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유경 기자 버마서 추방당해

사이클론 피해와 아웅산 수지 취재하다 20일 태국으로 쫓겨나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8/06/30 [16:22]

한국인 이유경 기자 버마서 추방당해

사이클론 피해와 아웅산 수지 취재하다 20일 태국으로 쫓겨나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8/06/30 [16:22]
한국인 프리랜서 기자인 이유경씨가 양곤에서 지난 20일 버마의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군부정권에 의해 태국으로 강제 출국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경씨는 지난 20일 양곤시 키아크타다르지역 32번가에 있는 숙박지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에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녀는 16일부터 이곳에 머물러 왔는데, 버마 경찰은 그녀의 NLD사무실 방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인도 뉴델리에서 발행되는 버마언론 ‘미지마’와 대담에서 “20일 7시쯤 5명의 경찰로 보이는 이들이 찾아왔다”며 “18~19일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당신은 관광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거기(NLD)에 가는 건 불법이며 가서는 안된다”고 경찰이 한 말을 전했다.

"사이클론 피해 사진 모두 압수"

▲ 버마에서 사이클론 피해와 아웅산 수지를 취재하던 한국인 프리랜서 기자 이유경씨가 버마군부에 의해 강제 추방당했다.
그녀는 결국 한국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경찰에게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조차 불허했다. 경찰은 그녀에게 당장 버마를 떠나라며 오전 10시 발 방콕행 타이항공 표를 예매해 강제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씨는 양곤을 떠나기 전 한국 대사관원을 잠시 만날 수 있었다.

버마 경찰은 그녀를 수사하며 사이클론 나르기스 피해 현장을 찍은 사진이 든 콤팩트 디스크 4장을 압수했다. 하지만 그녀의 노트북컴퓨터나 카메라는 손대지 않았다고 그녀는 전했다.

이씨는 자신을 수사한 경찰의 옷차림에 대해, 한명은 정복 차림이었고, 또 한 명은 일반인 옷차림의 특수요원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특히 그들이 강제 추방명령을 내리며 그 이유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계속 나에게 NLD사무실에는 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왜 나를 추방하는 지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사관 직원이 나중에 그녀에게 들려준 바에 따르면, NLD지도자인 아웅산 수지를 만나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공항으로 실려와 출입국관리소에 억류됐고, 거기서 그들은 내 여권에 큰 별이 그려진 도형 안에 ‘추방자’라고 쓰인 도장을 찍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특수요원으로 보이는 이가 여러 각도에서 내 사진을 수없이 찍었다”고 덧붙였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강제 추방

이씨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강타한 이후 버마 입국비자를 받으려고 노렸했다. 하지만 그녀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녀의 당시 여권에 여러 나라를 언론비자로 돌아다닌 흔적이 있었기 때문.

결국 그녀는 새 여권을 발행했고 관광을 조건으로 입국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버마에 입국해서는 사이클론의 최대 피해지로 통제가 심한 이라와디 델타지역으로 가려고 여러 차례 시도 중이었다.

그녀는 18일 사이클론 피해상황을 알기 위해 양곤의 바한에 있는 NLD사무실에 들렀다. 그리고 19일에는 아웅산 수지 여사의 63회 생일 행사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많은 NLD 회원들이 구속 수감중인 사실도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 게 19일 행사였다고 언급했다. “그날 많은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감시요원(경찰 특수요원) 눈에 띈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10만명에 가까운 사망피해가 난 뒤 취재 활동을 이유로 미얀마 군부에 쫓겨난 언론인은 2명이 됐다. 첫 번째 추방자는 지난 5월 쫓겨난 BBC 기자.

BBC기자에 이어 두번째 쫓겨나

한편, 이씨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를 거쳐 ‘시민의신문’에서 다년간 분쟁국가 취재기사를 썼다. 최근에는 국내 여러 매체에 아시아와 중동 분쟁지역 이야기를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태국의 방콕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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