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멋·즐거움 주는 통구미 거북바위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9]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한도훈 | 기사입력 2016/02/12 [10:37]

행운과 멋·즐거움 주는 통구미 거북바위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9]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한도훈 | 입력 : 2016/02/12 [10:37]

통구미항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위가 있다. 거북바위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면 정확하게 마을 중앙에 있다. 멀리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바위처럼 보이지만 통구미 물양장에 차를 대고 가까이 가보면 아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이 거북바위를 빙 돌아 평평하게 바위가 깎여져 있다. 배나 보트를 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거다. 거북바위 뒤편이 울릉도에선 소문난 방어, 방어와 비슷하지만 여름철에 많이 잡히는 부시리, 그리고 돔 종류 중에서 흑돔·참돔·벵에돔 낚시 포인트로 유명하다. 그래서 근처는 늘 낚시꾼들로 붐빈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흑돔이나 벵에돔이 낚시바늘을 건드리는 시간 동안 주변에선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빨간 파라솔을 드리우고 커피나 음료수, 더덕주스 등을 팔고 있다.

▲ 울릉도 통구미 거북바위.     © 한도훈


조금 더 가면 제법 큰 해식동굴이 있다. 이 동굴로 올라가서 앞을 바라보면 통구미항이 보이고 건너편 가재굴바위가 오묘하게 다가온다. 이 해안동굴에서 사진을 찍으면 통구미항이 살짝 보이고 검은 동굴이 둥근 배경으로 장식된다.

방어·부시리·벵에돔 낚시꾼 유혹하는 곳

아마도 이 해식동굴에 옛날옛적 거북이가 살지 않았을까? 그냥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바다위에 전시된 생생한 조각작품 같다라고나 할까. 그냥 거북바위를 푹 떠나가 도시의 전시장에 옮겨 놓으면 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북바위는 거북이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양장 왼편으로 쭉 나와서 바라보면 거대한 거북이를 발견할 수 있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통구미 마을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거북은 아주 오래 살아서 용이나 봉황과 더불어 상서로운 동물이다. 거북이가 마을을 향해 스스로 기어 들어오고 있으니, 마을에 복과 행운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통구미는 거북이가 복을 가져다주는 울릉도 최고의 마을이다.

자세히 보니 한 마리가 아니다. 그 거북의 등을 보니 왼편에 올라탄 새끼 거북이 보이고, 등허리 꼭대기에 또 한 마리가 얌전하게 앉아 있다. 통구미항에서 바라보면 아래쪽에 거북이 한 마리가 있고, 오른쪽 등성이에 바다로 막 뛰어 들려고 하는 거북이 한 마리가 위태하게 바위에 붙어 있다. 바다 쪽에서 보면 물양장 바닥돌이 머리이고 그 위돌 거북등이 되는 한 마리가 더 있다. 이처럼 보통 여섯 마리 정도가 보인다.

▲ 거북바위.     © 한도훈


마음이 아주 착하고 깨끗한 사람에게는 아홉 마리까지 보인다는데 여섯 마리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마음 수련이 덜 되었음을 자책한다. 한 이삼년쯤 수련하고 보면 아홉 마리를 다 찾을 수 있을까? 다들 손을 들고 서약을 한 뒤 찾아보라. 거북이가 몇 마리나 발견되는지를...

한가지 더, 각도를 달리해서 선착장 쪽에서 바라보면 거북바위 뒤쪽 꼭대기가 고개를 한껏 쳐든 멧돼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북바위에 멧돼지라,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리 보이니 어찌하리. 멧돼지바위라고 새롭게 명명해야 하나?
 
'아홉마리 거북' 발견하면 '착한 여행자'
 
때론 거북바위 앞 바다가 이 성난 멧돼지처럼 파도를 거세게 밀고 와서는 바위가 부서져라 내리치기도 한다. 이때는 선착장에 매놓은 배들까지 삼켜버릴 수 있으니, 배들은 긴급하게 몽돌해안 위쪽으로 피난살이를 해야 한다.

파도가 잔잔할 때는 이 거북바위 주변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한다. 비치 다이빙 포인트이다. 최대 수심 15미터 정도여서 맨처음 바다속 환상을 경험하기 위해 뛰어든 초보다이버들에게 최적의 포인트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밤에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고 다이버 포인트인 제주도 문섬이나 다른 곳에선 밤다이빙을 즐길 수가 없다. 그래서 다이빙 초보자뿐만 아니라 다이빙을 훈련하려는 사람들로 여름이면 늘 북적댄다.

보통 다이빙을 하려면 다이빙 전용선을 타고 가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통구미 물양장하고 접해 있어 굳이 전용선을 타지 않더라도 다이빙이 가능하다. 전용선 비용이 들지 않아 아주 저렴하게 바다 속 환상을 경험할 수 있다.
 
▲ 거북바위.     © 한도훈


거북바위 주변에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방어떼, 부사리떼가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오징어들이 헤엄치는 모습도 덤이다. 바닷속 아름다운 풍광, 그 최고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거북바위가 여행객들에게 주는 것은 사파이어 보석같은 행운이다. 행운은 거북이로부터 오고, 이 행운을 온전히 가져가는 것은 통구미 마을사람들, 여행객들, 울릉도 사람들, 전세계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거북바위를 배경으로 천천히 바닷속으로 갈아앉는 일몰 또한 보는 이의 숨을 멈추게 한다. 이 장면 하나로 사진쟁이들을 거북바위로 불러 모은다.

초보·밤 다이빙 즐기는 행운과 환상의...
 
밤이면 거북바위에 조명을 입혀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색색의 옷을 입은 거북바위가 새롭게 각색된 행운을 준다. 그러기에 이 거북바위에서 패션쇼를 하거나 노래자랑을 하기도 한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독도지키기마라톤대회’ 참가 선수들도 이 거북바위를 바라보며 뛴다.

“거북바위여! 행운과 복을 가져다주는 그 자체여! 태양이 바다로 떨어질 때마다 새로운 늘 새모습으로 태어나는 그대여! 영원히 통구미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여!”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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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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