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문화원장 공모, 문화권력 복마전"

영국·일본·중국 모두 문화부 고위간부 독식, '짜고 치는 고스톱'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1/02 [17:27]

"해외 문화원장 공모, 문화권력 복마전"

영국·일본·중국 모두 문화부 고위간부 독식, '짜고 치는 고스톱'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1/02 [17:27]
장관보다도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문체부차관,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과의 직거래설이 나도는 문체부차관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재미동포 등 재외국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외한국문화원장 자리를 두고도 난맥상이 노출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주요도시의 한국문화원장 자리는 개방형직위로 분류돼 공무원은 물론 민간인등 누구나 지원 가능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가 독차지해 문화원장 공모가 ‘하나마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외교부와 나라일터 등 정부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개방형직위인 해외한국문화원장직에 대한 공개모집을 실시, 문화원장직을 뽑은 것은 모두 12회이며 현재 진행 중인 뉴욕문화원장과 러시아문화원장 공모까지 포함하면 모두 15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마나한 해외문화원장 공모전의 복마전 실상을 짚어 보았다. 박우진(취재부기자)
▲ 지난해 4월 23일에는 주뉴욕문화원장을 뽑는다고 해서 서류전형합격자까지 발표했다가 적임자가 없다며 유야무야됐고 지난해 11월 19일 주뉴욕문화원장을 다시 뽑는다며 재공고를 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2015 Sundayjournalusa

 

외교부는 지난 2008년 10월 8일 주중국문화원장과 주로스앤젤레스 문화원장을, 2009년 4월 24일 주영국문화원장을, 2009년 11월 6일 주독일문화원장을 각각 공모했다. 또 2010년 6월 21일 주뉴욕문화원장을, 2010년 11월 17일 주러시아문화원장을, 2011년 5월 26일 주일본문화원장과 주프랑스문화원장을, 2011년 10월 31일 주중국문화원장과 주독일문화원장을, 2012년 4월 25일 주영국문화원장과 주로스앤젤레스문화원장을 각각 모집했다.

 

또 지난 4월 23일에는 주뉴욕문화원장을 뽑는다고 해서 서류전형합격자까지 발표했다가 적임자가 없다며 유야무야됐고 지난 11월 19일 주뉴욕문화원장을 다시 뽑는다며 재공고를 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고 지난 22일 주러시아문화원장을 뽑는다는 공고가 남으로써 모두 15번째 문화원장 공모에 나서고 있다. 즉 해외한국문화원장 공모가 약15회 진행됐고 그중 2회는 아직 진행 중이며 1회는 유야무야됨으로써 2008년 이후 12명이 개방형직위 공모에 의해 문화원장이 선임됐다.

 

문화원장 공개모집은 형식적

 

외교부는 통상 ‘개방혁직위인 문화원장을 공개모집하오니 유능한 인재여러분의 많은 공모를 바란다’는 말로 개방형직위 공개모집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 공고에서 채용(계약)기간은 3년이며 재외공관 업무수행상 특히 필요한 경우 1년의 범위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며 어학실력이 정부기준을 통과하고 관련업무경력이 있을 경우 어느 부처 공무원이나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인이 공모에 합격하면 공무원으로 임용한 뒤 발령을 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12번의 공모를 위해 문화원장이 선발된 8개 지역, 즉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독일, 러시아등의 문화원장 면면을 살펴보면 개방형직위라는 문화원장공모는 하나마나한 짜고 치는 고스톱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공모를 통해 영국문화원장으로 뽑힌 김갑수씨는 문화부 컨텐츠정책관출신, 일본문화원장으로 선임된 심동섭씨는 문화부 저작권과장, 문화부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출신, 중국문화원장인 김진곤씨는 문화부 관광산업팀장팀장 등으로 문화부일색임을 알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문화원장인 김영산씨는 문화부 예술정책관출신, 얼마전까지 뉴욕문화원장이던 이우성씨는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장출신, 독일문화원장인 윤종석씨는 문화부 녹색관광과장 출신으로 확인됐다. 모조리 문화부 출신이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주러시아문화원장공모에 응모해 합격한 양민종 현 러시아문화원장은 부산대 노문학과 교수출신의 전문인력이고 2011년 5월26일 주프랑스문화원장에 공모, 현재 문화원장으로 근무중인 이종수원장은 문화부출신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즉 2008년부터 외교부의 개방형직위 공모를 통해 선임된 12명의 해외문화원장중 2명을 빼고는 모두 문화부출신이 그 자리를 독식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 등 2곳은 언어등으로 인해 매우 특수한 지역이어서 전문인력을 배치할 수 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문화부가 해외문화원장 전체를 독차지했다고 과언이 아니어서 공모제는 예산과 인력만 낭비하는 불필효한 절차라는 지적이다.

