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인미디어 고승은 기자] “홍진기는 3.15 부정선거 당시에는 법무장관이었고 4.19 당시에는 내무장관이었다. 홍진기는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의 배후에는 공산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헛소리하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 학생들에게 발포를 명령한 자이다”
“민복기는 그가 대법원장으로 있던 1975년 4월 8일 여덟 명의 죄 없는 사람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미처 하루도 지나지 않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되어, 당시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로 하여금 ‘세계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하게 한 장본인이다.”
홍진기와 민복기, 한국의 비극적인 현대사에서 등장하는 악명 높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고인이 됐지만, 그들이 끼친 악행들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둘은 모두 일제강점기 시절 판사를 지낸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다. 또 친일독재정권에도 적극 부역해 사리사욕을 챙긴 당사자들이다.
홍진기는 이승만 정권 당시 법무부장관, 내무부장관을 지내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는 4.19 혁명 당시 시민학생들에게 발포를 명령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기도 하나, 박정희의 특사로 소리소문 없이 석방됐다. 이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의 총애를 받아 <중앙일보>의 수장이 된다.
특히 그의 장녀인 홍라희와 이병철의 삼남 이건희가 혼인하면서, 홍진기와 이병철은 사돈 관계를 맺게 된다. 이를 계기로 온갖 사회 기득권 세력들과 혼맥 관계를 맺게 된다. 이를 일일이 그림으로 그리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며 지금도 그 관계는 넓어지고 있다. 홍진기의 장남은 바로 <중앙일보>와 <JTBC> 회장을 지냈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다.
민복기는 이완용과 처남매부 사이이자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민병석의 차남이다. 민병석은 경술국적(1910년 한일강제병합에 찬성)에도 이름이 오른, 이완용에 버금갈 정도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판사를 지냈던 그는 해방 이후 이승만이 집권하자 그의 비서관을 지냈고 검찰총장을 거쳤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3년여간 법무부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그 이후엔 10년 넘도록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적극 협력했다.
그는 특히 유신독재 시절 중앙정보부의 조작으로 만들어진 민청학련 사건과 2차 인혁당 사건을 담당했다. 1975년 인혁당 사건 피해자 8명에게 사형선고를 냈으며, 이들에겐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은 국제사법재판소로 하여금 ‘세계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됐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이만 봐도 민복기는 양승태와 더불어 역대 최악의 대법원장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홍진기와 민복기가 나온 서울대(일제 강점기시절 경성제국대학)에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서울대 내에는 홍진기를 기념하는 ‘유민홀’ 이 있고, 또 민복기에겐 ‘자랑스러운 서울대 법조인’ 상을 수여한 바 있다.
서울대민주동문회, 정의연대, 개혁연대민생행동, 공무원 교육과 공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모임(공공모) 등 시민단체들은 26일 오후 1시 서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기념과 시상식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서울대가 창씨개명 등 적극적인 친일행각과 독재부역 등 부끄러운 전력을 갖고 있는 서울대 출신을 기념하는 공간을 운영하거나, 자랑스러운 서울대 법조인 등으로 선정하여 시상하는 관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신 서울대 출신 독립운동가와 민주열사 등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이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홍진기와 민복기는 각각 토쿠야마 신이치(德山進一)와 이와모토 후쿠키(岩本復基)로 창씨개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그들의 창씨개명 등 친일행각과 이승만-박정희 친일독재세력에 부역한 점을 강하게 꾸짖었다,
이들은 “‘자랑스런 서울대인’으로 뽑힌 인사들 중에 일제 강점기에 악질적인 친일활동을 하고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부역하여 헌법질서 유린행위를 저지는 자들에게 부여한 수상을 취소하고 동창회 명부에서 제명하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들은 홍진기를 향해 “부정선거에 항의한 시민들에게 발포할 것을 지시했다. 4·19민주이념을 정면으로 부인한 자”라고 꾸짖으며 “이러한 홍진기를 기념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홍진기를 찬양하는 유민홀을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설치하는 것은 친일과 반헌법 만행에 동조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지적하며 “박정희 전두환보다 죄질이 나쁜 홍진기를 기념하는 유민홀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서울대 출신의 독립운동가와 민주열사를 기리는 곳으로 재개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서울대가 민복기에게 자랑스런 서울대인 수상을 준 것도 겨냥, “지금까지의 수상자를 전수 조사하여 부끄럽고 청산해야할 서울대인들을 동창회에서 제명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까지 서울대 출신들이 민족 앞에 저지른 씻을 수 없는 죄를 만분의 일이라도 갚는 길이 될 것”이라고 꾸짖었다.
송운학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서울대는 일본과 미국 등 외세에 협력하고, 국민을 배신하고 나라를 망치게 한 흉악한 범죄자들을 배출한 온상이며, 폐교해야 마땅하다는 비판적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같은 대학교 동문으로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꾸짖었다.
송 대표는 “젊은 시절 반유신독재 운동에 투신하여 졸업이 늦었고 여러 가지 고초와 불이익을 당했다. 하지만,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결코 단 한 번도 없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서울대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기 때문”이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와 독재부역자 및 헌정질서유린범죄자를 기념하는 공간을 철거하거나 폐쇄하고 자랑스러운 동문 명단에서 삭제해야만 할 때”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대 본부를 찾아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유민홀 폐지 요구가 담긴 진정서를 제출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3.15부정선거 4.19발포 홍진기 인혁당 사법살인 민복기 기념하는 서울대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