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며칠 전 영화 <터미널> 2004년도 작품을 보다 불현 듯 떠오른 자문이다. 미국 뉴욕 공항에 도착한 주인공 나보스키(톰 헹크스)는 입국심사대에서 여권이 무효가 됐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 바람에 오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주인공이 공항에서 9개월을 지내며 겪는 이야기인데. 어눌한 영어, 천진난만한 톰 헹크스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내게 던진 너무 큰 질문에 답을 내놔야 했다. 어쩌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그리고 머릿속에 몇 해 전 다녀왔던 우유니사막의 여정이 오버랩 됐다.
하필 지구 반대편의 우유니사막이라니. 이제껏 이보다 더 먼 곳으로의 도전은 없었다. 그래도 염려할거 없어. 다 사람 사는 곳이잖아!, 잘 해낼 수 있어? 2014년 6월, 나를 격려하며 인천 공항 비행기 트랩을 올랐다. 미국 LA를 거쳐 6월 19일 밤 11시 50분, 중간 기착지 페루 리마 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 오전 10시 20분에 볼리비아 라파즈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본진과 합류하면 된다. 그런데 황당하게 리마 공항 환승장에서 꼼짝없이 만 하루를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환승장 주변을 이 잡듯 살피다 아침을 맞았다. 오전 8시, 어느새 탑승시간이 두어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일찌감치 탑승구 앞에 자리를 잡았다. 몇 시간 후 라파즈에서 만날 운영진과 선수들을 떠올리며 눈을 붙였다. 그런데 누군가 흔드는 인기척에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전 10시 30분이 훌쩍 넘었다. Oh my God! 탑승시간이 이미 지나 버린 것이다. 창밖을 보니 내가 타고 있어야 할 비행기가 공항 상공에 떠 있었다.
항공사 직원마저 모두 철수한 리마공항의 라파즈행 탑승구 앞은 휑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거의 방전됐고, 와이파이는 터지지 않는다. 말도 안 통했다. 내 짐은? 기온까지 떨어져 몸까지 으슬으슬했다.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다 고개를 떨군 채 발길을 돌렸다.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마침 TV에서 이탈리아 대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경기가 중계됐다. 코스타리카가 넣는 극적인 골에 환승장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겪고 있는 황당한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에만 골몰해야 했다.
나보스키가 뉴욕 공항을 빠져나올 때 하얀 눈발이 그를 환영했지만, 나는 다음 날 새벽 2시 30분, 4100m에 있는 라파즈 공항에서 몇 발작 떼기도 전에 고산병을 맞았다. 그리고 곧바로 남쪽으로 550km 떨어진 우유니로 이동해 5박 6일 동안 4천m가 넘는 알티플라노 고원지대와 우유니 사막 171km을 달렸다. 토한 음식을 다시 씹어 삼키며 달렸다. 태양의 열기와 혹한과 싸우며 달렸다. 달릴수록 물집이 터지고 피부가 익어갔다. 지구의 끝, 경계에 서는 것이 두려웠다면 나는 우유니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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