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8일 국내 개봉 '미나리', 세계인들 극찬 그 시절 우리 이야기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1/02/19 [10:03]

[영화] 18일 국내 개봉 '미나리', 세계인들 극찬 그 시절 우리 이야기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1/02/19 [10:03]


전 세계 영화제로부터 극찬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18일, 정식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한예리와 윤여정 외에 다른 배우들이나 감독은 미국에 거주 중인데다 윤여정 마저 최근 드라마 촬영차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고 있는 까닭에 별도의 기자간담회 없이 상영 전 한예리 단독으로 무대인사만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예리는 “진심을 담아 행복하게 촬영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또 영상을 통해 대신 인사를 전한 윤여정은 “감독의 헌신 덕분에 열심히 촬영했다”며 “(외국에선 호평을 받고 있으나)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와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칸소에서 자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 감독은 자신의 딸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정 감독의) 작품이 뭘까 생각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주연배우이자 프로듀서인 스티븐 연은 이 영화에 공감해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옥자>를 제작한,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PLAN B에 시나리오를 전달하며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아내와 함께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고 있는 제이콥(스티븐 연)은 ‘큰 가든’을 가꾸는 게 꿈이라며 가족들을 데리고 시골마을인 아칸소로 이사를 한다.

그는 대뜸 아내 모나카(한예리 분)에게 흙 색깔 좀 보라며 자신이 이곳으로 온 이유가 바로 흙 색깔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집이라고 큰 트레일러라는 것. 트레일러 집에 올라가는 계단조차 없이 1미터는 족히 되는 높이를 끙끙 거리고 올라가야 하는 것은 더 화를 돋운다.

아내는 계속해서 농사는 취미로 지으면 되니 도시로 가서 살자고 말하지만, 철이 없는 것인지 ‘빅 픽쳐’가 있는 것인지 남편은 매년 미국에 이민 오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으니 한국인을 겨냥해 한국 농산물을 생산해 팔겠다고 말한다.

1970년대 아메리카 드림에 대한 환상을 쫓아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터전을 잡았다. 유명 연예인들 중에서도 과거 미국에 건너가 살았던 이들이 세탁소나 슈퍼마켓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이콥은 도시가 아닌 시골마을에 터전을 잡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기존 한인들과 다른 행보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아내는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남편이 불안해 보이고, 속 터진다.

게다가 뉴스에서 태풍경보가 발효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집이 날아갈지도 모르니 뉴스특보를 보다가 피난가야 할 수도 있다는 소리나 하니 결국 아내는 이게 사람 사는 것이냐며 부부싸움을 한다.

부부는 결국 이사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한국에 있는 아내의 엄마(윤여정 분)를 모셔 오기로 한다.

제이콥 가족 앞에 나타난 순자는 손자 데이빗에게 어려서부터 화투를 배워야 커서 돈을 많이 딴다며 화투를 선물로 주고, 군밤을 자신의 입으로 직접 깨물어 까 먹여주기도 한다. 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데이빗은 그동안 자신이 봐 오던 할머니들과 다른 할머니의 모습에 낯설어 한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제이콥에게 트렉터를 판 폴이라는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기꺼이 농사를 도와준다.

또 친구를 사귀기 위해 간 교회에서 아이들과 아내는 제법 친구도 사귀며 아칸소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콥이 직접 판 우물의 물이 말라서 어쩔 수 없이 수돗물로 그 넓은 면적에 물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제이콥에게 납품을 받기로 한 한국인 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다.

이에 제이콥은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 헤매고, 드디어 다음 주부터 납품하기로 하고 5시간이나 걸려서 집으로 온다.

그랬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 최근 몸이 안 좋아진 장모가 쓰레기를 태우다 실수로 창고를 태워 먹은 게 아닌가!

이 영화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지난 1970년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의 애환을 잘 보여준다.

이는 올해로 우리나이 44살인 감독이 당시를 떠 올리며 최대한 영화에 담으려고 노력한 점이 한몫 했다. 일례로 제이콥 가족은 샤프전자 로터리 TV(다이얼을 돌려서 채널을 변경하는 방식의 TV)로 한국에서 온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임성훈이 진행하는 가요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이런 디테일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에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다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제이콥의 한국어 대사가 발음은 거의 완벽하지만, 억양이 부자연스러워 이 부분은 다소 거슬린다.

영화의 제목이 ‘미나리’인 이유는 미국으로 온 순자가 미나리 씨앗을 냇가에 심었는데, 어디에서라도 잘 자라는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자신의 가족과 닮아 ‘가족 간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이삭 감독의 설명이다.

한예리가 직접 OST를 불러 더 눈길을 끄는 영화 <미나리>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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