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갈매빛 가두봉 깎아 활주로 만든다니...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 15] 사동 울릉신항을 가면 오징어 머리형상...

한도훈 | 기사입력 2016/01/13 [10:52]

오색갈매빛 가두봉 깎아 활주로 만든다니...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 15] 사동 울릉신항을 가면 오징어 머리형상...

한도훈 | 입력 : 2016/01/13 [10:52]
사동 울릉신항을 가면 앞으로 툭 튀어나온 가두봉(194.3m)이 있다. 가늘고 긴 여인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닮은 봉우리이다. 울릉도 전체 지도를 거꾸로 들면 오징어 머리 앞부분처럼 보인다. 그 중 뾰쪽하게 튀어나온 곳을 가두봉(可頭峰)이라 부른다. 행남등대와 수층교 곰바위를 좌우 날개로 머리를 활짝 펼쳐든 오징어. 몸통은 울릉도 송곳봉 뒤편 바다.

가두봉 절벽 아래로 해안도로가 통과하는 가두봉터널이 있다. 가두봉 절벽은 울릉도 화산이 만들어낸 절묘한 주상절리. 이 곳을 통과해 통구미로 간다. 바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면 갈매기가 나르고 그 사이로 바라보는 가두봉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주위로 운무가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햇살이 화살처럼 쏟아질 때면 아주 몽환적이 된다.
 
▲ 가두봉과 등대.     © 한도훈
갈매가 나르는 주상절리 절묘한 절벽

해안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가두봉, 얼굴바위, 투구봉, 곰바위, 대풍감, 송곳봉, 공암, 삼선암, 관음도, 죽도, 행남등대 등 줄줄이 이어지는 풍경은 ‘꿈의 휴양지’라는 이탈리아 포지타노 보다 내생각엔 100배는 더 멋있다. 포지타노는 집들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오히려 자연적이지 못한 느낌이다.

가두봉터널 바깥쪽엔 가두봉 등대가 있다. 사람이 없는 무인등대다. 한밤중 어둠이 바다에 가득 찰 때 어부들에게 방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울릉신항 등대하고는 가깝게 붙어 있다.

가두봉등대 아래에는 춧발바위가 있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바위라는 의미에서 울릉도에선 춧발이라고 쓴다. 독도에도 하나 있다. 이 춧발바위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다. 울릉도의 수중풍경 중 가장 멋있는 곳이란다. 회유성 난류 어종인 오징어, 명태, 정어리, 고등어, 꽁치, 방어, 삼치, 멸치 등을 볼 수 있다. 한류성 어종으로 대구, 명태, 도루묵 등이 바닷 속에서 유유자적 헤엄치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가두봉은 울릉도에서 도동, 저동, 사동으로 이루어진 남면하고 통구미, 남양, 학포, 태하로 이어지는 서면과 경계선에 있다. 태초에 울릉도에서 가두봉 스스로 이 경계를 짓기 위해 앞으로 툭 튀어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사동바다와 통구미 바다에서 밀려드는 파도의 세기가 서로 다르다. 사동의 파도가 거세지면 얼른 통구미로 건너가면 된다. 거기엔 파도가 잠잠하다. 낚시꾼들은 파도의 장난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낚시를 즐긴다.
 
▲ 가두봉에 있는 밭.     © 한도훈

그런데 이 가두봉 산등성이에 울릉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가두봉 등성이에는 밭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을 깎아 공항을 만든다고 한다. 활주로를 만들고 50인승 경비행기를 운행해 울릉도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강릉 등 전국에서 한 번에 날아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두봉이 깎이고 뭉개지는 수난을 당할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가두봉이 사라지고 비행장이 들어서면, 과연 관광객들이 더욱 더 많이 찾아올까? 이탈리아 포지타노, 그리스 산토리니 섬이 비웃을지 모른다.

'세계 10대 해양휴양섬' 난개발 우려

2010년 세계적인 배낭여행 전문지인 론리 플래닛 매거진(Lonely Planet Magazine)이 울릉도를 관광객들이 선정한 세계 10대 해양휴양섬이라고 발표했다. 그것도 다섯 번째다. 울릉도 전체가 태고의 자연 그대로 보전돼 있고, 다른 섬들과는 달리 물이 풍부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선정 이유에 포함되어 있다.
 
▲ 해안도로가 없던 시절 사동 눈덮힌 풍광.     © 한도훈


이렇게 아름다운 울릉도 가두봉에서 비행기가 뜨면 어떻게 될까? 참으로 좋을 것일까? 천혜의 봉우리 하나가 그저 비행기 날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가두봉이여! 세계 10대 섬에 뽑힌 신비의 섬 울릉도여! 오징어 머리를 닮아 더 아름다운 그 자태, 갈매빛, 오색빛으로 영원히 빛나라!”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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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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