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란은 자여와 후계혈전 벌일 가능성이 컸고...

[연재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맹호은림(猛虎隱林)(4-1)

이슬비 | 기사입력 2017/03/14 [10:14]

서란은 자여와 후계혈전 벌일 가능성이 컸고...

[연재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맹호은림(猛虎隱林)(4-1)

이슬비 | 입력 : 2017/03/14 [10:14]

제4장 맹호은림(猛虎隱林)(4-1)

 

<지난 글에 이어서> 신불(神 佛)의 아이. 부상국에서는 일곱 살 이전의 아이들을 그리 불렀다. , 신불들께서는 인간들이 이 땅 위에서 번성하고, 자손을 이어나가게 하기 위해 당신들의 아이들을 인간의 아이들로 만들어 보내주시는데, 이때, 인간세상에서 아이들의 부모가 된 이들은 아이들이 일곱 살이 되기 이전까지는 신불들에게 끊임없이 부모로서의 자격을 시험받는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일곱 살이 된 직후에야 비로소 신불의 아이에서 인간의 아이가 되며, 그 이전에는 인간세상의 부모가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다 판단되는 그 순간, 신불들께서 아이들을 데려가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일곱 살 이전의 아이들이 병을 앓다 죽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거나 혹은, 이유 없이 죽는 것은 신불들께서 부모 자격이 없는 인간세상의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데려가신 것이니, 슬퍼할 것도, 안타까워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자신이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고, 신불들께 용서를 빌며, 신불들께서 다시 아이를 보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연유들로 인해 관아에서는 일곱 살 이전의 어린아이가 그 어떤 죄를 짓는다 하여도 벌하지 않을뿐더러. 설혹, 부모의 죄로 인해 삼족이나 구족을 멸하는 대죄에 연루된다 하여도, 아이만은 결부시키지 않았다.
 
신아절(神 兒 節)은 부상국인들의 이러한 사상을 매우 잘 드러내주는 날이라 할 수 있는데, 이날은, 부모들에게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으며, 자신들이 이 아이의 부모가 될 자격이 있음을 신불들께 증명해 보이는 날이요,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천상계 부모인 신불들께 자신들이 잘 자라고 있음을 고하고, 지금 자신들을 돌보아주고 있는 인간세상의 부모가 자신들의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이 합당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날이었다.


이 날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 날이 본래, 삼백족의 명절이었는지, 제화족의 명절이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날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명절이며 모두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 중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날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라는 사실은 삼백족에게도, 제화족에게도, 모두에게나 마찬가지였다.
 

 
서란 또한 작년에, 정확히 말하면 다섯 달 전이었던, 작년 11월 보름에 신아절을 맞았다. 11월 보름 왜 하필 겨울의 초입인 11월 보름에 신아절을 맞아야 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좀 더 따뜻한 날짜를 골라 신아절 잔치를 치르면 좋으련만.'
 
그러나 유흔은 추운 날씨를 탓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란의 신아절 잔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서란은 일곱 살이었고, 올해가 지나면 다시는 신아절을 맞을 일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아절을 맞는다 하여도, 신아절의 주인공이 될 일은 없었다.
 
자여가 열여섯이 되면 그때 네 운명이 정해질 테지.’
 
자여는 서란의 사촌동생으로, 서란보다 두 살 아래였다. 그러니 서란은 가장 먼저, 자여와 후계 혈전을 벌일 가능성이 컸고, 그렇게 될 경우, 서란이 후계 혈전의 끝자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여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화야. 나는 네가 죽도록 놔두지 않아. 그 누가 너의 앞길을 막는다 해도 내가 너의 곁에 서서 그들을 제거해나갈 거야.’
 
유흔은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인형을 가지고 노는 서란을 바라보았다. 서란의 신아절 잔치를 준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란의 생존에 있었다. 이곳은 후계 혈전에서 살아남는 후계에게만 삶이 주어지는 한씨가였다. 그러니 후계 혈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찍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야 했고, 그 구실로 가장 좋은 것이 신아절 잔치였다.
무엇보다…….,
 
너는 그동안 신아절 잔치 한 번 못 해봤잖아. 그러니 앞으로는 좋은 걸 많이 해보고 살아야지.’
 
