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낭이 낯설어, 익숙함 좇는 마음인가?[동남아여행14] 드디어 SAM에 첫출근, 결과적으로 일 성사...말레이시아 서북 끝 피낭(Pinang, 영어명 Penang)섬에 도착한 지 5일째. 아직도 피낭이 낯설다. 인도네시아를 떠난 이후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름 남짓 머물면서 겨우 주변 환경에 적응했는데, 또 다시 피낭으로 옮겨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심적인 반작용인가? 환경 적응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첫 거부감이 더 강하게, 그리고 좀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조금씩 ‘익숙함’을 좇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다.
피낭으로 떠나기 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믈라카(Melaka, 영어명 Malacca)를 둘러보기 위해 배낭을 꾸렸다. 해협(The Strait of Malacca)에 접한 항구도시 믈라카는 15~17세기 아랍, 인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를 잇는 무역거점이었으며, ‘아시아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번영을 누렸던 도시이다. 때문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에 희생되었지만...
쿠알라룸푸르 겨우 적응했는데... 믈라카에서 중세 말레이문화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세계문화유적지로 지정된 마을을 둘러보니 대부분이 중국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중국계 상점들이다. 믈라카 인구의 약 30%가 중국계라고 하니, 쿠알라룸푸르, 피낭과 더불어 많은 중국계가 살고 있는 도시인 셈이다. 인도네시아를 떠난 이후 지금까지 말레이반도에서 말레이 사람들의 사는 모습보다 이 지역에 정착한 중국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주로 보다 보니, 기분이 묘하다. 보통 말레이시아의 주요 여행지로 쿠알라룸푸르, 피낭, 믈라카, 랑카위를 꼽는데, 이곳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중국문화인 것 같다. 말레이시아 내륙과 동쪽 해안가는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말레이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아시아의 베니스’ 중국계 상점만 약 20여 일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뒹굴 거리다 보니, 여행자들과의 만남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오랜만에 여행자들과 만나 수다 떠는 것이 즐거웠는데, 그것도 반복되니 지겨워진다. 헐~ 피낭에서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정말 우연찮게 장기 여행 중인 또래의 한국인 싱글 여성 2명을 만나게 되어 오랜만에 여자 셋이서 한국말로 실컷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올 초 직장을 그만두고 기한을 정하지 않은 여행을 시작했다는 그녀들과 비슷한 동기를 가지고 있어서 일까, 괜히 동지의식이 생긴다. 서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여행이 되기를 빌어 준다. 내일 드디어 SAM(Sahabat Alam Malaysia/FoE-Malaysia)에 첫 출근(?)을 한다. 활동가들이 얼마나 바쁜지 여러 번 내 연락도 씹고 제때 정보를 주지 않아 나를 물 먹인 적도 많지만... 어쨌든, 내일 SAM의 사무총장을 만나 할 일을 정하기로 했으니, 결과적으로 일은 성사된 게다. 이럴 땐 과정은 따지지 말고, 결과만 보자. 하하.
한국인 싱글녀 2명과 수다삼패경 현재시각 새벽 1시. 새로운 룸메이트로 호주 할머니가 왔는데, 은근히 까다로워 눈치 보인다. 새벽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는 핀잔 듣기 전에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지.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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