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별 차등벌금제와 장발장은행의 꿈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 포함, 경미한 벌금조차 못내 감옥...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7/08/18 [08:07]

소득별 차등벌금제와 장발장은행의 꿈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 포함, 경미한 벌금조차 못내 감옥...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 입력 : 2017/08/18 [08:07]

문재인 대통령은 장발장은행과 관련하여 소득에 따른 차등벌금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대통령 공약으로 발표하였고, 국정기획위는 장발장은행 운영비용 지원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해 발표하였다.

 

 

▲ 지난해 6월 4일 국회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들을 초청, 장발장은행 출범 100일을 맞아 기념식을 갖고 벌금제 개혁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로 장발장은행을 도와주신다니 말씀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다. 장발장은행의 꿈은 운영비용 지원을 넘어선 다른 지평선을 보고 있다는 것과 장발장은행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실 것을 호소하는 의미로 이 글을 쓴다. 장발장은행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외적인 공통 발언은 장발장은행은 폐업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소극적인 꿈이고, 적극적인 꿈은 다른 것이다.

 

장발장은행은 경미한 생계형 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납부할 수 없어 벌금 대신 감옥에 갇혀야 하는 이 시대 장발장을 구제하자고 만들어진 은행도 아닌 은행이다. 벌금을 낼 수 없어 감옥에서 몸으로 때우는 숫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38,846명에 이른다. 이 시대 장발장의 애끊는 사연과 함께 교도소는 과밀수용으로 넘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문명국가의 모습은 아니다.

 

부자에게는 껌 값도 못되는 벌금액이 가난한 자에게는 잔인하고 야만스런 형벌로 뒤바뀌어 감옥에 수감되는게 빈자의 현실. 이것은 곧 가난이 형벌이라는 공식으로 바뀌어 형벌의 불평등을 야기한다. 이런 형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발장은행의 궁극적인 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형벌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장발장은행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일수벌금제(대통령 공약의 차등벌금제) 도입이다. 일수벌금제란 쉽게 말해 재산과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부과하는 벌금과 가난한 자들에게 부과하는 벌금형의 기준을 개인적·경제적 사정을 기초로 사람마다 달리 정하는 것을 말한다. 핀란드 최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노키아 부사장에게 오토바이 과속 운전으로 1억 6,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사실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일수벌금제의 한 사례다.

 

그런데 법무부는 시기상조라면서 이를 반대하고 있고, 일수벌금제를 도입하려면 법률을 바꾸어야 하는데 국회가 언제 그런 신진법률을 도입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법률 개정 없이도 가능한 방법이 있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는 형을 정함에 있어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53조(작량감경)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법조항을 근거로 대통령령으로 일수벌금제 실시에 대한 구체적인 벌금 적용지침을 내리고, 검찰이 벌금형에 대한 지침에 따라 이를 적용하면 일수벌금제 도입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다. 

 

2007년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형사사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벌금형에 대한 양형 기준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검찰이 구약식명령(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피고인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판사가 자료만으로 간이 재판하여 판결을 내리는 제도) 등을 통해 구형하는 벌금형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거의 99% 그대로 법원에 의하여 선고되고 있다. 법원은 검찰을 견제해야 할 기관이지만, 벌금형에 있어서는 전혀 민주적인 사법적 통제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법원도 장발장 양산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며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이유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 시대 장발장을 양산하지 않도록 하는 벌금형 기준을 하루 속히 투명하게 결정·제시해야 한다. 단지 장발장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형사사법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세 번째 방법은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영국의 사례처럼 매우 정치한 규정으로 사실상 일수벌금제처럼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벌금 미납자에 대하여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 무보수근로명령, 통행금지명령(예컨대,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가정에 체류하고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 벌금을 즉시 납부하는 자에게는 최고 50%까지 공제혜택을 주는 제도, 범죄자가 고의로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지불 능력 때문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벌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도 있는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법제와 같은 총액벌금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영국은 형벌불평등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들이 도입되면 장발장은행은 자동적으로 폐업할 것이다. 하루빨리 장발장은행이 폐업할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글은 곧 출간 예정인 검찰공화국(가제)에 실릴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인권연대] 발자국통신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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