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조차 ‘장기판 말’ 여긴 양승태 사법농단

부장판사 “사법부 스스로 사법행정과 재판 분리라는 철칙 폐기한 것”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8/07/19 [10:21]

대법관조차 ‘장기판 말’ 여긴 양승태 사법농단

부장판사 “사법부 스스로 사법행정과 재판 분리라는 철칙 폐기한 것”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7/19 [10:21]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대법원이 2015년 민일영 당시 대법관을 여당 의원 로비에 동원하려 계획한 사실이 17일 알려지면서 교활한 양승태의 사법농단 수법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어 몸조심을 철칙으로 삼는 대법관한테까지 ‘임무’를 부여해 ‘여의도’로 떠밀려던 행태에 대한 법원 안팎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 관련기사 [단독] 양승태 행정처, 상고법원 국회로비에 대법관까지 동원 추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여당 로비’를 기획한 시점은 청와대와 여당의 최우선 관심사였던 전 국정원장 원세훈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 재판이 대법원으로 넘어오던 시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들은 통상 외부와 사소한 접촉도 재판 공정성에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임기 6년 몸조심’을 철칙으로 삼는다. 그런데도 법원행정처는 최고 법관을 국회의원 로비 최전선에 동원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게다가 민 전 대법관은 원세훈 사건의 주심대법관이었다.

 

민 전 대법관이 실제 정치인 접촉에 나섰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해당 정치인도 “로비는 없었다”고 했지만, 대법관조차 상고법원 도입의 ‘장기말’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원세훈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관을 친박근혜계 여당의원 로비에 동원하는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스스로 사법행정과 재판 분리라는 철칙을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현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안팎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1월), “재판 거래는 없었다”(6월)는 집단 성명을 내며 반발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고법 부장판사급인 행정처 실장 등을 활용해 국회의원과 ‘접점’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운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행정처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기획조정실에 보임된 고법 부장판사들은 2~3년간 사법행정 업무 뒤 재판에 복귀한다. 일부는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는 법원장으로 부임한다. 행정처가 ‘독립성’이 핵심인 법관들과 ‘이런저런 민원이 많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만남을 ‘권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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