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아르헨티나 잡은 사우디 국경일 선포, C조 1차전 2대1 역전

장덕중 | 기사입력 2022/11/24 [10:11]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 잡은 사우디 국경일 선포, C조 1차전 2대1 역전

장덕중 | 입력 : 2022/11/24 [10:11]

아르헨티나 잡은 사우디

사우디는 22일 오후10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10분 메시에게 페널티 킥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해도 패색이 짙었지만, 실점 이후 정교한 수비라인을 가동하며 후반 들어 잇따라 두 골을 성공시키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3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던 골리앗 아르헨티나를 다윗 사우디가 무너뜨리자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점쳤던 전세계 축구팬들은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8만석 규모의 루사일 스타디움을 사실상 점령했던 아르헨티나 팬들은 전설 메시의 골에 환호했다.

이때 골대 뒤쪽에만 모여 한 줌에 불과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전반에만 7개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묘한 수비에 고전하며 추가 골을 넣지 못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카타르의 방송사 알자지라는 문자 중계를 통해 "전반전에 아르헨티나가 한 골 득점에 그치자 아르헨티나 응원단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대로 조금씩 커지는 응원 소리를 등에 업은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 3분 만에 살리흐 샤흐리가 왼발 슛으로 경기에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5분 위에는 살림 다우사리가 아르헨티나 수비진 4명을 벗겨내며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경기를 2-1로 뒤집자,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방으로 탈바꿈했다.

알자지라는 이 장면을 "아르헨티나 팬들의 드럼 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스스로 낸 목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희열에 빠졌다"고 묘사했다.

사우디가 동점과 역전에 성공하자 사우디 팬들은 일당백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뒤바꿔놨다. 일부 팬들은 단체로 메시의 라이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의 호우 세리머니를 따라 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 등 자국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못해 자국 국기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왔던 중동 국가의 관중들도 한 목소리로 아랍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축하했다.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한 팬들도 도하의 수크 와키프 전통시장 등에서 응원을 이어가며 승리를 기뻐했다.

조 최약체로 분류되던 조국이 월드컵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변의 주인공이 되자 사우디 전역도 뒤집어졌다.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에서는 시민들이 공원과 광장, 카페 등에 모여 함께 경기를 지켜보면서 거리도 한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승리를 거두자 리야드 전체가 대표팀의 상징인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는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경기 다음날인 23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했다. 사우디 정부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민간회사 종사자를 비롯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은 모두 출근 또는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포했다. 지난주 방한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제안에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화답한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연출한 드라마는 아랍 전체의 기쁨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사우디와 전쟁을 벌였던 예맨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공식적인 축하 메시지를 건넸을 정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티 반군 정부의 다이팔라 알샤미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 대표팀의 아르헨티나전 승리에 축하를 보낸다"며 "이번 승리는 아랍 축구를 세계 축구 지도에 새롭게 그려넣은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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