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1년여만에 9개국어 인터넷방송

[탐방] 이주노동자방송, 열린 인디방송 이끌어

서문원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07/01/08 [10:22]

개국 1년여만에 9개국어 인터넷방송

[탐방] 이주노동자방송, 열린 인디방송 이끌어

서문원 객원기자 | 입력 : 2007/01/08 [10:22]
▲<이주노동자방송국>의 박경주대표(왼쪽)와 줄리아 씨     © 인터넷저널
한국에 거주 중인 이주노동자는 40여개 국적으로 40만 명을 웃돈다. 서울만 16만명, 안산시 원곡동의 경우 가족까지 포함하면 3만5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그 수가 날로 증가추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미미하기만 하다.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만 반짝이고 만다. 심지어 진보 성향의 미디어조차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같은 이주노동자라도 북미나 유럽출신과 기타 지역에서 온 이들에 대한 처우는 천지차이다. 이들은 항상 체불임금과 인권유린에 시달린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바로 그런 문제점을 고민하며 지난 해 5월 18에 개국된 인터넷방송사다. 독일에서 영상학을 공부하고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컸던 박경주 대표가 기치를 들었다. 그리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을 교육시켜 이들을 인재로 활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방송국의 설립취지도 분명하다.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독립미디어로서 폐쇄적인 운영이 아닌, 공개적인 정보 공유와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합니다.” 실제 방송국은 이주노동자 및 국제결혼 외국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박 대표가 교육시킨 미디어 1기생들이 주축이 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기존 언론방송매체들도 하기 어려운 다국 언어(9개국) 방송까지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월 1일 개국한 라디오 방송국은 몽골, 네팔, 타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미얀마, 그리고 영어와 한국어로 음악과 이주노동자 소식을 전한다.

박 대표는 이어 내 년에는 다국어 웹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팔어, 베트남어, 타이어의 경우 자금은 물론 기술 인력이 없어 힘에 겹지만 나름대로 차분히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출발할 당시부터 후원회조차 제대로 구성돼있지 않아 자비를 써왔다. 이윤창출이 목적이 아니다보니 참여자들의 희생과 봉사로 방송국을 유지해왔다. 객원기자 대부분인 이주노동자 역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주중에는 각자 자기일터에서 일을 하고 짬이 나는 주말에야 방송국에 모여 방송을 한다.

또 하나의 난점은 자발적인 참여자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자생적으로 성장하다보니 현실과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기존 언론은 물론 진보언론조차 이주노동자 인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최근 이주노동자 방송국 논평 ‘이주노동자방송국의 성과와 한계’를 통해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15년간 이주노동자들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으로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타성에 빠지는 일이 잦았다. 우리도 이주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걸 그냥 해주면 된다는 생각에만 골몰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동등한 주체로 진지하게 토론하고 상대를 솔직하게 비판하는 등의 노력이 적었다.”

그래서 박 대표가 내린 결론은 동등함이다. 각자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방송국은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이 교각을 형성하도록 하는 데 더 주력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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