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뒤잇는 생태하천복원을 보며

[행정제언] 자치단체간 개념없는 경쟁적 하천사업 이젠 자제해야

이무성 | 기사입력 2009/11/28 [22:25]

청계천 뒤잇는 생태하천복원을 보며

[행정제언] 자치단체간 개념없는 경쟁적 하천사업 이젠 자제해야

이무성 | 입력 : 2009/11/28 [22:25]
청계천 복원을 통하여 결국은 최고 권력에까지 오른 이명박 대통령의 사례를 본받으려는 지 지방장치단체장들이 하천사업을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는 표현이 늦게나마 정치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어느 기초자치단체에서는 6.7km에 이르는 자연하천으로의 부분적인 복원을 위하여 국비만 240억원을 투입한단다. 수질 개선에도 총 102억원의 별도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에 의해 발주되고 있는 친환경하천 정책은 예산만 탕진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하천 생태복원을 위한 시민토론회에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는데, 행정의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없이는 뜬구름 잡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자긍심을 이제부터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보물들이 아주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데 우리는 이를 하찮은 것으로 무시하고 때로는 없애버리기까지 하였다. 

실례로 전남 서부권의 영산강 뱃길 복원에도 수많은 용역을 거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할 태세지만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 그대로의 생태적 복원은 그 만큼 반대급부를 요구할 뿐 아니라 의지대로 실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추억을 갖고 산다고 한다. 테레사 수녀는 임종 직전에 ‘인생을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묵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하였다. 그만큼 익숙지 않는 것에 대한 어색함을 함축적으로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현대인들의 심리는 항상 불안하다. 때론 사소한 외부 환경에도 즉자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대상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나의 주관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이 임상심리학에서 심리치료 요법으로 가장 주요하게 여긴 ‘추억’과 관련있다.

강, 하천, 산, 골목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 한국사회에서는 점차적으로 없어져 가고 있다. 그것도 효율이라는 명분하에... 토건공화국, 한국의 슬픈 현실이다.

탐욕의 건설업자와 이를 지원해 주는 일부 토호집단, 그리고 이를 묵인해 주는 행정관료 등과의 공생으로 현재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화두인 건설. 21세기에서는 한국이나 일부 개도국을 제외하고는 그 의미들이 급격히 퇴색하고 있다.

그러나 토건공화국으로서 한국사회는 그 위용을 갈수록 더 키워가고 있다. 불행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셈이다.

OECD 국가들 중 GDP에서 건설업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나라는 한국 이외에는 결코 존재치 않는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스러운 일반 주민들의 동의과정을 돈 몇 푼으로 뿌려주면서 편리성으로 포장을 한다. 그것도 절차라는 틀로서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애써 강조한다.

하천 등을 친환경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건 추억으로 정서를 되살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천 주변을 따라서 예전 5일장이 들어섰다. 이를 역사적으로 고증하여 복원하면  상설시장으로서 그 명맥도 유지될 수 있고 주민들에게 따뜻한 예전의 추억들을 자극 해 줄 수도 있다. 

중년층에게는 그 곳은 겨울에는 썰매를 여름엔 몸을 물에 담글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존재했다. 그렇지만 이젠 그 추억들이 전설로만 남았다. 쓰레기와 생활폐수만 가득해 자연하천으로서의 기능이 대부분 상실된 상태이다.

그러나 행정 편의적으로 하천들을 복원해서는 아니한 만 못할 것이다. 해외의 사례, 특히 독일이나 불란서의 비슷한 경험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분석하여야 한다. 역사적인 정교한 고증도 필요하다.

자연 그대로의 복원만이 친환경적인 수변공간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원 광한루의 추억과 역사성을 상실한 인공적 복원 등 다른 지역에서의 볼품 없는 재현들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천엔 자연스럽게 물을 흐르는 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생활 오폐수의 차단방안도 중요하다. 쓰레기더미에 의한 악취를 없애기 위하여 바닥 해체작업도 필요하다. 
 
더욱 주요한 것은 관광 자원화라는 명분하에 외부인에게 보이기 위한 수변공간의 확보는 경계해야 한다. 주민들의 정서와도 합치되어야 한다. 인위적이 아닌 자연그대로 생태계순환으로서의 환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는 여유로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대안대학 녹색대학교 교수(사회읽기), 경제평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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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국제금융부, 다국적기업인 IBM재무기회관리본부를 거쳐 연세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등에서 다년간 강의를 하였다. 의료생협 준비를 위해 여수에 머무는 등 대안사회 특히 지역에서 적용될 대안경제 모형 창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녹색대학교 운영위원장으로서 교육,노동,생태,경제를 주제로 시민의소리, 시민의신문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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