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마 닮은 가재굴바위 등엔 향나무가 산다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20] 독도로 한걸음 내달리다 거친숨 내뿜는

한도훈 | 기사입력 2016/03/03 [11:33]

질주마 닮은 가재굴바위 등엔 향나무가 산다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20] 독도로 한걸음 내달리다 거친숨 내뿜는

한도훈 | 입력 : 2016/03/03 [11:33]
통구미엔 후박나무뿐만 아니라 향나무도 유명하다. 도동항 향나무는 나이가 2천5백살이나 되었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했지만, 통구미 향나무는 천연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는 가재굴바위 능선. 한그루가 아니라 여러 그루가 함께 자란다. 이곳 말고 통구미터널을 지나 남통터널을 가는 중간 험준한 절벽에도 많은 향나무들이 비바람에 시달리면서 잘 자라고 있다.

왜 울릉도 향나무는 절벽의 바위를 붙들고 씨앗을 퍼뜨렸을까? 성인봉 숲속이나 나리분지 같은 평지에는 향나무가 없고 절벽만이 있는 통구미나 대풍감, 도동항에 더 잘 자랄까?
 
아스라한 절벽에 뿌리내리고 누천년 살아온 향나무
 
더 이상 험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뿌리를 내리고 몇 백년, 몇 천년씩 생존을 해온 사실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절벽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만 영혼까지 촉촉이 적셔주는 짙은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모양이다.

▲ 거북바위에서 바라본 향나무 자생지.     © 한도훈

▲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의 거북바위와 가재굴바위.     © 한도훈

통구미의 향나무자생지는 향나무의 원종(原種)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생물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바닷가 해풍을 맞고 절벽에 위태롭게 선 향나무의 유전자원은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기에 사람들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으려고 천연기념물로 일찌감치 지정을 한 거다.

이 향나무자생지가 있는 가재굴바위는 거북바위에서 보면 말을 닮은 것 같다. 앞부분에 불쑥 세워져 있는 귀, 그 아래 쭉 뻗은 잘생긴 이마, 이마 사이에 움푹 들어간 눈, 탐스런 코 아래에 있는 입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영락없는 말머리다. 향나무자생지가 있는 곳은 등허리로 말안장을 올려놓은 것 같다. 둥그렇게 늘어진 목덜미도 나무숲으로 이루어진 말갈기 처럼 멋있다.
 
늠름하고 씩씩한 말 한 마리가 눈앞에 황홀하게 서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동해바다, 그리고 독도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픈 마음의 표현이다. 통구미가 최고의 미항으로 거듭 태어나면 이 가재굴바위도 유명해질 거다.

가재굴바위 아래로 길이 나 있다. 이곳으로 가면 방파제 테트라포트(Tetrapot)가 있다. 그 뒤쪽으로 돌아가면 멋진 가재굴이 있다. 이 가재굴은 그 깊이가 50m 정도 된다. 이 동굴에 큼직한 바다가재가 많이 있었는데 통구미 동네 사람들이 다 잡아먹었다. 그래서 가재굴이라고 이름 붙였다. 가재를 잡기 위해 늘 들락거린 동굴이다.

가재굴 입구는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가재굴에 들어가 다이빙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다만 다이빙을 오래 해본 숙련된 다이버들만 들어갈 수 있다. 동굴 다이빙이니까 초보들에겐 무서움이 엄습할 수 있다. 가재굴 동굴은 캄캄해서 랜턴을 가지고 가야 한다.
 
▲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     © 한도훈
▲ 가재굴바위 아래로 뚫린 통구미터널 해식동굴.     © 한도훈


가재굴은 물고기의 피난처, 햇살이 물그림 그리고...

가재굴은 물반 고기반일 정도로 많은 물고기들의 피난처다. 굴속이어서 어둡기에 낮동안에는 물고기들이 이곳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면 한나절은 그냥 뚝딱이다. 거기에다 동굴입구로부터 들어오는 햇살이 물그림을 그려낸다.

가재굴 폭이 점점 좁아지다가 그 끝엔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자그만 굴이 있다. 그 굴을 통과하면 몽돌이 깔려 있는 다른 굴이 나온다. 이렇게 가재굴은 갖가지 신비한 자연 형상으로 남아 있다.

“가재굴바위여! 울릉도 천연기념물 향나무를 품고 있는 바위여! 동해바다, 독도로 달려 나가려고 입김을 뿜어대는 말을 닮은 바위여!”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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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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