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통체 삼키고 잘도 살아간다"

詩로 말한다 "그대 칼만 벼르고 있는 무리들아 잘 새겨들어라..."

임효림 | 기사입력 2007/12/15 [11:29]

"낚시를 통체 삼키고 잘도 살아간다"

詩로 말한다 "그대 칼만 벼르고 있는 무리들아 잘 새겨들어라..."

임효림 | 입력 : 2007/12/15 [11:29]
망우존인(忘牛存人) /설악산인 무산 조오현 시
 
 
과태료 백 원 있으면 침 뱉아도 좋은 세상
낚시를 그냥 삼킨들 무슨 걸림 있으리까.
살아온 생각 하나도 어디로 가 버렸는데
 
눈감고도 갈 수 있는 이승의 칼끝이다
천만 개 칼만 벼르는 저승의 도산이다
이승 저승 다 팔아먹고 새김질하는 나날이어
 
 
▲ 망우존인 불화.
[詩해설]
무산 심우도의  연작 7번째 시(詩)다. 심우도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찾아 가는 것을 소를 치는 목동이 소를 찾아가는 것으로 비유한 선종의 법문이다. 그러니까 소는 존재의 자성, 즉 본질을 말하는 것으로서 소를 찾았다고 하는 것은 자성을 찾았다는 말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소를 찾아 길들여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에 6번째가 기우귀가(騎牛歸家)로서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고, 7번째가 바로 여기 이시의 제목인 망우존인(忘牛存人)이다.
 
망우(忘牛)란 소를 타고 집에 돌아온 사람이 이제 소를 자기 집에 갖다 놓았으니 소를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전히 존인(存人)이라고 하여 사람까지는 잊어버리지 못하고 남아 있다는 뜻이다. 도의 매우 높은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현 선사의 이 선시(禪詩)에서 또 다른 의미를 읽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현실을 매우 잘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과태료를 물 돈만 있으면 마음 되로 침을 뱉어도 된다. 그보다 더한 것은 뇌물, 그것도 낚시를 통체로 삼켜도 걸릴 것이 없다. 우선 침 뱉고 낚시를 통체로 삼킨 사람들이 행세하고 사는 것을 보고 있지 않는가.
 
그대들 칼만 벼르고 있는 무리들아 잘 새겨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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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 스님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이며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스님은 시인으로서 <흔들리는 나무>, <꽃향기에 취하여>, 산문집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그 곳에 스님이 있었네>, 생활 불교 이야기 <사십구재란 무엇인가>, 번역서 만해 한용운의 채근담 <풀뿌리 이야기> 등을 펴냈다. 본지 대표이사 발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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