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증거인멸은 줄줄이 구속, 핵심인 회계사기는 기각?

고승은 기자 | 기사입력 2019/07/29 [10:05]

삼성바이오 증거인멸은 줄줄이 구속, 핵심인 회계사기는 기각?

고승은 기자 | 입력 : 2019/07/29 [10:05]
▲ 4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회계사기) 혐의의 중심에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20일 또 기각됐다.     © KBS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이게 말이 되는지 여기서부터 한번 이야기해 보자고요. 더군다나 뭐라고 했냐 하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건실한 회사가 장부상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부적절한 회계 처리를 했다.” 이게 회계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들리는 이야기입니까?

 

김경율 회계사 : 이게 지금 어떤 말씀이냐 하면 지금 계속 비유를 들고 있는데 살인사건이 있었고 너 아버지를 왜 죽였냐 이랬으면 저는 사실 쟁점이 있다고 하길래, 명재권 판사가. 혹시 아버님께서 중증을 앓고 있어서 안락사를 했습니다, 이런 말인 줄 알았는데 이런 표현을 했어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너희 아버지 왜 죽였냐고 하니까 상속을 위해서, 아버지 재산 상속을 위해서 죽였다. 이런 거랑 똑같은 거거든요.

 

주진우 기자 : 보험금 타기 위해서 죽였다.

 

김경율 회계사 : 그렇습니다. 제가 이걸 웃자고 하는 게 아니라 저희 회계사들은 이런 양형규정이 있어서 이건 가중처벌이 되는 규정이 있습니다.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한 분식, 그리고 손실을 이익으로 전환하기 위한 분식은 질적분식이라고 해서 세 배, 네 배, 다섯 배 이렇게 처벌을 받습니다.

 

4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회계사기) 혐의의 중심에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20일 또 기각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김태한 대표,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동중 전무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 3명에 대해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와 4조5천억원대의 회계사기 혐의, 30억원대 횡령 혐의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수집이 되어 있으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5월에도 검찰은 김태한 대표에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 검찰은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4조5천억원의 분식회계(회계사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자료인 회사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 등이 공장 마루바닥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 YTN

‘증거인멸’이 아닌 사건 본류인 ‘회계사기’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의 입증,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임직원 8명이 구속된 점 등을 비춰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사실관계를 보강한 뒤, 김태한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한 대표 등은 영장심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질 가치가 건실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장부상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회계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동안 2015년 전까지는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가치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해왔다. 콜옵션은 주식을 정해진 값에 살 수 있는 권리다. 2015년 말에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반영해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돼 이를 그냥 둘 수 없었다고 진술하며, 회계기준 변경 이유(종속회사→관계회사)를 설명했다. 이는 기존 삼성 측 주장을 뒤집은 것이며, 회계사기를 시인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김태한 대표는 "회계 처리는 기본적으로 CFO(최고 재무책임자)의 영역이라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고, CFO인 김동중 전무는 "회계처리 과정 전부를 김 대표에게 보고·승인받았다"며 서로 ‘회계사기’ 혐의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동중 전무는 회계사기 수사와 관련해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혐의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재평가하던 지난 2014년도와 2015년도, 위법한 회계 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 YTN

김태한 대표가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회계변경이 불가피했다“고 한 것과 관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률 회계사는 22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과의 인터뷰에서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너희 아버지 왜 죽였냐고 하니까 상속을 위해서, 아버지 재산 상속을 위해서 죽였다. 이런 거랑 똑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한 분식, 그리고 손실을 이익으로 전환하기 위한 분식은 질적분식이라고 해서 세 배, 네 배, 다섯 배 이렇게 처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어준 총수는 “가장 나쁜 거 아닌가”라고 물었고, 김 회계사는 “그렇다. 가장”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한 대표와 CFO가 서로 ‘회계사기’ 관련 책임을 떠넘겼음에도 이들의 영장이 모두 기각된 데 대해, 김어준 총수는 “서로 내가 안 죽였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사람이 이미 죽었잖나. 그런데 (서로)쟤가 죽였다고 계속 하는 거다. 대표는 CFO(최고 재무책임자)가 했다는 거고 CFO는 대표가 시켰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사람은 죽었잖나. 그러면 둘 다 구속시켜야지”라고 법원을 꾸짖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삼성 임직원 8명이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본류인 ‘회계사기’ 건과 관련해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어준 총수는 “아무 문제없는 걸 없앴다고 해서 왜 잡아가느냐? 없앤 것 자체가 불법(회계사기)을 감추기 위한 거니까 잡아간 거잖나. 없앤 게 불법적인 내용이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없앤 사람들은 잡아갔고, 그 불법을 따지기 위해서 영장실질심사를 했더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풀어준 거 아니냐. 말이 되느냐”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판사를 꾸짖었다.

 

함께 출연한 주진우 기자도 “4조 5천억 가량의 분식사기가 있었고, 4조 원의 부당 이득이 있었다. 4조 원이라는 이득은 삼성의 이득이 아니라 이재용 개인에 대한 이득이다. 이재용 개인이 가진 얻은 의결권 이득이 20조가 넘는다. 이걸 대표가 혼자 했을 리도 없다. 그런데 판사는 대리가 혼자 했다고 하고 있으니”라며 역시 명 판사를 꾸짖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복제약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함께 설립하면서 콜옵션을 약정한 바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기준변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가치는 2천900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상승, 가치가 약 4조5천억원가량 부풀려졌다.     © YTN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부분 보유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49.9%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는 당연히 지분 감소로 이어진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공시 누락을 회계사기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6년 4월 공시한 2015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가치는 2천900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상승, 가치가 약 4조5천억원가량 부풀려졌다.

 

한편, 김 대표 등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회계사기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을 수사하려던 검찰 수사도 당분간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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