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4일 개봉 '더 컨덕터', 여자여서 차별과 싸워야 했던 지휘자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9/11/05 [10:03]

[영화] 14일 개봉 '더 컨덕터', 여자여서 차별과 싸워야 했던 지휘자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11/05 [10:03]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 컨덕터>가 4일 오후 2시, 용산 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 <더 컨덕터>는 뉴욕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등에서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활동한 안토니아 브리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활동한 시대는 1920~30년대로, 거장 카라안이 1980년대에 자신이 지휘하던 베를린 필하모닉에 첫 여성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를 영입하기 위해 베를린 필하모닉 전체와 싸워야 했던 사례나 빈 필하모닉이 1997년에서야 여성 단원을 받기 시작한 사실에 비춰볼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쉽게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영화 속에서 안토니아 브리코는 미혼모인 엄마에 의해 잠시 입양을 가게 됐지만, 양부모가 그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 버리는 바람에(그녀는 네덜란드 태생이다) 친모와 평생 볼 수 없게 된다.

아이가 간절해 ‘임시보호’가 아닌 ‘유괴’도 서슴지 않았던 안토니아의 양부모는 그녀가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줄 알았다가 지휘자가 되겠다며 음악학교에 들어가려고 하자 피아노를 분해해서 땔감으로 사용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들은 그녀를 집에서 쫓아낸다.

이에 그녀는 혼자 힘으로 음악학교에 입학해 지휘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이 과정에서 유명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마크 골드스미스는 그녀에게 조력자가 되어 주지만 결국은 “여자는 (남자) 밑에 있어야 한다”며 레슨 도중 그녀를 강간하려 든다.

이 일로 둘은 결별하게 되며,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이루지 못한 골드스미스는 이때부터 그녀의 앞길을 막는데 혈안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여성 지휘자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도 여성 지휘자를 보기 드문 현실에 비춰보면, 당시 그녀를 지휘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객석 안내원으로 일하던 극장의 무대에 오르는 것을 못 마땅해 하는 이들이 공연을 방해한다.

여기에 더해 단원조차 여성 지휘자를 인정하지 못해 리허설을 거부하는 일이 생기고, 그녀는 여성 지휘자가 무대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원들 앞에서 쏟아낸다.

결국 미국에서의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치자, 정부에서 그녀에게 ‘백수 음악인’을 데리고 공연할 것을 제안한다.

어렵게 모은 단원들은 그러나 한 오케스트라에 오디션을 보러 우르르 빠지고, 오디션 자격을 얻지 못한 여성 단원들만 연습에 참여한다.

이에 그녀는 아예 여성 오케스트라를 꾸려 공연을 준비하고, 무슨 여성들이 음악을 하느냐며 대중의 반응이 싸늘하게 변한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의 영부인이 이 공연에 관심을 보이면서 전석 매진 행렬을 이끌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게 된다.

<더 컨덕터>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여주인공 크리스탄 드 브루인은 이 작품을 위해 실제로 지휘 레슨을 받기도 했다.

또 의상부터 건물까지 1930년대를 그대로 재연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영화 속 사용된 음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음악을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단원들이 연주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옛 애인 앞에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는 등 장면마다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보인다.

참고로 안토니아 브리코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수석 상임 지휘자’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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