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달 8일 개봉 '호텔 뭄바이' 목숨까지 버리는 부성애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9/04/30 [10:27]

[영화] 내달 8일 개봉 '호텔 뭄바이' 목숨까지 버리는 부성애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4/30 [10:27]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타지호텔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긴 영화 <호텔 뭄바이>가 다음 달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00명의 투숙객과 500명의 직원이 테러범들에 의해 호텔에 감금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영화 초반 호텔 로비만 호주에서 촬영했을 뿐 나머지 장면은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이 실제 테러의 공포를 느끼도록 현장에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진짜 테러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도록 했을 뿐 아니라, 테러범 역을 맡은 배우들과 인질로 붙잡힌 사람들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촬영 할 때 외에는 서로 마주치지도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중동 최고의 명문가 출신으로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가문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이 사랑하는 외국인 데이빗(아미 해머 분)과 결혼한 자흐라(나자닌 보니아디 분)는 타지호텔의 VIP이다.

그녀가 호텔 내 어느 식당에 들릴지 몰라, 행여 예약 없이 방문했다 기다리게 되면 난리가 날까 싶어 호텔 측에서 알아서 모든 식당에 일단 예약을 걸어둘 정도로 호텔 입장에선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귀분 중에 귀빈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 손님 중 이 호텔의 VIP인 바실리(제이슨 아이삭스 분) 역시 까다롭기로 유명한 손님이다.

대체 뭐가 그리도 두려운지 그는 반드시 본인이 보는 앞에서 병을 개봉해 와인을 따라야만 한다.

물론 그렇게 까다로운 그가 마시는 술은 언제나 최고급 주종이다.

이렇게 호텔에선 신경 쓰이는 귀빈들이 묵은 어느 날, 갑자기 알라를 추종하는 테러범들이 호텔에 들이닥쳐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작 전화를 통해 그들에게 실시간으로 지시하는 인물은 그 위험한 일에 직접 나서지도 않고, 그들에게 약속한 거액의 돈도 가족에게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잘못된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순진하고, 가난하고 순진한 이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걸고 테러를 저지르도록 조종하는 악인(惡人)에 불과하다.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곳인 줄 알았던 호텔이 한순간에 죽음의 골짜기로 변한다.

이에 직원들에게 매우 엄격하기로 소문난 수석 셰프 오베로이(아누팜 커 분)는 일단 식당에 있던 손님들부터 호텔 내 가장 안전한 별채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셰프에게 혼나기 일쑤였던 아르준(데브 파텔 분)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같은 시각, 경찰은 호텔에 VIP가 많은 탓에 경찰특공대가 올 때까지 섣불리 진압 작전을 전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경찰특공대는 13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오는 탓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부인과 식사 중이던 데이빗은 스위트룸에 있는 유모에게 연락을 취해 보지만 연락이 안 되자 직접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방으로 이동한다.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일단 현재까지는 안전한 곳에 있으니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지만 아이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의 목숨을 걸고 아이에게 가는 부성애(父性愛)를 보여준다.

물론 결국 데이빗은 고인(故人)이 되고 만다. 그리고 정체가 궁금했던 러시아인 손님 바실리가 전직 러시아 특수부대 장교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지만, 정작 아무런 대항도 제대로 못해 보고 너무도 허무하게 죽는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데이빗이 자신의 아이와 부인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처럼 날아다녔을 것이고, 바실리 역시 일당백의 기세로 총 한 자루 없이 포크와 나이프 하나만으로 현장의 테러범을 모두 진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참으로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탓에 최대한 고증을 거쳐 당시 있었던 일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탓에 그런 장면은 없다.

결국은 경찰특공대에 의해 모든 테러범이 제압됐으나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리고 얼마 전 10주년을 맞아 당시 호텔에 투숙했던 생존자들이 모여 그날을 기념했다. 이는 살아남았다는 자축의 의미가 아니라, 당시의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행사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제목이 ‘호텔 뭄바이’ 보다 ‘타지호텔’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호텔 뭄바이>를 통해 그날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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