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언론 아베 경제보복 비판하는데 한국 보수언론 文정부 비난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7/04 [10:59]

일본언론 아베 경제보복 비판하는데 한국 보수언론 文정부 비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7/04 [10:59]

아사히 "자유무역 원칙 왜곡" 도쿄신문 "서로 불행해져".. 결국 일본 기업의 피해로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가 실리와 명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본 내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보수신문, 경제지들이 "감정외교가 부른 참사" "정치외교 갈등이 경제에 부담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 원칙을 지지한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는 것과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신문은 "대법원 판결이 일본에겐 조약 파기로 볼 수 있다"며 "한일협정이 지켜져야 한다"고 마치 일본 정부 대변인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 3일 자 조간에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정치 목적에 무역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치켜들고 있는 어리석은 행동에 일본도 참여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사히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인 일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이라는 선언을 주도했다"며 "그리고 이틀 후의 발표에서는 다국간 합의를 멋대로 가볍게 여기는 자세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배경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대항 조치는 아니라고 하고 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이번 조치가) 무역과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서 일본의 신용을 떨어트릴 수 있으며 한일 양쪽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도 이런 모순적인 설명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에 피해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고, 장래에는 한국 기업이 공급처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며 "정치의 대립에 경제 교류를 끄집어내는 것이 한일 관계에 줄 상처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한일 정부가 머리를 식힐 시기다. 외교당국의 고위 관료 협의를 통해 타개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며, "국교 정상화 이래 반세기 이상 이웃 나라 사이에 쌓아 올린 신뢰와 교류의 축적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의 3일자 조간에 실린 사설. 연합뉴스

 

앞서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자 지면 사설과 기사들을 통해 "통상정책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 관점에서도 불이익이 많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날 경제산업성이 공개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산업은 일본의 부품, 소재산업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표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일본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부품 공급이 끊기며 혼란이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며 "일본발 공급 쇼크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한일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일본 기업의 피해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교 문제를 경제문제로 엮는 대응에 대한 강한 우려도 표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관세위협, 통상정책을 정치분쟁의 해결로 사용하는 데 강력히 항의해왔다. 자유무역을 주창해온 일본의 노력을 해칠 것"이라며 수출규제 등 통상정책을 국제정치의 도구로서 이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도쿄신문도 3일 조간에 게재한 서로 불행해질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의 조치는 일본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 조기 수습을 꾀해야 한다"며"강제징용 문제는 외교 협상을 거듭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수출 규제로 긴장을 높이는 것은 현명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의 경제는 상호 의존 관계에 있고, 자유무역의 원칙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대항 조치는 이런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의 탈(脫)일본이 진행되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과거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을 때 중국은 희토류의 수출 제한 조치를 했고, 일본 측은 이를 비난했다"며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수출 제한이 꼭 정치적·외교적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야당도 아베 비판하는데 한국언론·야당은 청와대 비판…이해 안돼"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들은 강제징용을 한 전범기업들이 사죄와 함께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우선인데도 이를 거부하고 보복에 나선 것이 일본 정부인데도 도리어 우리 정부의 대일정책을 문제 삼아 비난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언론들의 일본 경제보복을 대하는 보도 행태들 두고 청와대는 일본 언론과 일본 야당도 아베 일본 총리의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데 한국의 언론과 야당이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2일 조선일보는 한일관계 악화 책임있는 靑, 막상 日 보복조치 나오자 침묵에서 청와대를 탓하며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해왔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는 징용 판결 때는 사법부의 결정이라 정부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일본이 사실상 경제 보복으로 나오자 담당 부처가 대응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3일 자 "일본 보복카드 100개, 이제 겨우 한 개 나와"라는 경제면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자의적 해석인 이번 경제보복 조치가 WTO 규칙에 안 어긋난다는 반론을 충실히 앞세워 주며 우리 정부의 비상계획 마련이 미진했다고 정부 탓으로만 돌렸다.

 

앞서 중앙일보는 2일 사설에서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과연 우리 정부는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삼권분립하에 있는 대법원의 판결을 묵살하거나 부정했어야 한다는 주장인지 의문이다.

 

문화일보는 조중동 못지않은 신랄한 정부 때리기"에 앞장섰다. 2일 사설에서 "문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응은 국민의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그러나 결코 그런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치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 크게 잘못됐다고 전하려고 하면서 굴욕외교도 감수하라고 읽히는 논지의 내용이라 더 충격이다.

 

문화일보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은 지켜져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비난했다. 문화일보는 "문 정부 들어 위안부 합의와 대법원 관련 판결 지연을 적폐로 몰아 처단한 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각오로 아베 총리와 담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일간지뿐만 아니라 일부 경제지들의 보도 양상도 아베의 경제보복을 비판하기보다 우리 정부 때리기에는 별반 다를 바 없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언론들의 반응과 대동소이하다.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정외교, 갈등외교가 가져온 외교참사"라고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향후 대응 역시 강경일변도로만 가서는 안 된다"며 "한일관계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앞으로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고 요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들의 이런 보도 태도를 두고 지난 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대법원 판결 부정은 민주주의 체제 부정"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대법원판결을 뒤집고 판결대로 못하도록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의 아베 총리가 그렇게 결정한 것이고, 아베 총리 뜻이라는 보도도 있을 정도"라며 "일본 언론과 일본 야당도 아베 총리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데, 어떻게 우리 언론과 우리 야당은 아베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냐"고 반문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징용에 전범기업 등이 배상해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외교적 마찰 막기 위해 합리적 방안 만들어 일본에 제시했으나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돈을 받아 성장한 우리 기업과 강제징용한 일본 기업이 같이 돈을 내는 안을 피해자와 유족들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그 정도면 검토해볼 만하고 마찰 없이 순탄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봤으나 그것을 일본 정부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걸 굳이 일본 정부가 무역 보복이라는 형태로 나타냈다면 그것은 (우리 언론과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사실관계는 다 알고 있고, 새로운 것도 아닌데 이러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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