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왁 원시림 90%고갈 누구 책임인가

[동남아여행18] 왜 인구 절반은 배고픔·추위·질병에 시달리지?

윤경효 | 기사입력 2009/11/09 [10:04]

사라왁 원시림 90%고갈 누구 책임인가

[동남아여행18] 왜 인구 절반은 배고픔·추위·질병에 시달리지?

윤경효 | 입력 : 2009/11/09 [10:04]
결국 6주 동안 정들었던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험악한 분위기로... 쯥. 매니저와의 독대에도 불구하고 4일만에 5번째로 온 몸이 빈대 물린 자국으로 뒤덮였을 때, 더 이상 좋은 말로는 해결 볼 수 없음을 알았다. 그 동안 부실관리로 피해 입은 것에 대한 일정 정도 보상을 요구했는데, 매니저가 오리발을 내미는 통에 순간 부아가 돋아 침착함을 잃은 게 화근이었다.

한국에서도 화가 나면 상대방을 궁지로 몰곤 했는데, 이놈의 세련되지 못한 성질머리는 영어라는 언어적 한계도 뛰어넘었다. 쯥…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이렇게 야속하게 느껴질 줄이야…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며 옆에서 다독여 주는 샨티의 위로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나무아미타불, 아멘.

SAM(Sahabat Alam Malaysia/FoE-Malaysia: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 활동가의 요청으로 지난 월요일 아침 일찍 페낭을 떠나 미리(Miri)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어제 SAM의 사라왁(Sarawak) 지부가 있는 마루디(Marudi)에 도착했다.
 
▲ 보르네오섬에 자리한 마루디.     © 윤경효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마루디는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 영토 사라왁(Sarawak)주 북부에 위치한, 인구 약 8만여 명(2007년-출처: 위키피디아)의 작은 소도시로, 목재 및 고무생산이 주요 지역경제기반이다. 최근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SAM은 사라왁주의 자연자원 보존 운동뿐만 아니라 숲 원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돕는 일도 하고 있는데, 이 일을 위해 원주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마루디에 현장사무소를 설치했다.
사라왁주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주로, 약 250만여 명(2007년)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반족(Iban, 30%), 중국족(26%), 말레이족(21%), 비다유족(Bidayuh, 10%) 등 약 40여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종족이 과반수를 넘지 않아 문화다양성이 다른 말레이시아의 주에 비해 강한 편이라고 한다.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마루디(Marudi) 시내 전경, 전통가옥, 소상점가. 소박한 시가지를 보니, 한국의 시골읍내가 떠오른다.     © 윤경효

 
사라왁주는 세계 최대 경재목(hardwood timber) 수출지역 중 하나이자, 천연가스 및 석유 생산지역으로 말레이시아의 주요 경제기반이기도 하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라왁주의 원시림 90%가 이미 고갈되었으며, 말레이시아의 산림 벌목율은 아시아에서 제일 높다고 한다.(출처: 위키피디아)

말레이시아의 환경운동가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활동가들도 현재 당면한 주요 환경운동으로 보르네오섬 내 산림파괴 및 광산개발 등으로 인한 각종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원주민의 생존권문제를 언급했던 것이 기억난다.
 
원주민 생존권투쟁 돕기
 
지난 월요일 미리(Miri)에서 하룻밤 머물 때 한국의 목재업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경재목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최소 50년 이상 자라야 하는데, 요즘 벌목속도를 보면 2차림의 성장속도가 이를 따라 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목재수입으로 돈을 벌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산림파괴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특히, 본인을 포함해서 소위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의 과소비를 씁쓸하게 꼬집는다.

▲ 이발소, 바람(Baram) 강변 포구. ‘영화배우’라는 간판과 함께 사진 속 배우처럼 이발을 해준다는 광고를 보니, 정겹기까지 하다. 헐~     © 윤경효

 
그러면, 결국 또 ‘환경보호=소박한 삶’과 ‘경제개발=편리한 삶’이라는 대척 명제만 남는 건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아니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피 터지게 논쟁을 벌이거나 주먹다짐으로 한쪽을 눌러야 하는 건가? 그 동안 어리석게도 이 질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나는 진정으로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

누구를 위한 자원개발이지? 누구를 위한 환경보호이지? 자원고갈이 코앞에 닥쳤을 정도로 엄청나게 자원을 개발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는데, 왜 아직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배고픔과 추위,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을 넘어서 몸에 좋다는 유기농 음식 등 친환경적인 ‘웰빙’ 바람이 세계적인 트렌드였다는데, 왜 아직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매연 속에서 생명에 위협이 될 지도 모르는 물을 마시면서 농약이 잔뜩 묻은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고 있는 걸까?
 
▲ 미리(Miri) 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산림개발 현장(사진 왼쪽)과 미리(Miri)에서 마루디(Marudi)로 차량 이동시 촬영한 플랜테이션 개발 현장(사진 오른쪽) 사진기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넓이의 숲이 시뻘건 살을 드러냈다. 인간의 필요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또 다른 필요인 산소와 다양하고 건강한 농작물은 왜 고려하지 않는 걸까?     © 윤경효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사라왁에서는 오늘도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전통적인 거주지에 대한 토지권을 보장받기 위해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경제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말레이시아의 벌거숭이 산을 보니, 인도네시아의 도시 빈민촌이 함께 떠오른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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