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천국’, 이 여름에 흠뻑 빠져볼까나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는냐’ 작가의 연재

한도훈 | 기사입력 2015/08/21 [09:43]

‘울릉 천국’, 이 여름에 흠뻑 빠져볼까나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는냐’ 작가의 연재

한도훈 | 입력 : 2015/08/21 [09:43]
▲한도훈 작가 
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한 작가는 전남 나주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부천시민신문·미추홀신문·콩나물신문 기자를 역임했으며, 8년여 부천문화원 향토사 연구위원을 지내며 부천시 초중학교 사회교과 길라잡이 도서 ‘신나게 부천을 배우자’(2006년), ‘인천문화유산길라잡이’(2009년) 등을 펴냈다.

작가는 또 독도 연구와 여행에 많은 공을 들여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는냐’(2007년 동화)와 같은 이름의 만화 1·2권(2003년), ‘독도사랑 1·2권’(2012년, 만화) 등을 출판했다. 그밖에도 ‘그리스로마 신화 한바퀴’, ‘소설 그리스로마 신화 1·2권’, 그리고 여행을 주제로 한 시집 ‘코피의 향기’(2014년)를 내기도 했다. /편집자


울릉도는 천국(天國)이다. 천국이 하늘 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세상 울릉도에 있다. 울릉도가 ‘사람 살기 좋은 천국’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1882년 개척시대 이후이다. 이전에는 육지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이 성인봉을 중심으로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들어 살다가 3년에 한번씩 오던 검찰사에 걸려 종살이를 하거나 군대에 끌려가야 했다. 그때는 울릉도가 천국이라기보다는 육지에서 팍팍한 삶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들의 도피처였다. 다행이 울릉도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원시림의 무성한 숲이 있었고, 손바닥만큼 작지만 화산재로 이루어진 비옥한 땅이 있었다. 그 땅에서 칡뿌리를 걷어내고 억새를 캐내어 밭을 일구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 울릉도 도동항에 건조중인 오징어.     © 한도훈


그러다가 개척시대 이후 전라도민들이 대거 울릉도에 입성했다. 이때 고종대왕의 특명으로 울릉도 개척민들에겐 세금면제라는 특별혜택이 주어졌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신이 일군 밭에서 곡식을 100% 거둘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천국(天國)이 따로 없었다. 조선시대 때 수많은 세금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뭉게구름을 잡을 수 있을 만큼 흥분에 들떴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의 튼튼한 날개를 얻는다는 이 소문은 금방 퍼져 경상도, 강원도 등지에서 수많은 개척민들이 밀려들었다.

육지 팍팍한 삶에서 도피하는 섬

하지만 개척민 초기에는 투막집 하나 짓는 것부터 밭을 일구는 것이 더디고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먹을 게 없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이때 울릉도 섬에 지천으로 깔린 섬말나리 뿌리를 캐서 삶아먹고, 구워먹고, 밥에 얹어 먹었다. 더불어 그동안 무인지경에 가까운 울릉도의 주인노릇을 해온 깍새인 슴새가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습성을 이용해 때려잡아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다. 덕분에 멸종위기라는 벼랑 끝으로 몰리기는 했지만 하루의 생존이 절박한 개척민들에겐 희망의 등불이었다.

▲ 울릉도 도동항.     © 한도훈


울릉도 포구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차츰 밭농사, 논농사가 늘어나면서 진정한 울릉천국으로 변모해갔다. 개척민들이 지은 농사나 오징어들은 온전히 자기 차지였기 때문이었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언제나 대풍어(大豊漁)를 기록했다. 그래서 ‘울릉도는 살기 좋은 천국 같은 곳’이라는 소문이 불붙은 듯 확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다가 유명가수 이장희씨가 울릉도 평리에 정착해 살며 교회 위에 있는 집이라는 뜻에서 ‘울릉천국’이라는 말을 붙이고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는 노래도 발표해 더욱 유명해졌다. 이씨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해보고 여행해 보았지만 울릉도만큼 아름답고 수려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울릉도 정착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 울릉도 망향봉.     © 한도훈


이장희의 땅, ‘울릉도는 나의 천국’

울릉도와의 인연은 1996년도에 출간한 저자의 독도 여행기인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의 자료 준비를 위해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는 사진을 찍을 줄 몰랐다. 그래서 버스여행, 울릉도 일주여행, 도보 여행을 하면서 수첩에 메모하는 게 전부였다. 그 뒤 여러 번 울릉도를 들락거리면서 울릉도의 묘한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그걸 바탕으로 해서 독도를 기록한 첫 번째 책이 출간되어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지금도 온누리출판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때 만화로도 출간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절판돼 진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재출간을 하려고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금씩 더디게 사진 찍는 법을 배우면서 다시 울릉도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 배워서 찍은 사진들은 화소수가 부족해 ‘울릉 천국 기행’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자주 여행하면서 조금 더 울릉도에 가까이 갈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가슴이 설레었다. 마음 같아선 성인봉을 큰 삽으로 푹 떠나가 아파트 단지에 세워놓고 감상도 하고 싶기도 했다.
 
▲ 울릉도에 있는 전통가옥.     © 한도훈


이 글을 준비하면서 울릉도를 샅샅이 훑으며 도보여행을 했다. 배낭 하나를 매고 남양, 태하, 현포, 추산일가, 천부 등지를 숙박하며 걸어다녔고, 수많은 울릉도 주민들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금쪽같은 이야기들을 이 글에 다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울릉도를 여행하면서 만난 여행객들에게 내가 아는 현지 역사문화를 설명해 줄 때는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허가 받지 않은 ‘울릉심층해설사’ 역할을 자임했던 것.

독자들이여, 함께 울릉도에 빠져봐~

아름다운 신비의 섬인 울릉도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준비했다. 울릉도를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튼실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울릉천국에 흠뻑 빠져 헤매는 그날까지 글을 연재하려고 한다. 울릉도, 독도를 한번이라도 눈앞에 떠올려 본 모든 분들이여, 함께하시라.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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