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운다’ 투기특혜 규탄 여주양평문화예술인 여주 버스킹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22/02/21 [11:33]

‘봉이 김선달 운다’ 투기특혜 규탄 여주양평문화예술인 여주 버스킹

최방식 기자 | 입력 : 2022/02/21 [11:33]

“양평 공흥리, 백안리, 병산리, 교평리/ 공공개발도 못하는 땅에 무슨 빽인지/ 아파트 올리고 이익금 800억에/ 개발분담금은 0원/ ... 어떤 육시럴 놈이여/ 봉이 김선달이 울다 갈 일이여.”(권미강 시인이 행사중 낭송한 자작시)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이 여주장에 모여 외쳤다. 혈세를 눈먼 돈인 듯 제 주머니에 넣으며 땅투기에 열을 올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장모 가족의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며 노래로 춤으로 붓글씨로 거리굿을 하며 우수(雨水)의 시샘추위를 쫓아냈다.

 

여주양평문화예술인모임(상임위원장 하현주, 공동위원장 이영학·권미강·김엘리) 소속 문화 예술인들이 20일 정오 여주한글시장 한 가운데 있는 중앙프라자에서 ‘양평 땅 다 니 땅이냐’ 두번째 버스킹을 벌였다. 마당굿은 28일(양평)·5일(3월, 여주)에도 이어진다.

 

▲ 춤꾼 김원주씨가 투기특혜를 풍자하며 소외된 민중이 아픔을 표현하는 몸굿을 하고 있다.  © 최방식

 

“공공개발도 못하는 땅에 무슨 빽”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우수 시샘추위가 매서워 하나 둘 모여든 일행이 몸을 움츠리고 있던 시장 한 복판. 김미진 풍물패 다스름 대표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 스님 시구를 읊으며 행사 시작을 알렸다.

 

정수석 풍물패 다스름 공동대표의 소원춤이 시작됐다. 구성진 전통 가락에 맞춰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춤사위를 이어가더니 마침내 엎드려 미동도 않는다. 그리고는 목에 두른 스카프를 홱 돌려 솟대 기둥에 달아맨다. 세상 모든 투기와 특혜 들을 쓸어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염원.

 

여주에서 농사짓는 홍일선 시인이 마당 한가운데로 나선다. 작가회의 이사와 4대강살리기 문화예술인 공동위원장을 했던 그가 붓을 들었다. 먹의 흐름이 거침없다. 자신의 시 ‘씨앗등불’을 써내려간다. 곁에 기다리던 KBS 성우 출신 석원희씨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땅 씨앗들께선/ 연둣빛 눈 모셔야 하는 운명이 있어서/ 씨앗의 수많은 뿌리들이/ 빛을 향한 염원/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어서/ 경상도 안동 산골짜기 도촌동이라 하였던가/ 한 씨앗 많은 날 외로워야 했으니/ ...이 땅 눈물 있는 곳이면/ 모다 고향이라며 두 손 모우는/ 씨앗 등불 하나이 빛나고 있었으니.”(홍일선 시 ‘씨앗등불’ 중에서)

 

▲ 정수석 풍물패 다스름 공동대표가 세상 모든 투기와 특혜 들을 쓸어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염원을 담은 소원춤을 추고 있다.     ©최방식

 

석씨는 이어 김수영의 시 ‘풀’을 낭송한다. 이번에는 메모장도 없이 푸른 하늘을 보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위기에 눕고 쓰러져도 뽑고 또 뽑아도 다시 일어서고 싹을 틔우는 민초. 낭송자는 그 강인한 생명력을 일깨우려는 것이었을까.

 

“씨앗등불 하나이 빛나고 있었으니”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김수영 시 ‘풀’ 중)

 

여주(가남)의 노래하는 도예가(바우가마 대표) 최창석씨가 뒤를 이었다. 하모니카를 매단 재즈기타를 메고서 마이크를 잡는다. 1972년 발표하자마자 금지곡이 된 신중현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른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대목이 데모를 부추긴다는 정보기관의 금지사유는 사실 궁색한 것이었다. 당시 청와대가 박정희 찬가를 하나 부탁했는데 이를 거절 하자 보복을 한 것이었다. 독재자가 죽은 뒤인 80년에야 그는 이 노래를 발표할 수 있었다.

 

▲ 홍일선 시인이 자신의 시 '씨앗등불'을 붓글씨로 쓰고 있다.  © 최방식

 

여주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순간. 여기저기서 ‘앙코르’ 요청이 터져 나오자 가수는 다시 기타를 잡는다. 권미강 시인이 자작시를 읊는데 배경음악으로. 날씨 앱엔 영하 3도,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영하 7도 되는 듯. 그의 기타 치는 손이 말을 잘 들을 리 없다.

 

그런데도 거절하지 않는다. 혹여 ‘삑사리’가 나더라도 너그럽게 참고 들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1994년 발매된 김광석의 4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부른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봄의 새싹들처럼.’(김광석 노래 ‘일어나’ 중)

 

탐욕 앞 소외된 국민의 서글픔...

 

또 한 번의 ‘앙코르’. 손이 얼어 피크를 쥐기도 힘들 텐데도 그침 없다. 주요 도시 거리가 최루탄으로 얼룩졌던 1980년 대학가요제 때 발표된 노래 ‘꿈의 대화’. ‘땅거미 내려앉아 어두운 거리에/ 가만히 너에게 나의 꿈 들려주네/ ... 외로움이 없단다 우리들의 꿈속엔/ 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 눈빛엔/...’(이범용·한명훈의 ‘꿈의 대화’ 노랫말 중)

 

시장을 채운 경쾌하고도 묵직한 노래가 그치자 춤꾼(종합예술인) 김원주씨의 몸굿이 시작됐다. 풍물과 함께. 빨간 머리에 각설이 아님 어떤 아줌마 복장을 한 춤꾼. 무언가 배 터지게 먹고는 뒤로 배설해내는 모습. 편중된 탐욕 앞에 소외된 국민의 서글픔이 배어난다.

 

▲ 여주 노래하는 도예가(바우가마 대표) 최창석씨가 신중현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자 문예인과 시민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최방식

 

마지막은 대중음악인 김기환씨. 양평 버스킹에 이어 이번에도 개사곡 ‘땅 좀 주소, 배고프요’를 불렀다. 노래 중 작은 시비가 터졌다. 상인모임 간부라며 노래하면 안 된다고 나가란다. 곧 끝난다고 해도 막무가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국민의힘 소속 한 여주시의원의 가족이란다. 가수는 노래를 마쳤고, ‘고래사냥’(박정희 정권 금지곡,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슬픔뿐... 내용 허무주의 조장이라나)을 한 곡 더 부르고 무대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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