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위' 3차 집회 "여론재판·유죄추정 반대"

편집부 | 기사입력 2019/01/16 [10:45]

'당당위' 3차 집회 "여론재판·유죄추정 반대"

편집부 | 입력 : 2019/01/16 [10:45]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한 언론과 사법기관의 유죄 추정을 규탄하며 지난해 2차례 집회를 열었던 시민단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지난 12일 3차 집회를 열었다.

당당위는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 인도에서 집회를 열고, 성범죄자로 몰리면 사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비난하는 사회와 증거도 없이 유죄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규탄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동안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0명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의 참가자 수는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2차 집회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당당위 문성호 대표는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12월과 1월은 시민운동의 비수기이고, 날씨도 추울 것으로 예상했다"며 참가자 수 감소를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적은 인원을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더 오셨다"고 말했다.

3차 집회도 2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문 대표의 사회로 시작했다. 그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나왔다"며 집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이어 가수 송희태 씨의 공연으로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송 씨는 사법적폐 청산 관련 집회에 매번 참여하는 가수로, 사법부를 비판하는 당당위 집회에도 계속 참여해 왔다.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사법농단 수괴 양승태가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 양승태 구속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그 전날인 10일 밤부터 철야 농성을 진행했는데, 이에 함께한 송 씨는 목이 쉰 채 당당위 집회 무대에 올랐다. 그는 언론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내용을 자세히 읽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언론의 이른바 제목 장사와 통계 오용을 지적하며 "기자의 의도를 알기 위해 기자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문으로 자백 받던 시절 지나서, 자백도 필요 없이 유죄 만드는 시대로"


이어 발언에 나선 사회자(문 대표)는 "증거가 없이 누군가를 유죄로 판결할 수 있게 하면, 재판은 진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냐의 싸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고문을 통해 증언만으로 처벌을 했다. 그러나 옛날에는 고문이라도 해서 증언을 받아냈으나, 요즘에는 고소인이 주장하면 피고인의 자백도 필요 없고 바로 죄를 지은 것이 되어 버린다. 군사독재 시절보다도 사법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자는 "민주화 이후 철이 들어, 내가 잘못하지 않았으면 경찰서나 감옥을 갈 일은 없는 나라인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 뉴스는 그렇지 않다"며, "일면식도 없는 여성이 나를 강간했다고 신고하면 수사에 들어가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무죄가 밝혀져도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지뢰밭이다. 대중교통에서의 어쩔 수 없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반대 성별이고 오해나 악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인생이 끝난다"고 말했다. 근거로 서정범 교수 사건, 상서중학교 사건, 박진성 시인 사건 등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 당당위 제3차 유죄추정 규탄시위 참가자들     © 서울의소리


자유발언에 나선 김모 씨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의 존재 의의는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를 막기 위함이다. 유죄추정과 인민재판이 개인적 보복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를 남녀 대결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당당위를 남성인권단체로 취급하는 자들이 있지만, 우리는 안티 페미니스트와도 적대한다"고 밝혔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무슨 이유인지 무고범들의 무고 범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판사가 법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은 사법부가 정의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대학이나 직장에선 유죄 추정의 원칙 넘어선 유죄 확정의 원칙 적용"


정당명 없이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만 밝힌 시민(인터넷 별명 청년 화이팅)은 대학이나 직장에서는 유죄 추정의 원칙을 넘어 유죄 확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가 적용하는 유죄 추정의 원칙은 일단 유죄로 보고 무죄인 증거가 나오면 무죄로 보는 것인데, 대학이나 직장은 이를 넘어선 유죄 확정의 원칙을 적용하여 무죄인 증거를 제시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유발언에 나선 박모 씨는 극단적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이를 비판한다는 안티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로 혐오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이유로 그들을 비판했다. 그는 "여성들의 불안감은 잘못되지 않았다. 실제 성추행 가해자는 상당히 지능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페미니즘이 남성성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경계하지만, 페미니즘이 퍼지고 있는 사회적 맥락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젠더 갈등은 거울과 거울을 맞댄 것처럼 혐오가 무한히 증식하는 상황이라며 여성계 등 일각의 미러링 논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성별 편향 논란이 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과, 입법 과정에 있는 가정폭력 관련 법안을 거론하며 젠더 이슈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요컨대, 이른바 보수라고 하는 자유한국당 또한 페미니즘 문제에는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는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해야 한다. 촛불을 다시 켜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젠더 이슈는 특정 정당의 문제 아냐... 촛불 다시 들어야"


