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레아나와 사라타의 가장 완벽한 선물"

[연재] 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 피다' 푸른 늑대의 후손(3-2)

이슬비 | 기사입력 2017/03/04 [11:15]

"말차, 레아나와 사라타의 가장 완벽한 선물"

[연재] 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 피다' 푸른 늑대의 후손(3-2)

이슬비 | 입력 : 2017/03/04 [11:15]

제3장 푸른 늑대의 후손(2)

 

[지난 글에 이어서]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 제가 실언하였습니다.”
 
유흔은 의외로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였다. ‘는 허허 웃으며, 시종을 불러 다구를 내올 것을 부탁했다.
 
차 한 잔 하면서 차분히 이야기하지요. 지금 그대는 지나치게 흥분한 것 같습니다.”
 
, 시종이 중원에서 들여왔다는 고급 찻잔과 차시를 은쟁반에 받쳐 내왔다. 은쟁반에는 말차를 우리는 데 쓰는 다구를 담은 팔각상자 또한 함께 올려져 있었다.
 
말차로군요.”
 
의 말에 유흔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유흔은 그의 어머니인 하윤과는 달리, 말차를 즐기지 않았다. 하윤은 늘 말차를 일컬어, 레아나와 사라타의 가장 완벽한 선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유흔은 씁쓸하기만 한 말차가 왜 신들의 선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하. 그대가 말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잠시 잊었군요. 하지만 가져온 이의 수고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한 잔 우려 줄 터이니, 한 번 마셔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는 조그마한 풍로에 불을 붙이고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한동안 바람이 잘 일도록 접선(摺 扇)을 살짝살짝 부쳐가며 불씨를 조절하던 는 물이 다 끓자, 찻잔과 찻주전자를 데우고, 차선을 적신 다음, 데운 물을 퇴수기(退 水 器)에 버렸다. 그리고 는 손바닥으로 찻잔을 돌려가며 온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했다. 한동안 찻잔을 돌려가며 온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던 가 이쯤이면 온기가 사라지지 않겠다 싶었는지, 물기가 남지 않도록 다건(茶 巾)으로 찻잔을 닦고, 가루차를 차시로 덜어내 두 번에 나누어 찻잔에 담았다.
유흔은 가 하는 양을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는 주전자의 찻잔에 붓고, 다선으로 젓기 시작했다.
격불’. 하윤은 말차를 우릴 때, 다선으로 젓는 것을 그리 불렀다. 다선으로 찻물을 저으면서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이 사라지지 않도록 꽤 오랫동안, 세게 찻물을 젓는 것이 말차를 우리는 것의 핵심이라, 하윤은 그리 말하였다. 유흔은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가 거품이 사라지지 않도록 오랫동안, 세게 다선으로 찻물을 격불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 다 되었습니다. 이제 즐기시지요.”
 
즐긴다. 유흔은 의 입에서 나온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유흔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대에게는 차가 마땅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의 말에 유흔은 더욱 더 세게 고개를 저었다. 마땅하다. 그 또한 차를 즐기는 다인(茶 人)들이 즐겨 쓰는 말임을 유흔 자신이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유흔은 찻잔을 가져가 눈으로 보는 대신, 찻잔을 받침 위에 꽝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그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일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차 마시는 예절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차를 귀히 여기는 부상국인들에게 있어서 찻잔을 큰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예의범절도 모르는 무뢰한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흔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하하,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
 
잘 알잖아. 나 말차 별로 안 좋아하는 것.”
말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여 찻잔을 큰소리로 내려놓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잎차를 주로 마시는 중원의 다도에서도 찻잔을 큰소리로 내려놓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당신, 다인이야?”
 
유흔의 말에 는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 다인이야?’라는 말 한 마디의 의미를 아무리 생각해내려 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물을 끓이고, 다구를 데우고, 차를 우리는 내내 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고 있던 잔잔한 미소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유흔과 ’,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 정자 주위에는 무겁고 또 무거운, 한없이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내려앉은 공기가 지나치게 무거운 탓일까. 지나가던 새들이 날갯짓을 하는 소리며, 갖가지 울음을 울며 지저귀는 소리마저 멎은 정자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무슨 뜻입니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였다. 그는 투명한 푸른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 바람에 유흔은 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탁자에 깔린 비단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당신은 마치 다인처럼 말을 해. 다인들이 차를 권하면서 즐기라고 하고, 차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차가 마땅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방금 당신이 그렇게 말했고.”
차를 즐기다보면 저절로 다인이 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지 않겠습니까. 다인이 무어 별다른 존재랍니까. 그저 차를 즐길 줄 알면 그것이 다인이지요.”
마치 우리 어머니 같아.”
 

 
가 유흔 자신을 똑바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음을 책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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