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1일 개봉 '제이티 르로이', 부캐 때문에 곤혹 치른 스타작가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1/01/16 [10:17]

[영화] 21일 개봉 '제이티 르로이', 부캐 때문에 곤혹 치른 스타작가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1/01/16 [10:17]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제이티 르로이>가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제프(짐 스터게스 분)의 여동생 사바나(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는 오빠와 같이 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온다. 그리고 오빠와 함께 밴드활동을 하는 로라(로라 던 분)와 만난다.

사실 로라는 가수뿐만 아니라 꽤나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녀의 책 「사라」는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다.

문제는 이 책의 저자 이름이 ‘사라’가 아닌 ‘J. T. 르로이’라는 점. 작가에게 필명(筆名)은 연예인의 예명(藝名)만큼이나 흔한 것이지만, ‘J. T.’는 필명이라기 보단 요즘 말로 ‘부캐’라 할 수 있다.

J. T.의 출신부터 부모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든 것을 창조해 냈다. 물론 「사라」는 J. T. 르로이의 자전 소설이다.

이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이 소설을 읽으며 동질감을 느껴 작가 J. T.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J. T.는 한 번도 대중에게 모습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인터뷰는 곧잘 하지만, 그인지 그녀인지가 잘 모르겠는 J. T. 르로이의 모습을 본 적은 아무도 없다.

이에 로라는 사바나에게 대중이 J. T.의 모습을 보기 원하니 자신을 대신해 사바나가 J. T.인척 해 달라고 부탁한다.

평소 S라인을 싫어해 가슴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사바나야 말로 중성적인 J. T. 르로이에 딱이라는 게 로라의 설명.

이미 인터뷰는 전화로 로라가 했고, 로라가 사바나의 사진을 찍어 보내기만 하는 ‘간단한’ 부탁이기에 그녀는 부탁을 들어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딱 한 번이면 되는 줄 알고 J. T.가 되어 줬더니 이번엔 기자와 직접 만나 사진을 찍어 달란다. 인터뷰는 이미 로라가 했고, 사진만 찍으면 된단다.

이번에도 마지못해 로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사바나는, 그러나 기자를 만난 후 당황해 한다.

사진만 찍으면 된다더니 합의되지 않은 질문을 툭툭 던지는 탓에 미쳐 답변을 준비하지 못해 당황 한다.

아니 자신이 J. T. 르로이인데, 어떻게 기자보다 J. T.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에 J. T. 르로이의 매니저 ‘스피디’인 로라가 대신 대답을 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더 큰 문제는 이젠 아예 「사라」가 영화화까지 된다는 것. 이에 로라는 사바나가 본격적으로 J. T.가 되어주길 원하지만, 사바나는 과연 자신이 그만한 깜냥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이후 LA에서 영화 제작자를 만나고, 파리에서 영화의 연출과 주연을 맡기 원하는 에바(다이앤 크루거 분)와 만난 사바나는 대체 로라가 이들과 뭐라고 이야기 했는지 몰라 당황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행사에 J. T. 르로이 자격으로 참석해 대중의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서 사바나는 점점 J. T. 르로이가 되어 간다.

그럴수록 사바나는 J. T. 르로이를 창조해 낸 로라의 뜻에 따르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사바나를 스타 작가 J. T. 르로이로 알고 있고, 로라를 매니저로 알고 있으니 주도권은 사바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에 로라는 사바나에게 J. T. 르로이 연기를 관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에바와 ‘깊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 사바나는 쉽게 J. T. 연기를 관두기 힘들어 하고, 에바는 로라가 자신이 아는 그 J. T.인 줄 알고 계속 이메일로 연락을 하며 지낸다.

평소 전화로 에바와 사랑을 나누던 로라, 그리고 프랑스에서 에바와 몸으로 진한 사랑을 나눴던 사바나, 그런 사바나인 척 계속 에바와 연락을 이어가는 로라.

결국 J. T. 르로이라는 하나의 ‘부캐’를 가지고, 로라와 사바나 두 사람이 활동을 해 내간다.

그러나 언제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인터넷에서 사바나의 사진을 본 기자에 의해 사바나가 J. T.였고, 그동안 전화 인터뷰는 로라가 했던 게 밝혀지면서 두 사람은 사기꾼으로 매도된다.

사실 20년 전이 아니라 지금이었으면, ‘린다 G’나 ‘실비’ ‘비룡’ ‘유산슬’처럼 J. T. 르로이도 로라의 부캐(본래의 정체성이 아닌 새롭게 창조해 낸 가공의 인물)로 활동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도 이효리에게 “내가 뻔히 이효리인 것 아는데, 무슨 네가 미국에서 미용실 체인을 운영하는 린다 G냐?”고 따지지 않듯이 로라에게 “네가 로라지 무슨 J. T. 르로이 같은 소리하네”라며 사기꾼 취급했을 리 없다.

어쩌면 로라와 사바나는 시대를 잘못 만나 사기꾼으로 매도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1년 후 대중 앞에 선 로라는 J. T.는 자신의 ‘아바타’였다며, J. T.는 그 누구도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영화는 끝난다.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의 스타작가 로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이티 르로이>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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