다시 무대에 선 사회자는, 36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으나 거짓 선동으로 밝혀진 이수역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여성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청원에 30만 명 넘게 동의했으나, 그들이 먼저 욕설과 폭력을 먼저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청원에 동의한 30만명 넘는 사람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친구들끼리 싸움도 양쪽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는데 유독 인터넷에서만 지켜지지 않는다. 피해 호소인의 주장에 공감 간다 해도, 먼저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민주시민의 태도"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발언에 나선 오세라비(이영희) 작가는 성 차별 논란이 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대해 말했다. 폭력 피해의 지원 대상에서 남성을 배제한 것이 문제이며, 이것을 남성 국회의원이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성 세대 남성은 청년 남성의 편을 들지 않는다"며, 남성의 조직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오세라비는 발언을 하면서 계속 사안을 남녀 대결로 몰고가려는 식의 움직임을 보여 사회자가 이를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억울하게 성범죄자 되지 않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오명근 변호사는 수임 사례들을 제시하며 최근 사법 경향을 설명했다. 예전에는 구체적 협박이 있어야 강간으로 판단했으나, 지금은 원치 않는 성관계로 기준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 기준은 실제 사건에서 기분이 나쁘면 성범죄라는 식으로 적용된다며, "기분이 좋을 때에는 넘어가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오래 전 일로 고소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여성들이 무서워 신고를 못 하는 시대는 아니다. 법적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 판사들도 자신을 가지고 법적 원칙에 따라 판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당위, 무죄 추정 바로 설 때까지 5년이고 10년이고 활동할 것"


모든 발언이 끝나고 집회를 여는 무대에 섰던 송희태 씨가 다시 무대에 서서 마무리 공연을 열었다. 이어 사회자인 문 대표가 당당위의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그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질 때까지 5년이고 10년이고 활동하겠다"며, "박진성 시인의 죄 없음이 밝혀졌으나. 시집의 출고 정지 처분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출고될 때까지 출판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예원 씨에 대한 무고죄 고소 사건이 있으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검찰이 올바로 수사할 때까지 검찰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임도 밝혔다.

 

▲ 당당위 3차 집회 설문판에 스티커를 붙이는 시민     © 서울의소리


이날 집회는 원래 사법부 규탄과 함께, 책임지지 않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고되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언론에 관한 발언의 비중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 집회보다도 줄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언론에 대한 비판보다 (더 넓은 범위의) 여론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두었다"며, "관련하여 계획한 발언 순서가 있었는데 계획하지 않은 오명근 변호사의 발언이 추가되며, 집회 신고 시간 문제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당위는 향후 활동 계획 중 하나로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양예원에 대한 무고죄 수사 진행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양 씨는 촬영회 모집책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바탕으로 악플러들에게 강력 대응하겠다고 선포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모집책 재판 결과와) 무고죄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그 근거로 "양예원이 유튜브 발언 등을 통해 주장했던 것들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이에 대해 "(세상을 떠난 스튜디오 실장의) 유족 입장에서 이를 말하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사회적 약자란 무엇인가를 되물어야 한다"며, "유족들은 굉장히 힘든 상황에 있다. 양 씨가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고 우리가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당당위의 존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폭력 의혹 등에 대해) 잘못된 점을 환기시키고, 잘못 알려진 루머는 바로잡는 등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원래 당당위가 주로 주장하는 내용 이외에도 페미니즘 문제를 직접 거론한 다양한 발언이 나왔다. 그 입장도 페미니즘의 사회적 맥락에 공감한다에서 페미니즘에 맞서 남성들이 단결해야 한다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있던 탓에, 당당위 카페는 물론이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발언 내용들과 향후 노선에 대한 토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수 감소 등을 들며 페미니즘을 본격 비판하는 안티 페미니즘 노선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처럼 모든 혐오 표현을 원천 배제하면서 길게 보며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안티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갑론을박... 집행부는 "노선 변경 없다" 못박아


당당위 문 대표는 지난 13일 늦은 밤, 카페에 올린 감사 인사를 통해 당당위가 어느 한 성별만을 위한 단체가 아님을 다시 확실히 했다. 자유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발언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지 않는다"며, "발언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주최 측의 입장을 강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발언 내용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하더라도 다른 발언을 한다면 제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발언이 당당위의 입장이나 집회의 목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님을 말씀드린다"는 입장으로써 12일 자유발언 내용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집행부 역시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후 시위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썼다.

 

그는 "당당위의 목표는 사법정의, 반혐오, 진정한 성평등에서 결코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노선을 변경할 계획이 없음을 못박았다. 문 대표는 해당 게시물에서 "이후 시위"의 개최 시기는 밝히지 않았으며, 집회가 끝나고 만 이틀이 경과한 14일 오후까지도 별도의 발표는 없었다.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