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 짓지 말고 소외자 멀리 말라”

[김계유의 주역속으로] 지천태괘 구이효사, ‘붕망’·‘불하유’ 해설

김계유 | 기사입력 2009/08/04 [00:32]

“패거리 짓지 말고 소외자 멀리 말라”

[김계유의 주역속으로] 지천태괘 구이효사, ‘붕망’·‘불하유’ 해설

김계유 | 입력 : 2009/08/04 [00:32]
▲ 김계유
역경에 붕망(朋亡)과 불하유(不遐遺)를 언급한 대목이 있다. 반드시 정치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인 해석이라야 무난하게 느껴지는 문구의 내용이다.

붕망(朋亡)의 개념은 해석이 서로 엇갈리지만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자들과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하유(不遐遺)는 버려진 이들을 멀리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

역사적으로도 보면 조선왕조의 가장 큰 정치 폐단이 바로 붕당정치에 있었다. 영조와 정조 등이 임금으로서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를 탕평책에 두었던 까닭도 바로 이 점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경(易經)이 말하는 정치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 때의 일이었다. 진시황을 보좌하는 재상으로 이사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사상을 억압하는 분서갱유를 건의하고 함께 글공부를 해온 한비자를 무고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명으로 후세에 기억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로 볼 때 이사의 긍정적인 업적도 적지 않았다. 통일국가의 기틀이 되는 군현제를 처음 실시하고 나라의 정비에 필요한 갖가지 시책이 모두 그로부터 기획되어 나왔다고 할 수 있었다.

진나라가 아직 통일이 되기 전 일이다. 필요한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출신지의 차별을 문제로 삼은 적이 있었다.

다른 나라 출신을 등용하여 너무 신임한다면 진나라 자체의 중신이나 왕족들이 소외를 받게 되고 결국 진나라에게는 이들이 오히려 위험한 존재들이 될 것이라고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의견은 왕에 의하여 받아들여져 출신이 다른 인물들은 나라 안에서 대대적으로 추방을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이사도 당연히 추방 대상이었다.

그는 초나라 출신으로 순자 밑에서 글을 배웠고, 진나라를 찾아 여불위의 식객이 되어 관직에 등용되었다가 나중에 결국 재상까지 올랐기 때문이었다.
 
“한 줌 흙도 안버려야 태산”
 
문제에 직면하여 이사는 자기 자신이 다른 나라 출신으로 진나라에 크게 공헌한 실례를 들어 다음과 같이 앞의 정책에 반대하는 지론을 펼쳤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음으로써 큰 산의 모습을 유지하고, 황하가 거대한 물줄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조그만 시냇물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사의 말은 받아들여졌고 다른 나라 출신의 벼슬아치들을 추방하려던 계획은 철회되었다.

시대의 태평스러움은 결코 붕당정치나 계층 및 지역의 차별화를 통해서 실현되기는 어렵다.

하늘이 땅을 통해 만물을 키우듯 진정한 나라의 태평은 붕망(朋亡) 및 불하유(不遐遺)를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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