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한, 나 파르바티를 네 아내로 맞이하거라"

[연재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그대를 잊은적 없다'(13-1)

이슬비 | 기사입력 2017/10/22 [12:21]

"샤르한, 나 파르바티를 네 아내로 맞이하거라"

[연재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그대를 잊은적 없다'(13-1)

이슬비 | 입력 : 2017/10/22 [12:21]

13장 그대를 잊은 적 없다(2)
 
 
옛날, 저 멀리 천축국에, 압바스 조아르라는 나라가 있었다고 했다. 그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샤르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한 용사였는데, 그는 칼의 힘으로 이웃나라와 부족들을 복속시키고, 스스로 칼리파의 자리에 올라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다고 했다.


그렇게 제국이 된 압바스 조아르에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저마다 자신들만의 색을 가지고 공존했는데, 그것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숭배 외에 모든 성상에 대한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의 성격과 맞지 않는 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파 샤르한이 이러한 관용정책을 취한 것은, 속민(屬 民)이 된 이웃나라와 부족의 백성들이 제국과 자신에 대한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회유책에도 불구하고, 속국 중 하나인 긴눙가브는 끝내 압바스 조아르에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켰고, 칼리파 샤르한은 군대를 보내 이들의 반란을 진압했다.
 
긴눙가브의 왕족들과 귀족들은 모두 참하라. 그 백성들은 노예로 삼고, 딸들은 매음굴에 팔아라.”
 
이로도 모자라, 칼리파 샤르한은 한때 긴눙가브의 강역이었던 모든 곳을 불태우고, 밭을 갈아 소금을 뿌려 다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랄 수 없는 땅으로 만들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샤르한은 자신의 충성스러운 장수들을 불러, 승전을 축복하고 알라의 은혜를 되새기는 연회를 열었다.

 

장수들 중에는 이슬람교인 외에도, 힌두교인, 조로아스터교인, 시크교인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들이 있었으므로, 연회에는 이슬람교에서 금지하는 술이 등장했고, 술이 몇 순 배 돌자 취해 버린 장수들은여태 매음굴에 넘기지 않고 감옥에 가두어두었던 긴눙가브의 왕족 여자들과 귀족 여자들을 끌고 오게 했다.


이년이 바로 긴눙가브의 왕후였던 계집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칼리파?”
 
왕후는 더러워진 붉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베일이 몸 전체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보여주는 몸태는 그녀가 미인임을 여과 없이 드러내주고 있었다.
 
하하. 경들이 지금 내게 저 계집들을 전리품으로 나누어달라, 그리 말하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칼리파.”


좋다. , 나를 위해 목숨을 결고 싸운 경들에게 저깟 계집들을 나누어주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저 계집들 중, 마음에 드는 계집이 있다면 가져도 좋다.”
 
연회장은 곧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군사들이 여자들을 끌고 와 줄 세우고, 차례로 베일과 옷을 벗겨 얼굴과 몸매를 드러내고, 장수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라 강제로 범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긴눙가브의 왕후는 여러 차례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다. 그러나 그녀 또한 곧, 군사들에 의해 베일과 옷이 벗겨지고, 한 장수에 품 안에 갇혀 그를 억지로 받아들이는 신세가 되었다.
 
칼리파 샤르한은 이런 아수라장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연회장 안을 눈으로 한 번 휘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가장 구석에 서서 대여섯 겹의 초록색 베일로 몸을 감싸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들어왔다.


칼리파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챈 것일까. 여자가 마치 나는 듯한 걸음걸이로 사뿐사뿐 걸어와 두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마스테.”
 
자신을 향한 힌두교식 인사에 샤르한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정신이 나간 계집이 아닌가. 감히 알라의 아들, 알라의 종, 압바스 조아르의 칼리파에게 힌두교식 인사를 올리다니. 한참을 웃고 난 샤르한이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죽음이 두렵지도 않으냐?”


폐하께서는, 죽음이 두려워 어둠 속에서만 숨어 사는 것을 인간의 삶이라 보십니까.”
 
당돌한 대답. 거기에 여자는 아랍어를 알고 있었다. 샤르한은 다시 웃으며 물었다.
 
