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 5탄, 북한관련자 3명 포함

뉴스타파 6일 5차발표, ‘천리마’·‘조선’·‘고려텔레콤’·‘래리바더솔루션’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3/06/07 [09:09]

‘조세피난’ 5탄, 북한관련자 3명 포함

뉴스타파 6일 5차발표, ‘천리마’·‘조선’·‘고려텔레콤’·‘래리바더솔루션’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3/06/07 [09:09]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쿡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서류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245명 가운데 북한 관련자가 3명(회사는 4곳)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 도피중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국내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에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계좌를 만들고 페이퍼 컴퍼니(블루 아도니스) 회계관리와 행정업무 등을 위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진해운·한화·SK·대우 등 재벌기업 7명의 임원에 이어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부인 윤석화씨, 이수형 현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이 다섯 번째 명단 공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발행하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동 취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6일 다섯번째 명단을 공개했다. 첫번째 명단은 지난 22일, 두번째는 지난 27일, 그리고 세 번째 명단은 30일, 네 번째 명단은 3일 발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04년 11월 19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래리바더솔루션’(Larivader Solutions, Inc.)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양시 모란봉구역을 등기이사 주소로 기재한 사람은 문광남이며, 주주는 ‘발렌타인 카리토노바’(Valentine Kharitonova)였다. 2009년 10월까지는 존속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퍼컴퍼니 등록대행 업체인 PTN, 즉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사의 고객정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등기이사 임종주와 왕육관 명의의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3개가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천리마(2000년 설립), 조선(2001년 설립), 고려텔레콤(2001년 설립)이 그 것. 둘은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한 사업가로 보인다고 뉴스타파는 분석했다.

3차 명단에 들어있던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해외에 도피중인 상태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국내 사업을 벌이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는 2001년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Multi-Luck Investment Limited’를 통해 국내에 외국인기업으로 등록해 사업하는 게임관련 업체 ‘RNTS MEDIA Co., Ltd’ 지배구조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RNTS MEDIA Co., Ltd’의 지주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RNTS N.V.’가 지난 1월 룩셈부르크 장외시장에 상장하면서 공개한 사업설명서를 통해 밝혀졌다. 그 내용을 보면, RNTS의 자본금은 5백만 유로, 발행주식은 5천만 주. 최대주주는 지분 33.5%를 소유한 ‘SYSK Limited’, 2대주주는 25%를 보유한 ‘Sapinda Holding B.V.’입니다.

최대주주 ‘SYSK Limited’의 유일한 주주는 ‘Multi-Luck Investment Limited’로 명시돼 있고, 이 페이퍼컴퍼니의 실질 소유주 겸 등기이사는 김씨의 부인 윤석화씨와 10살 된 아들 김 모 군, 그리고 김 씨의 대리인으로 추정되는 테레사 창으로 기록돼 있다. ‘SYSK Limited’는 ICIJ가 입수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석기씨가 홍콩에 설립한 법인 킴바코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김씨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페이퍼 컴퍼니 2개를 거치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내 업체를 운영하면서 룩셈부르크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RNTS MEDIA’는 국내 다른 소프트웨어업체와 35억원 규모의 앱스토어 구축 계약을 체결한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2013년 3월 피고소된 상태. 전 ‘RNTS MEDIA’ 독일법인 대표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런던의 고급저택에 거주했으며 주간업무보고회의를 주재하면서 ‘RNTS MEDIA’를 사실상 경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또 4차에 밝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를 추가 취재한 결과, 전씨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본인의 페이퍼컴퍼니(블루 아도니스) 명의로 계좌를 만들고 관련 회계관리와 행정업무 등도 위탁해 특별서비스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또 전씨가 2004년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이후 회사 유지를 위해 설립 대행 회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한 사실도 확인했다. 2004년 9월 페이퍼 컴퍼니 등록비용으로 PTN에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기록과 함께 2005년 2월에도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 아도니스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가 입금된 기록을 발견했다. 전씨 페이퍼컴퍼니 보도 이후,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한국인 직원 2명 가운데 1명이 은행을 그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뉴스타파가 밝힌 네 번째 명단에는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불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 관련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기이사 겸 주주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Chun Jae Kook)으로 파악됐다.

세번째 명단에는 한국인이 설립한 10개 페이퍼컴퍼니 이름과 이 유령회사에 이사 및 주주로 등재된 한국인 5명이 들어있다. 먼저 ‘프리미어 코퍼레이션’ 등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6개의 페이퍼컴퍼니 이사 겸 주주로 등재된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STV아시아' 등 2개 유령회사에 주주 및 등기이사로 올라있는 김씨의 부인 윤석화씨가 그 장본인.

지난 27일 발표된 두번째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현 회장과 조용민 저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SK케미칼 전 대표이사 부회장과 그의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 대우인터내셔널 전 이사와 유춘식 대우폴란드차 전 사장 등이 들어있다.

지난 22일 발표된 첫번째 명단에는 이수영 전 경총회장과 부인 김경자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동생)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막내 동생)과 장남 조현강씨가 포함돼 있었다.

뉴스타파가 발표한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 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 2천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확인된 245명 가운데 조세피난처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명목상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었다.

이 가운데 노미니 디렉터(Nominee Director) 즉 차명 대리인을 내세워 법인의 실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명이 1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지만 많게는 5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도 발견됐다고 뉴스타파는 언급했다.

245명의 한국인들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지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2천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 추세이고 2007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설립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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