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학생, '7시간 행적' 30년 감춘 황교안 꾸짖다

고승은 기자 | 기사입력 2019/04/18 [10:30]

세월호 생존학생, '7시간 행적' 30년 감춘 황교안 꾸짖다

고승은 기자 | 입력 : 2019/04/18 [10:30]
▲ 세월호 생존학생 장애진 씨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아직도 우리에게는 세월호 생존자라는 단어가 무거운 죄책감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 오마이TV

[ 서울의소리 고승은 기자 ] “안녕하세요. 세월호 생존학생 메모리아 대표 장애진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5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아직도 밝히지 못해 그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같이 걸어온 5년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숨겨지고 감춰졌던 것들을 우리는 그 시간동안 조금씩 찾아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생존학생 장애진 씨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장씨는 우선 사건의 진실을 밝힐 중요한 열쇠인 ‘세월호 7시간’을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가기록물로 지정, 최대 30년간 열어보지 못하게 한 황교안 자한당 대표를 겨냥, 강하게 꾸짖었다.

▲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힐 중요한 열쇠인 ‘세월호 7시간’을 국가기록물로 지정, 최대 30년간 열어보지 못하게 한 건 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벌인 일이다.     © JTBC

“대통령의 7시간, 그 시간을 30년간 봉인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30년이 지나면 저희는 50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우리가 포기할 거란 생각으로 긴 시간을 묶어놓은 것일까요? 시간은 잘못을 감추고 빠져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정말로 결백하다면 이렇게 숨길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난 2017년 6월 송기호 변호사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박근혜 재임 시기의 세월호 7시간 문서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기록원과 황교안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은 세월호 관련 문서는 대통령지정기록물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지난 2월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기록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모두가 슬퍼해야할 세월호 참사에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국민을 밑도 끝도 없이 분열시킨 정치인들, 특히 자한당 정치인들을 향해서도 이렇게 꾸짖었다. 장 씨는 “세월호 참사를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을 상대로 엽기적 망언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는 차명진 전 자한당 의원.     © KBS

“정치인 중 몇몇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고 합니다.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비치도록 하며, 서로의 사이를 이간질하였습니다. 정치적으로 보지 않았더라면 진상규명을 위해 여러 당이 모여 노력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모든 분,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시선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장애진 씨는 지난 2015년 1월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세월호 특조위가 유가족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수사권·기소권도 없이 출범했고, 또 박근혜 정권에 의해 방해받고 강제종료됐음을 언급했다. 이후 사회적참사 특조위가 꾸려져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도 특조위에는 수사권·기소권이 없어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가 없다. 장 씨는 답답함을 이같이 표현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조사된 내용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지만,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책임지고 있지 않습니다. 국가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왜 돌아오지 못하였을까요? 그 이유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마 국가가 더 잘 알지 않을까요?”

 

그는 언론과 국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고 했다.

▲ MBC의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역대 최악의 오보중 하나로 꼽힌다.     © MBC, 민언련
▲ 언론들은 세월호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구원파, 유병언에 대한 선정적 보도로 물타기했다.     © MBC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을 향해 등장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기레기’다. 그동안 불신 받고 있는 언론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난 사례가 세월호 참사다.

 

정부의 발표만을 받아쓰다 일으킨 ‘전원구조’ 오보 대참사를 시작으로, 클릭수 높이기 위한 황당한 어뷰징(검색어로 클릭수 장사) 기사 남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유병언 관련 과도한 어이없는 보도, 참사 피해자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는 막장행동 등 총체적 문제들을 모조리 보여줬다.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관련 만행은 국가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 그 밑바닥을 여실히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가족과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캡사이신 섞은 물대포까지 난사하지 않았나. 그런 수많은 인면수심 공작들은 김기춘의 지시사항이 적혀있는 ‘김영한 비망록’에 낱낱이 드러난 바 있다.

▲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성했던 ‘김영한 비망록’,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관련해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 민낯이 드러나 있다.     © JTBC

“우리 피해자가족들은 위로와 치료를 받아야하는 대상인데, 왜 왜곡된 얘기로 피해자들이 더 상처 입게 만드셨나요? 왜 피해자가 책임자를 나서서 찾고, 죄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할까요? 도대체 왜 피해자가 외쳐야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까요. 아직도 우리에게는 세월호 생존자라는 단어가 무거운 죄책감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떠한 사유로 인해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사이가 된 것일까요?”

 

장 씨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안전을 도맡아 책임지고 본인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져야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상을 밝히는 것이 오래 걸릴 걸 알고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다짐했다.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을 부수어도, 그 뒤에는 더 복잡한 미로가 있었습니다. 그 미로에서 탈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미로가 출구를 감추고 있을 뿐, 그 출구로 나올 수 없다면 우리는 또 다른 출구를 찾아 이 미로에서 벗어나고 말 것입니다. 아름다운 날에 함께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끝까지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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