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해산 청원 150만 돌파 민심결집, 나경원 조작설 제기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5/02 [10:11]

자한당 해산 청원 150만 돌파 민심결집, 나경원 조작설 제기

정현숙 | 입력 : 2019/05/02 [10:11]

전문가 “국회 권능 무시한 자유한국당 특권주의에 대한 심판”

 

노컷V 영상 캡처. 자한당 해산 국민청원 30만 넘었을 때 찌푸린 나경원 원내대표 표정

 

청와대 국민청원 최고기록이 바뀌었다. ‘자유한국당 해산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상 최대 참여자 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한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 인원이 1일 오전 11시 29분께 15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무섭게 드러나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유한국당과 보수 신문, 일각의 극우 인사들이 조작설까지 제기하며 애써 폄하하고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에 반대해 장외투쟁에 나서고 ‘동물국회’를 되살린 자한당을 향한 ‘분노의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145만여명이 참여해 11시 30분에 가뿐이 150만 명을 돌파해 무서운 기세로 올라가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후 최다 청원 참여 수치다. 앞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던 국민청원은 ‘PC방 살인사건 처벌 감경 반대 청원’으로 총 119여명이 참여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는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제는 얼마나 더 청원 동의자가 늘어날지 최고기록 보유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자한당을 해산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은 30일 오후 3시쯤 120만 명을 넘겨 최다 청원 기록을 세웠고, 어젯밤 13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2일 시작된 청원 참여는 지난 25일 자한당이 패스트트랙 시도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뒤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 이틀 동안만 100만 명 이상 참여했다.

 

29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자한당의 해산 관련 청와대 국민 청원과 관련된 기자 질문을 받고 별다른 답변 없이 표정이 많이 일그러졌다. 노컷뉴스의 노컷V와 더팩트TV 등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자한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브리핑 하던 중 자한당 해산 청원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브리핑이 거의 끝날 때쯤 기자가 “오늘 아침에 자유한국당 해산 관련 국민청원이 30만명이 넘었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질문하는 기자와 눈맞춤을 하면서 미간을 푹 찌푸렸다. 지금은 곧 150만 명을 돌파할 기세니 과연 그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도 나 원내대표와 자한당은 국민의 분노에 대한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하고 음모론과 조작설로 맞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파죽지세로 늘어나는 가운데, 자한당 내부에서 “(해당 청원) 배후조종자가 청와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이 나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청원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여론조작으로 집권한 이들이 이제는 청원조작도 하고 있다”면서 “‘자유한국당 해산하자’고 하는 청원에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보도하는 언론들, 그중에 14만 명은 베트남에서 접속했다고 한다”며 “이자들은 정말 역사의 죄인은 물론이고, 실정법상 당장에 구속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열을 올렸다.

 

박성중 의원은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을 두고 “허위조작정보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여야가 좌우로 극히 싸우는 전쟁터로 돌변했다”며 “청와대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자료를 아예 공개하고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접속이 많이 몰렸던 4월 29일 한국에서 접속한 양의 97% 그리고 미국이 0.82%, 일본이 0.53% 베트남은 겨우 0.17%뿐이었다. 장자연 씨 청원 페이지 링크를 함께 걸어놨기 때문에 접속량의 90% 정도가 이 페이지에 몰렸다고 한다.

 

국민청원 조작설은 30일 한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 글을 올려 제기했다. 그리고 10시 40분에 앞서 부산 지역의 국제신문이 검증도 없이 비슷한 내용의 의혹 제기를 크게 보도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중국인의 개입까지 주장했다. 이를 여러 매체가 검증 없이 전달하는 형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다시 확산됐다.

 

유튜브 채널 진성호방송에서 진성호 진행자가 "청와대 청원 자체가 조작한 거 아니냐는 이런 의혹입니다. 상당히 신빙성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발간되는 국제신문이 조금 전 올린 따끈따끈한 속보입니다."라며 국제신문을 인용해 방송하면서 극우 구독자들을 흥분시켰다. 뿐만 아니라 다급해진 극우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 진성호방송 등에서는 아예 구독자들에게 민주당 해산 청원에 참여하라고 독려까지 하는 지경이다.

 

왜 사상 최다로 결집했나.. 전문가 “국회 권능 무시한 자한당 특권주의에 대한 심판”

 

이번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한 시민들과 민주당, 정의당은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고 해석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자유한국당은 민심의 분노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라며 질책했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공간으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선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자한당이 이번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해 과도하게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의장실을 난입해 무단 점거하고 문희상 의장을 성추행으로 걸고넘어지는 파렴치한 작태와 국회 사무처에서 드러눕고 보좌진들을 앞세워 문을 부수고 팩스를 망가뜨리는 등 도를 넘는 만행에 민심도 돌아섰다는 시각이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는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가 경제와 일자리, 남북관계 등에서 낙담하는 정서가 있었는데,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이대로 뒀다가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며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독재 타도’를 외치는 걸 보고 분노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국민청원의 메시지가 정당 해산에 강조점이 찍혀있기보다는 그나마 시민들이 누리고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에 엄중히 경고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자한당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2차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경희대 이택광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도 “87년 체제가 대통령은 국민을 직접 대변하고 의회 정치는 기득권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강화해왔는데, 여기에다 자유한국당이 본인들이 해왔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등 과거의 추태를 보이면서 의회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 크게 만들었다”며 “의회 정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정치를 요구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정책대학원 박상병 초빙교수는 “패스트트랙 문제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 사태로 만들어버린 자유한국당을 응징해야겠다는 열망이 팽배했는데, 선거는 1년이나 남았고, 국회의원 소환 제도도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국민청원을 찾아 열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 3년째 접어들면서 뭘 하려고 해도 자유한국당이 저렇게 나오면 방법이 없구나 알게 됐다”며 “자유한국당의 기득권적인 특권주의로부터 나타나는 정치의 부재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라고 지적했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원래 갈등이 있으면 타협하고 기구나 제도를 만들어 해소해야 하는 곳이 국회인데, 국회가 갈등조정 기제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시민들이 국민청원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며 “연령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2030 비율이 유권자 중에 38.5%인데 20대 의원은 한 명도 없고 30대 의원은 2명이다. 새로운 세대가 정치의 주체가 될 때가 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한당은 요즘 들어 대여투쟁을 벌이면서 언감생심 어울리지도 않는 독재 타도와 같은 구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독재 타도를 외치는 자한당을 겨냥한 배우 김의성 씨의 촌철살인 저격 글이 큰 웃음을 안겨줬다. 김의성 배우는 30일 페이스북에 "광주학살로 세워진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분들이 독재 타도를 외치면 우리 집 고양이들이 웃겠습니까, 안 웃겠습니까?"라고 적었다.

 

지난 2005년 사학법 등 4대 개혁 입법이 당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막혀 좌절됐던 노무현 정부의 경험이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결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자한당 대표는 "역시 좌파들의 동원력과 결집력이 참으로 놀랍다"며 "자한당은 전원 사퇴하라"고 비꼬았다.

 

자한당은 한술 더 떠 이번 국민청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분노한 국민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민심을 등 돌리고 대놓고 조작된 결과라며 그들의 주특기인 청와대 음모론까지 들고나왔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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