서란은 여태껏 신아절 잔치의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37대 가주 정옥의 후계라 하나 이름뿐인 후계요, 무엇보다 친어미인 유란마저 그녀를 학대하니 누가 있어 그녀의 신아절까지 챙겨주겠는가.


유흔은 서란의 일곱 살 신아절만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세 살, 다섯 살의 신아절마저도 그냥 넘긴 서란이었기에 더더욱 이번 신아절은 남부럽지 않게 치를 수 있게 해주리라 생각하며 유흔은 서란을 데리고 저잣거리의 옷가게로 향했다.
 
헌옷가게와 새옷가게가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옷가게거리는 색색의 옷감들과 실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서란은 연신, 우와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옷가게마다 좌판에 늘어놓은 비단옷감이며, 모직옷감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몸에 대보기도 하면서 유흔에게 이것은 어떠냐, 저것은 어떠냐 묻고 있었다.
 
유흔, 유흔, 이건 어때?”


. 그건 너무 촌스러워. 다른 것 보자, 화야.”

 

이거는?”

 

그건 너무 평범해.”
 
유흔이 서란을 데리고 가는 곳마다 가게 주인이나 점원들이 문 앞까지 나와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유흔과 서란의 옷에 새겨져 있는 한씨가의 문장을 알아본 까닭이었다.
 
아직 어린 분이니 이런 것도 잘 어울릴 듯 합니다만.”
 
좌판에서 색색의 비단을 구경하고 있는 서란을 알아본 비단가게 여주인이 붉은색 꽃무늬 비단을 가지고 나와 서란의 몸에 대어주었다. 유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것은 없소? 이것은 무늬가 너무 큰 것 같소만.”


언제 입으시려는지요?”

 

신아절에 입을 나들이옷을 지으려 하오만.”

 

그렇다면 이것도 좋을 듯합니다.”
 
여주인이 가게 안쪽에서 자잘한 꽃무늬가 들어가 있고 광택이 도는 검정색의 고급비단을 가지고 나타났다. 유흔은 비단을 만져보고, 서란의 몸에 대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깃과 소매, 등판에 은실로 카이문을 수놓아주시오.”


, 그리하겠습니다.”

 

바지감도 좀 보여주실 수 있겠소?”
 
여주인이 파란 비단과 검정색 비단, 그리고 파란색 모직물과 검정색 모직물을 차례로 갖져와 유흔에게 보여주었다. 유흔은 옷감들을 한 번씩 만져보다 검정색 모직물을 골랐다.
 
이것으로 하지요.”


바지에도 자수를 넣어드릴까요?”

 

끝단에만 카이문을 넣어주시오.”
 
여주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을 한 뒤, 긴 막대자를 꺼내 서란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치수를 다 기록하고 난 여주인이 흐음, 하며 유흔에게 말을 걸었다.
 
이분은 공주님이십니까?”
 
공주. 여주인의 입에서 불린 호칭에 유흔은 쓴웃음을 지었다. 공주라 함은, 영주의 딸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서란은 가주의 딸이라 하여도, 공주가 아니었다. 아니, 서란은 가주의 딸이라 하여도, 공주일 수 없었다.
 
아니오. 이 아이는 아가씨요.”


, 그렇군요. 아가씨의 키가 꽤 크신 듯합니다.”

 

그렇소. 제화족이라 하여도, 저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큰 편이지요.”
 
여주인이 슬쩍 비단 하나를 가지고 나타났다. 유흔은 의아한 눈으로 여주인을 바라보았다.
 
저고리도 하나 지으시지요.”


하핫. 이 아이를 칭찬한 것이 옷을 더 팔기 위해서였소?”
 
유흔은 서란을 품으로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주인은 그런 유흔에게 비단을 건네주었다. 유흔은 받아둔 비단을 펼쳐보았다. 은은하게 광택이 도는 흰색 고급 비단에는 옷감 전체에 걸쳐 가시연꽃이 금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좋소. 저고리도 하나 짓도록 하지요.”
 
여주인이 긴 막대자로 서란의 저고리 치수를 재고 기록했다. 유흔은 품속에서 염낭(荷 包)을 꺼내 셈을 치렀다.
 
옷은 신아절까지 완성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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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gna8375 2017/03/14 [10:02] 수정 | 삭제
    • 사진 교체해주세요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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