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내 머리가 떨어져..."

[詩로 말한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여 부디 이해해 주길..."

임효림 | 기사입력 2007/12/27 [10:38]

"아침에 일어나니 내 머리가 떨어져..."

[詩로 말한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여 부디 이해해 주길..."

임효림 | 입력 : 2007/12/27 [10:38]
▲ 아침이 찾아오면 밤새 어둠을 밝혔던 가로등도 하나 둘 꺼져 간다.     © 최방식

 
07을 보내며 /임효림 시

아무래도 지난밤에는 잠을 잘 못잔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머리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래도 그것이 내 머리인 탓에 버릴 수도 없고 해서 그릇에 담아 놓았더니 찾아오는 손님들은 내 채면을 세워 주느라 보기에 좋다고 입에 발린 칭찬을 한다. 그러면 눈치도 없는 내 머리는 횡설수설 혀를 놀려대지만 별로 귀담아 들을 말은 없다.
 
나조차도 내 머리가 하는 말을 신용하지 않는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불쌍하게도 내 머리는 내 눈치를 연신 살핀다.
 
 
[詩해설] 요즘 나는 은둔하고 있다. 누구의 전화도 안 받고 지낸다. 선거로 세상이 어수선 할 때도 나는 그냥 유유자적 은둔의 맛을 즐겼다.
 
선거 날 2박 3일의 여행을 하고 왔다. 물론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올 한해를 보내면서 나의 모든 심정이 여기 이 시(詩) 속에 다 들어있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여 부디 나를 이해해 주시라. 나는 그래도 시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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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 2008/01/03 [19:57] 수정 | 삭제
  • 세상은 만만한게 아니라면서요
    숨어지낸다고요
    그것은 도망가는것 아닌가요
  • 자미 2007/12/30 [15:45] 수정 | 삭제
  • 효림스님, 은둔의 맛이 어떤지 궁금해요.^^
    이해갑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심정인 걸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늘 如如하시옵기를 두 손 모읍니다.()
  • 아침 2007/12/30 [13:27] 수정 | 삭제
  • 머리가 덜어졌다는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는 모두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각기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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