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다시 오셈~ 기자가 한량인가?"

[취재노트] '놈놈놈' 기자시사회 엉망, 한국영화 흥행 '삐걱'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7/07 [19:53]

"내일 다시 오셈~ 기자가 한량인가?"

[취재노트] '놈놈놈' 기자시사회 엉망, 한국영화 흥행 '삐걱'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7/07 [19:53]
7일 오후 용산 CGV에서 벌어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분명 언론이 말한 대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그러나 그 성황을 위해 많은 기자들이 눈물을 뿌렸다는 것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쏠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놈놈놈> 홍보사인 '반짝반짝'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결국 늦게 온 기자들을 표가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 기자시사회라는 본 취지를 무시하고 말았다.
 
이 날 시사회는 오후 2시에 있었지만 기자들은 오전 11시부터 진을 쳤다. 당시 상황을 본 모 기자는 "11시 쯤에 왔는데도 벌써 20명 가량이 줄을 서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날 기자시사와 영화배급관계자 구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일반관객으로 보이는 영화계 인사들까지 모두 한꺼번에 몰려 이를 아무 제지 없이 단순히 '매진'운운하며 아무 해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영화 <놈놈놈>의 '나쁜놈' 이병헌의 캐릭터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기자시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위해 온 기자들은 늦게 왔다는 이유만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홍보사 측은 "표가 없다"라고 말했지만 방송 마이크가 없는 상황에서 그 말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홍보사는 "명함 하나에 한 장만 주겠다"며 타협을 했지만 조금 있다가 바로 "표가 없다. 내일 다시 시사회를 하겠다"며 강압적으로 언론 관계자들을 막았다.
 
홍보사 관계자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표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표가 바닥났다"며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난감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그 이후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기자들은 다음날 시사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계는 있었다. 다음날에는 기자간담회가 없는 것. 게다가 상황이 벌어진 저녁까지 홍보사 측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고 있다.
 
이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CGV 측은 "배급사의 문제일뿐 우리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홍보사 측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서로간의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
 
다음날은 오후에 서울극장에서 <님은 먼곳에> 시사회가 열린다.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따로 했지만 홍보사의 '땜방 처방'으로 인해 오히려 같이 가야할 영화를 망치고 있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도 문제다. 자신들의 텃밭인 CGV에서 시사회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없이 적은 관수의 시사회를 강행해 문제를 일으켰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겠다"며 발뺌하기에만 열중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캐스팅. 이것만으로도 <놈놈놈>의 홍보가 된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홍보사는 아마추어적인 스타일로 기자시사회에서 기자들을 내쫓으며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국영화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런 문제는 오히려 기자들을 내쫓으며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던 한국영화의 부흥을 망치고 있다.

▲ <놈놈놈> 대체시사가 불가피해진 같은날 오후 4시 30분 언론시사가 예정된 영화 <님은 먼 곳에>의 포스터.     © 쇼박스

기자의 취재는 단순히 영화 홍보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누구보다 먼저 영화를 만나고 그에 대한 평가를 어떠한 식으로든 '기사'로 내보내야 하는 기자들의 입장은 전혀 외면한채 단순히 "장사 끝났으니 내일 다시 오라"는 식의 대응은 정말이지 '영화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이거나, 현장에 모인 기자들을 '땀 흘리지 않고 먹고노는 한량'으로 본 처사에 다름 아니다.
 
무엇이 진실이든 <놈놈놈>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그동안의 '필모그라피'를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실수가 영화 흥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님은 먼 곳에> 시사회가 예정되어 있는 내일 기자들이 얼마나 진정을 갖고 <놈놈놈>을 감상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오늘 동행한 동료기자는 <님은 먼 곳에>를 위해 <놈놈놈>을 포기한다고 했다. "나와는 '인연'이 없는 영화"라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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