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가 높이 뿜어 나와 밤하늘을 적셨다"

[연재소설] 홍매지숙명 피다, 18장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18-2)

이슬비 | 기사입력 2018/05/24 [10:24]

"붉은 피가 높이 뿜어 나와 밤하늘을 적셨다"

[연재소설] 홍매지숙명 피다, 18장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18-2)

이슬비 | 입력 : 2018/05/24 [10:24]

 
이 전쟁이 끝나면, 내 이것보다 더 예쁜 것으로 사주마.”
 
타레주의 말에 서란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한씨가의 제2후계였다. 그런데 백호장 따위가 자신에게 예쁜 뒤꽂이를 사주겠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진심이었기에, 서란은 타레주를 향해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병참창고로 쓰는 막사 쪽으로 재빨리 다가간 타레주가 서란의 뒤꽂이를 천개에 던졌다. , 병사 한 명이 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타레주는 근처에서 불이 붙은 장작을 하나 집어 들고, 시위를 잰 화살에 불을 붙였다.
 
화살이 날아가 막사에 꽂혔다. 그와 동시에 타레주는 막사 앞으로 다가가 적병들의 목을 베고, 품속에서 맹화유(猛 火 油)를 꺼내 뿌렸다.
 
타레주와 서란은 빠르게 적진을 돌아다니며 서너 개의 병참창고를 불태웠다. 적병들이 침입자가 병참창고에 불을 질렀음을 알아채고, “불이야!” 소리를 내며 막사에서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타레주는 서란을 안고 허공을 날아 말안장에 내려앉아, 그대로 등자에 박차를 가했다.
 
타레주…….”
 
서란이 타레주의, 백부장의 이름을 불렀다. 타레주는 활에 편전을 잰 뒤, 그대로 뒤돌아 활시위를 당겼다.
 
집중해. 앞만 봐.”
 
서란과 타레주가 탄 말이 아군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척후부대 모두가 아군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교위 하나가 타레주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손을 들어 타레주의 뺨을 내리쳤다.
 
……!”


적진의 정보를 알아오라 하였지, 누가 병참창고에 불을 지르라 하였더냐!”


…….”


어리석은 것, 네 정녕 출세에 눈이 먼 것이더냐!”


…….”


군율에서 단독행동을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줄을 네 정녕 모른단 말이더냐! 단독행동이 아군에게 얼마나 큰 위험을 가져오는지 백부장이라는 년이 그것도 모른단 말이더냐! 명령 없는 단독행동은 군율에 의거, 사형이다. 뭣들 하느냐! 어서 이년을……!”


그만하여라.”
 
타레주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타레주의 말안장 앞에 앉아 있던 서란이 말에서 뛰어내려 교위의 말 앞에 서 있었다.
 
내가 그리 하라 하였다.”


……?”


한씨가의 제2후계이며, ‘광인 유란의 딸인 내가, 그리고 이 군대의 지휘권자인 한유흔의 조카인 내가 그리 하라 명하였다.”
 
서란의 말에 교위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서란을 내려다보았다. 서란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으며 말을 이어갔다.
 
무엇인가를 지시하였을 때, 지시하는 대로만 하는 것은 노예의 도덕이다. 노예가 아닌 주체적인 인간이라면, 자신에게 내려진 지시에 대해 수정이나 보완, 또는 철회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이 직접 지시사항에 대한 수정이나 보완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


내 말이 틀렸는가?”
 
서란은 교위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천 명 이상의 병력을 휘하에 거느릴 수 있는 교위였다.
 
그러니 백부장 타레주는 노예가 아닌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내려진 지시사항에 대해 더 좋은 방향으로 보완을 하였을 뿐이다. 이는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니, 노예의 도덕 따위를 입에 올리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필요나 이유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백부장?”
 
서란의 말에 교위가 하,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한씨가의 제2후계라 하나 지금은 그저 척후부대의 하졸에 불과한 아이가 자신을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은 네가 아는 것처럼 단순한 조직이 아니다. 군이란 오직,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 또한 내부에 속해 있는 모든 이의 욕망을 억눌러야 하는 조직. 그러한 군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풍토가 주어진다면 그 누가 상급자들을 위해 충성을 바치겠는가?”


내가 그리 만들겠다.”


무어?”


내가 그리 만들겠단 말이다. 자유롭게 말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면서도 상급자에 대한 충성심만은 이전보다 더 높아진 그런 군대. 그런 군대를 내가 만들어 보이겠단 말이다.”
 
불길이 적들의 군영 전체로 번져가는 순간, 기습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올랐다. , 후방에 있는 척후부대와 보급부대의 곳곳에도 붉은 깃발이 올랐다.
 
신씨가의 군영을 기습하라!”
 
선두에 선 유흔의 검이 은빛으로 빛나며 허공을 갈랐다. , 궁병대가 엄호사격을 하는 가운데, 기병대가 군영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경기병인 유흔 군대의 기병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적들의 군영 곳곳을 유린하며 수많은 목숨을 거두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자!”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척후부대와 보급부대는 나고현 성문으로 들어가 본대의 귀환을 기다려야 했으나, 척후부대장은 돌격을 명했다.
 
가자!”
 
마치 부대 전체가 사냥이라도 나서는 것처럼, 척후부대원들이 저마다 병장기를 들어 올리며 화답했다. 척후부대원들은 적 군영을 향해 화살을 쏘며 말을 달렸다. , 척후부대원들이 쏘아 올린 화살이 하늘을 뒤덮으며 적들의 군영에 일제히 내리꽂혔다.
 
수천의 혈서를 들고 흐느끼며
비통한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타고난 전사는 부서지고 다할지언정 쉬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붉은 불꽃으로 돌아가
군대를 정비하고 다시 처음부터
내 강산과 나의 사람을 지키네
긴 창 휘둘러 이별의 슬픔과 바꾸고
남은 생을 다하여 기개를 지키리니
이 피는 여전히 검붉고
이 몸의 호방한 마음은 거두지 않으리라
 
보급부대가 말과 수레를 돌려 성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척후부대는 군가를 부르며 적들의 군영을 향해 돌격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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