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또다른 파쇼를 만들 것인가?

[칼럼] 현정부 지지한다면 증오바이러스 퍼뜨리는 일 하지말아야

권종상 | 기사입력 2018/11/26 [10:37]

우리 안에 또다른 파쇼를 만들 것인가?

[칼럼] 현정부 지지한다면 증오바이러스 퍼뜨리는 일 하지말아야

권종상 | 입력 : 2018/11/26 [10:37]

 

토요일 점심시간은 여유롭지만, 카페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젊음의 거리, 시애틀의 브로드웨이의 토요일 오후 카페엔 사람들이 북적이겠지요. 그래도 어떻게 자리를 잡아 파워코드를 꼽고, 다시 세상으로의 창을 엽니다. 넓은 창으로 넘어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등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카페인과 칼로리를 보충하고 이따가 이 카페를 나설 때 쯤이면 아마 여유로움은 조금 더 저를 편안하게 만들겠지요. 토요일이 가진 미덕이랄까요. 게다가 월요일은 제 비번날,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동안 계속 쉬게 되니 마음이 더 여유로운 거겠지요.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 아직 한 달이 남긴 했지만 여러가지로 돌이켜 생각해 볼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삶이란 것이 그런 모양입니다. 마음이 급해지는 건 아마 내가 미뤄놓았던 일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의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올해는 꼭 이런 걸 해야지, 하고 연초에 마음 먹었던 일들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밀려 있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마음이 급해지는 거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여유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이루어 낸 것들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놓친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만, 우리가 인식하던, 그렇지 않던간에 이뤄낸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도록 배워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사람의 삶에서 계획이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사람이 좀 불철저해서 그런지, 계획한 대로 그대로 따라 산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그림 하나 그려놓고, 그 그림틀 위에 올려놓을 퍼즐 조각들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부터 온 경우가 많습니다. 

천천히 사는 삶, 혹은 영어 표현에 있는 easy going life 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치열한 삶을 사는 분들에 대해서는 존경스럽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삶을 대하는 태도들은 서로 다르겠지요. 그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삶에 대한 관점들이 존재할 겁니다. 

그 관점이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공통의 목적을 갖고 어깨동무할 수 있는 걸 우린 연대라고 부를 겁니다. 우리는 그 연대로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요즘 들어서 그 연대에 분열이 생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비슷한 관점을 가진 바탕엔 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저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와 특정한 판단에 대한 강요가 우리의 연대를 깨고 증오를, 그것도 우리의 연대 안에서의 증오를 부추기는 걸 보면서 마음이 갑갑합니다. 

이재명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그가 왜 그렇게 미움을 받게 됐는지도 압니다. 그러나 그와 관계가 있거나, 그를 욕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제의 동지를 오늘 적으로 모는 행위는 하지 맙시다. 조금 기다리면 법적인 판단이 나올 것이고, 그것으로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증오는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돕는다면 지금 계속 이리 증오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내가 미워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만 미워하던지. 그 사람을 비난하는데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 같은편으로 모는 건 또다른 파쇼 아닙니까. 

시애틀에서...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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