너는 몇 살이냐?”


나이보다는 이름을 먼저 물어봐주시옵소서.”
 
여전히 당돌한 대답이었다. 샤르한은 물었다.
 
좋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저의 이름은 파르바티라고 합니다. 히말라야에서 태어난, 시바 신의 아내여신의 이름과도 같지요.”


긴눙가브의 왕족이나 귀족이었느냐?”


무희였습니다. 귀족들의 연회에 불려 다니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흥을 돋우고, 때로는 밤시중을 든다 하여 가장 천대받는 무희였습니다.”


한데,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귀족이었습니다. 저는 긴눙가브의 한 귀족 가문의 첩이었으니까요.”
 
춤이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칼리파 샤르한은 문득, 여자의 춤이 보고 싶어졌다. 샤르한은 여자에게 명령했다.
 
이 자리에서 춤을 추어볼 수 있겠느냐?”


그리 할 수는 없습니다.”


어째서냐?”


제가 춤을 출 곳은 제가 정하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포로 주제에 자신이 춤출 곳은 자신이 정한다. 흥미가 생긴 샤르한은 여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네가 춤출 곳이 내 앞이 되도록 만들 수 있겠느냐?”


무희는 어둠 속에서도 춤을 추고, 밝은 곳에서도 춤을 추는 법입니다. 그러나 무희가 춤을 추는 곳 중 가장 으뜸된 곳은, 가장 밝으나 가장 어둡고, 가장 어두우나 가장 밝은 곳입니다.”
 
샤르한은 크게 웃으며 시종들에게 명을 내렸다. 저 무희를 자신의 후궁에 데려다놓으라고. 혼자 쓰는 방을 주고, 요리사와 시종과 시녀와 미용사와 노예를 붙여주고, 하렘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려놓으라고.
 
칼리파 샤르한의 명령에 시종들은 아연실색했다.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여자들을 범하던 장수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칼리파와 무희를 바라보았다. 황후라니. 칼리파의 후궁에 황후가 들다니.


압바스 조아르의 모든 왕들은 여태 황후를 들이지 않았다. 전쟁에서 패해, 가장 존귀한 여인이 적국의 왕에게 술을 따르는 치욕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칼리파에 의해 순식간에 황후로 봉해진 파르바티는, 두 손을 모아들고 칼리파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 무릎을 굽히고 앉아, 한 손을 위로, 한 손을 몸 앞으로 하고, 한쪽 다리를 뒤로 뻗었다 가슴 앞으로 차올렸다.


짤랑. 파르바티의 발목에 달린 발찌의 방울과 구슬들이 짤랑이는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파르바티는 일어서서 한쪽 다리를 올리고, 한 손으로 다리를 잡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베일 하나를 벗었다.
 
파르바티는 춤의 한 대목이 끝날 때마다 베일을 하나씩 벗어던졌다. 마침내 여섯 번째 대목이 끝났을 때, 파르바티는 마지막 남은 베일을 벗어던졌다.


그 순간, 연회장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달빛이 내려와 파르바티를 비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르바티의 몸에서 빛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압바스 조아르의 칼리파 샤르한이여.”
 
파르바티가 샤르한을 불렀다.
 
나는 여신 파르바티이다. 우주를 창조한 세 명의 주신 중 하나인 시바의 아내이다. 너와 나의 후손들이 영구히 이 땅을 다스리게 하라는 명을 받고 네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나를 너의 아내로 맞이하거라.”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서란은 그저 신기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제화족의 전승에서도, 삼백족의 전승에서도 신이 인간과 혼인을 한 일은 없었다. 아니, 인간은 신과 혼인을 하고자 했으나, 신은 그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꾸짖으며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그 이야기를 두 번째로 들었을 때, 서란은 정말 쓰레기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패전국의 여자들을 매음굴에 팔다니. 그리고 패전국의 왕족 여자들과 귀족 여자들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들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옷을 벗기고 강간하다니.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높은 제화족 사회에서는, 또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북방의 키야트 아이누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키야트 아이누의 여성우월주의적 사회와 문화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한씨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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