학)는 대학시절 엉겁결에 ‘4백명 연행’ 기록(당시 최다)을 세운 학내 행사를 예로 들어 평범한 학생을 시위 주범으로 처벌하는 정권의 폭력성과 기본권 침해를 고발한다. 불법 국회 해산과 야당의원 고문협박 속에 정치실종 무법국가 탄생과 1인 영구집권 체제성립, 학교․사회 총동원 실상도 적나라하다.

 

또 유신체제 성격 규명에서 김재홍 유신청산연대 상임대표(전 서울디지털대 총장)는 쿠데타 뒤 3번 헌법을 고친 ‘폭동적 내란’ 1인 독재, 안보 핑계 병영국가가 남긴 군사권위주의 정치폐해를 진단한다.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기본권억압 1인독재를 노린 유신체제는 반자유민주란다. 국민주권․권력분립․법치주의․입헌주의․민주공화를 위배한 무헌법 헌정중단 암흑시대 폐해를 소상히 열거한다.

 

2부 유신체제 반민주 통치행태 논의에서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는 18년간 계엄위수령 긴급조치 등으로 지탱한 정통성 없는 체제가 미국 CIA․FBI를 본뜬 중앙정보부로 어떻게 군․경찰․검찰을 조정감독하며 정권을 유지했는지를 분석한다. 쿠데타 준비․유지, 대공수사·간첩조작, 반체제 탄압·공작, 체제붕괴까지. 오동석 교수(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기본권침해·국회해산 등 실체적 불법과 비상사태·계엄령 선언 뒤 국가보위특별법·유신헌법을 제정하는 절차법 불법을 저지른 ‘헌법적 불법’ 체제를 해석하고 군․정보기관․검경 등의 공안기구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또 유신체제 통치행태 논의에서 임영태 ‘반헌법행위자열전’ 추진위원은 사법부가 유신쿠데타로 독립성을 상실하고 ‘박정희 법무관·개 노릇’을 사실, 1천412건의 긴급조치 위반 판결, 재일동포 등 간첩조작, 민청학련 판결 등의 증거를 분석한다. 지금도 남아 사법농단을 저지르는 기득권 굴종 세력의 실체, 사법개혁의 길을 안내한다.

 

“폭동적 내란 1인독재 병영국가, 암흑시대 표본”

 

3부 유신잔재 대증적 청산 논의에서 김재홍 유신청산연대 상임공동대표는 18년을 지속한 유신체제는 7번이나 군대를 동원해 정적과 비판자를 제압한 민주주의 파괴 병영 공안통치국가로 못 박는다. 신군부를 거쳐 박근혜에 승계하는 가산주의(막스 베버) 통치 탄생을 진단. 남북대결, 극단적문화, 개발독재, 정치타락을 낳은 잔재를 청산하려면 정부차원의 유신 무효·사과 선언과 국회의 포괄적 청산(법)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어지는 유신잔재 대증적 청산 논의에서 정호기 강사(전남대 NGO협동과정)는 거창·노근리 학살, 4․3제주, 5․18광주, 상청교육대 등 개별법과, 의문사·과거청산 등 민주화운동 공동법 제정·집행 한계를 짚고, 과거청산을 재성찰할 때라고 지적한다. 권혜령 전 진실화해위 긴급조치 조사관과 이정일 변호사(민변 소속)는 긴급조치 무효와 위헌 결정을 뒤집고 국가배상 배제(고도의 정치행위)와 공무원 직무 정당성(악의 평범성)을 부여한 양승태 대법의 사법농단을 바로잡을 포괄법률 제정과 사법적폐청산의 시급성을 설명한다.

 

4부 유신체제 재발방지 면역적 청산 논의에서 이종구 명예교수(성공회대 사회학)는 피해자들이 재심이든 국가배상이든 ‘위헌합법론’(긴조는 위헌, 판결은 합법)과 소멸시효를 단축한 대법 농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판결 변경 △특별법 제정 △법원장 선출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송충기 교수(공주대 사학)는 6백만명이 학살된 독일의 전후 나치청산에서 60~70% 나치판사가 재임용되며 가로막혀 있다 68운동과 통일독일 뒤 ‘나치 부당판결 파기법’ 제정으로 본궤도에 오른 이야기를 전한다.

 

또 유신체제 면역적 청산 논의에서 김누리 교수(중앙대 유럽문화학부)는 독일은 “베를린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반성문”이라할 정도로 아우슈비츠 범죄청산을 국가정책 기본으로 삼는 등 과거청산의 모범을 보여 세계 지도국가로 올라섰다며 대조적으로 한국은 수많은 양민학살 사법살인에 반성조차 없고 일제강점·불법독재를 청산하지 못해 자본독재, 경쟁교육, 수구존속, 기득권자 이기주의, 차별·불평등 만연 질곡에 시달리고 있다고 질타한다.

 

‘고도의 정치행위, 악의 평범성’ 양승태대법 면죄부

 

이어진 유신체제 면역적 청산 논의에서 이장희 명예교수(한국외대 법학)는 양승태 대법의 사법농단으로 가로막힌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국제법적 노력으로 국제인권이사회 자유권이행위에 인권침해사실을 제소하는 개인통보제도와 유엔특별보고관을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송병춘 변호사(긴급조치사람들 법률사법대책위원장)는 유신의 헌정질서 파괴와 국가폭력 진상규명 및 피해구제 등을 담은 유신청산특별법(안)을 만들어 제안한다.

 

끝으로 유신체제 피해자들은 집담회에서 헬조선, 흙·금수저 등 젊은 층 절망과 검찰·사법부·언론·의료계 등 소위 사회 엘리트 집단의 ‘밥그릇 지키기’ 등이 유신독재 때 체화된 기득권 집단이기에서 발혔됐다고 진단하고, 유신체제를 이어받은 신군부와 그 뒤 들어선 민주정부(국민통합 유화제스처)가 18년 폭압실정을 평가·심판하지 않은 점을 질타한다.

 

참석자들은 이어 87년 체제 이후 이어진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으로 군부가 선출권력의 통제 안으로 들어왔고 정치권이 상당 부분 민주화하는 열매를 얻었지만 여전히 빨갱이 덧칠하기와 재벌산업자본 이데올로기 및 배금주의 허상이 세뇌의식에 남아 유신잔재 청산이 쉽지 않다며 정부·국회의 유신체제 무효·사과 선언과 삶 속에 박힌 ‘적폐 쇠말뚝’ 뽑기 노력을 서두르라고 주문한다.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을, 국방위)은 책 모두에 실은 추천사에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교수·학생·언론인·종교인·문인 등 수많은 이들이 해직·투옥·고문(살해)을 당했고, 인권이 말살됐으며 민주주의가 파괴돼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질곡이 되고 있다”며 “불법적 헌정질서 파괴와 국가폭력 실상을 밝히고 가해자 처벌, 피해자 배보상, 그리고 법제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고 언급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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