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미화' 폐지된 국정교과서 다시?

뉴라이트 교과서 왜곡 비판일자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자 공세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3/11/05 [13:56]

'박정희 정권미화' 폐지된 국정교과서 다시?

뉴라이트 교과서 왜곡 비판일자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자 공세

서울의소리 | 입력 : 2013/11/05 [13:56]
1974년 민족주체사관을 세운다는 목적으로 박정희 시절 국정으로 전환됐다가 권위주의 정권을 정당화하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역사의식을 주입한다는 시민사회와 역사학계의 지적에 의해 검정으로 돌아섰던 역사교과서가 다시 40여년 만에 국정으로의 회귀 논란에 휩싸였다.
교학사 뉴라이트 교과서, 경향신문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이들 교과서는 교육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 뒤 내년도부터 고교 교과서로 채택돼 사용될 예정이다.

수구들... 일제히 국정 전환 요구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지자 수구들은 즉각 현행 검정체제를 국정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교학사 교과서의 책임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국정교과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이주영 건국대 교수 등 수구성향의 교육계 원로들도 국정 체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국정 체제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 상황에서 내용이 각기 다른 교과서들이 난무하면 시험을 어떻게 보느냐는 지적과 함께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는 통일된 역사교과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멈춰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국가적 통일성을 위해 역사교과서는 국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인숙 의원은 "(이대로 가면) 수능시험을 볼 때 많은 교과서에서 만점을 받을 수 없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급기야 "한국사 교과서는 검인정이 아닌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조선이 지난달 28일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에서 국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에 교사 10명 중 8명이 찬성했다는 교총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이 288명으로 표본이 너무 적고 교총 회원들로 이뤄져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국정으로 전환할 경우 혼란이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전문가들 시대역행 주장 반대 "정권 입맛대로 뜯어 고칠 것" 전문가 대다수 "반대"

국정 체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가 추구하는 역사관이 교과서에 반영되고, 획일화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도로 국정으로 가자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본인들이 생각하는 역사관을 (교과서에) 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국정 체제였을 때 편향적인 이념, 정부 홍보라는 문제점들이 수십년간 계속 됐다는 것은 국정 체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그렇다고 봐야 한다"며 "더군다가 현재 검정제도를 하는데도 국가가 자신들의 역사관을 수정권고 등을 통해서 반영하려고 하는데 국정이 되면 더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 교과서를 국정으로 펴는 곳은 거의 없다. 오히려 공산주의 국가들이 국정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초·중·고 교과용 도서의 국·검·인정 현황을 보면 제7차 교육과정인 1997년 국정 69%(721개 교과서), 검정 18%(187), 인정 13%(134)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인 2011년에는 국정 6%(39), 검정 10%(62), 인정 84%(499)로 바뀌었다.

지난달 10일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이 개최한 역사교과서 개발 및 검정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교과서 전문가들도 대부분 "현행의 검정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충호 충북 청명학생교육원장은 "검정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교과서 편찬체계 흐름에 역행, 역사의 다양한 해석의 필요성, 정책 홍보용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 이데올로기 전환의 도구화 방지,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대응이 용이하다는 이유 때문에 국정으로 환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화성 서울시교육청 장학관도 "교과서의 획일성을 탈피한다는 측면에서 검정이 국정보다 좀 더 발전된 제도"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바꾸느라 혼란스럽고, 고등학교 다닐 때가 언제였느냐에 따라 다른 역사관을 갖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보더라도 국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승호 과천외고 교사는 "국정이 된다고 해도 정치적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검정은 한 교과서에 문제가 있을 경우 다른 교과서를 쓰면 되지만 국정은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검인정 체제인 다른 과목들도 있는데 역사만 수능 필수화에 맞게 국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이어 "오히려 검정 체제를 원칙대로 했으면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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