 

문화부 출신들이 독식, 공모자들 시간만 낭비

 

한 공무원은 ‘개방형직제라며 공모를 하면서도 모조리 문화부 출신을 선발하려면 도대체 왜 공모를 하느냐, 지원하는 타부처공무원이나 민간인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력반발했다. 또 다른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도 ‘물론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공무원도 많지만 사실상 공모에 응모까지 하는 공무원은 기본자격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자격미달로 떨어지면 공직사회에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미달자는 쉽게 지원할 수 없다.

 

이처럼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 지원하는 데도 결과는 언제나 문화부라는 사실에 비애를 느낀다’고 밝혔다. 개방형직위는 부처간 칸막이를 철폐는 물론 민간인 전문인력을 정부 주요직책에 배치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문화원장 공모만 보더라도 모조리 문화부 인력이 독식함으로써 안하느니만 못한 제도가 된 것이다.
ⓒ2015 Sundayjournalusa

 

특히 문화부내에서는 주요국 문화원장 자리가 빌 때마다 다음 순서는 누구라는 말이 돌았고 현직 문화원장들도 외교부 공모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의 후임은 누가 온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교부가 지난 4월 뉴욕문화원장 공모를 통해 서류전형 합격자까지 발표하고도 적임자가 없다며 유야무야시킨 것은 그야말로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유진룡 전 장관이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개입의혹을 폭로하고 김종차관이 문고리권력으로 알려진 이재만과 한몸으로 보면 된다고 까지 밝혔지만 지난 4월 뉴욕문화원장 선임무산은 바로 이같은 폭로를 입증하는 실제 사례인 것이다. 결국 이우성 뉴욕문화원장은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임기3년을 훨씬 넘긴 4년1개월간 근무했고 지난달 5일 귀국을 강행했다. 그의 귀국 6일뒤에야 문체부는 부랴부랴 그를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기획관에 임명했다.

 

외교부는 또 이원장이 귀국한 지 보름이 지난 지난달 19일에야 뉴욕문화원장 공개모집 재공고를 통해 뉴욕문화원장 인선에 나섰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이나 잘못된 것이다. 이같은 난맥상은 꽃보직으로 알려진 뉴욕문화원장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기 위한 청와대와 문체부, 그리고 문체부장관과 차관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짜여진 각본대로 공개모집 잇단 인사잡음

 

일부 언론이 최근 뉴욕문화원장을 둘러싼 인사잡음사례를 보도한 것도 문화원장 공개모집이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레다. 일부 언론은 [문화체육관광부 A국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얼마 전 문체부 간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주(駐)뉴욕문화원장에 공모했다.

 

문체부 내부에선 A국장이 문화원장에 내정된 것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인사에서 A국장은 뜻밖에도 문체부 산하 기관의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 문체부 직원들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허탈해한다.]고 보도했다.


문체부 국장이 뉴욕문화원장에 공모했다가 물을 먹었다는 이 기사는 지난 4월 유야무야된 공개모집을 둘러싼 파문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미난 것은 문체부내에서 이미 이 국장이 내정된 것을 기정사실로 여겼다는 것이다. 엄연히 공모절차가 있지만 문체부직원들은 공모는 요식행위요, 문체부가 사실상 문화원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4월 공모가 무산된 것은 결국 문체부내, 또는 청와대까지 관련된 거대한 자리다툼 때문이라는 것을 잘 설명하는 기사인 것이다.

 

국민 공무원사회 우롱하는 공모제

 

현재 외교부는 뉴욕문화원장과 러시아문화원장 공모에 나서고 있지만 공직사회에서 이 공모가 제대로 진행돼 타부처나 민간인이 선임될 것으로 생각하는 공무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러시아어가 필요한 러시아문화원장공모에 러시아어를 할 만한 문체부 공무원이 없다면 그 자리는 전시용으로 문체부외인사에게 돌아갈 수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이 공모에서 기존 서류전형합격자발표에서 최종합격자발표까지 20일이 채 안 걸렸지만 뉴욕문화원장은 이미 그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합격자가 발표되지 않는 것은 공모가 유명무실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 고위공무원은 말한다. ‘해외문화원장 공모는 공무원사회를 속이는 것일뿐 아니라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다.

 

차라리 개방형직위에서 제외시키고 문체부나 청와대에서 임명하라, 그래야 예산도 줄이고 엉뚱한 공무원들 고생도 안 시킨다’. 그렇다. 정부는 하나마나한 문화원장 공모제의 잘못을 솔직히 시행하고 앞으로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없애버리든지 하루빨리 결단을 내야 할 것이다

 

선데이 저널 USA 박우진 기자 http://www.sundayjournal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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