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내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동남아일기-인도네시아③] 수마트라섬 메단시 캠페인 동참

윤경효 | 기사입력 2009/06/06 [12:09]

“살기좋은 내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동남아일기-인도네시아③] 수마트라섬 메단시 캠페인 동참

윤경효 | 입력 : 2009/06/06 [12:09]
새벽 4시에 택시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5시. 와르다씨와 만나기로 한 시각이 6시니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건물 안에서 기다릴 수 있겠거니 했는데, 건물입구에서부터 표 검사를 하며 통제한다. 밖에는 앉을 자리도 없는데... 쯥...
 
오전 7시 비행기라고 해서 밖에 설치된 비행 스케줄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폰티아낙행 7시 비행기는 없다. 와르다가 도착한 뒤에야 출장일정이 변경되어 오늘은 수마트라섬 북부에 있는 메단시를 방문하고 내일 저녁때에 칼리만탄섬의 폰티아낙시에 들어가게 될 것이란다.
 
▲ 수마트라섬 북부의 메단시.     © 윤경효


1박 2일 출장인줄 알고 달랑 면티 1장만 가져왔는데, 2박3일로 바뀌어서 대략 난감이다. 더위 때문에 옷을 매일 갈아입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꼬질꼬질한 채로 2박3일을 나야 할 듯... 헐~
 
“달랑 면티 1장만 가져왔는데”
 
약 2시간여의 날아 메단(Meden)시에 도착했다. 수마트라섬 북부에 위치한 메단시(북위 3°35’, 동경98°40’)는 약 250만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베라완항)이자 상업도시이다.
 
바탁족의 고향이기도 한 메단은 원래 조용하고 평화로운 농어촌 마을이었으나, 17~19세기 네덜란드의 식민지배 하에서 담배플랜테이션 지역으로 개발되었다. 현재 담배, 야자, 차, 고무 생산 등의 농업뿐만 아니라 광물과 석유유전 개발로 인도네시아 수출액의 70%가 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 메단시 신규 지역조직(CO: Community Organization) 리더회의 모습. 분위기가 너무 무겁게 흐르자 젊은이들인 점을 감안한 것인지, 와르다씨(오른     ©윤경효


그 때문인지, 도시빈민률 뿐만 아니라 대기 및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자카르타만큼은 아니지만... 메단 공항을 빠져나와 오토바이 베짝을 타고 30분여 시내를 달리는데,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매연이 심하다.
 
메단시 외곽 델리(Deli)강 인근의 빈민촌인 늘르얀(Neleyan)마을에 도착하니, 이번 대선빈민후보 캠페인을 위해 새롭게 합류한 11개 주민조직 대표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대표들이라 하지만, 1993년생~78년생들로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메단에 있는 15~20개 지역조직 중에서 이번에 새로이 합류한 조직들이 공교롭게도 대부분이 청년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하여 오후 4시경에야 끝난 회의 분위기가 자못 심상치 않다. UPC 사무총장인 와르다씨의 질책하는 듯한 목소리와 참가자들의 눈치 보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 원래 인도네시아 전통가옥은 1층이 비어있는 것인데, 살 곳이 없어 1층도 집처럼 만들어 거주하고 있다.(사진 왼쪽) 우리나라도 원래 없던 지하 방이 생겨난 것은 모두 산업화 이후가 아니던가. 문득 어렸을 적 눅눅한 지하 방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 어느 여름 장마철인가에 집에 혼자 있는데 하수도에서 역류한 물들이 집으로 들어 왔더랬다.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집이 그렇게 잠기는 줄 알고 식겁했었다. 헐~ 강 옆으로 쓰레기들이 즐비하다. 이 오염된 강에서 사람들은 어업활동을 하고 몸을 씻기도 한다.     © 윤경효

 
“식민지시절 담배공장 메탄시”
 
나중에 와르다씨에게 들어보니, 이번 대선빈민후보 캠페인에서 각 지역마다 목표치를 설정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에서 기껏 5천표만을 목표로 두고 목표 달성 후에 더 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아 더 분발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다. 메단시에 더 많은 지역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몇몇 청년들을 자카르타에서 2달 동안 훈련시켰음에도 그들의 활동이 저조한데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4시간여 회의 모습을 관찰하자니, 회의라기보다는 와르다씨가 청년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비록 이번에는 처음이라 청년들이 서투르지만, 이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훨씬 열정적이 될 수 있겠지. 무엇을 위해 이 활동에 참가하게 되었느냐 물었더니 자손들이 환경 좋은 고향에서 계속 잘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다수다.
 
농부도 있고, 어부도 있고, 대학생도 있고, 청년 실업자도 있다. 다들 소박한 소망에서부터 원대한 포부까지 다양하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 아니던가... 살기 좋은 나의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 쓰레기로 덮인 강에서 수영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물장구치며 논다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메단에 직장을 구하러 왔다가 빈민지역의 오염된 환경을 보고 작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는 줄리(Juli)와 학교를 휴학하고 주민운동에 뛰어든 테디(Tedy).     © 윤경효

 
영문학을 전공하다 환경과 빈곤문제에 관심을 두고 현재 학교를 휴학하고 빈민지역주민운동에 뛰어들었다는 테디(Tedy)가 오염되고 있는 델리강과 강변마을을 보여주고 싶다 하여 몇몇 청년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외곽이라 그런지 도시빈민지역보다는 생활환경은 상대적으로 나은 것 같다.
 
집도 충분히 넓고, 대기오염도 거의 없다. 다만 델리강 주변의 공장폐수와 메단시의 쓰레기 매립지 침출수로 인해 강이 많이 오염되어 있는 듯하다. 여기서도 쓰레기 수거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각 가정집에서 그저 집밖이나 강으로 쓰레기를 투척하고 있다. 마을 인근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데, 얼마 전 소각장에서 새어 나온 연기 때문에 마을 사람 2~3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단다.
 
“오염된 강, 공장폐수 속에...”
 
양식업자들 때문에 마을 가까운 강변에서 어로활동을 하지 못하고 멀리까지 나가서 고기잡이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일자리가 없어 경제적으로 다소 궁핍하다는 것을 빼고는 너무나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방금 온 외국인으로서 차마 마을의 환경오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질문을 해대기가 조심스러워 그저 건강히 잘들 계시라는 말만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 메단시의 신규 주민조직 대표들과 함께.     © 윤경효

 
테디에게 육안으로 수질오염을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을 간략히 알려주고, 오염되었다면, 인도네시아의 환경단체에 연락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건네 본다.
 
잠을 자기 위해 메단시의UPLink(Urban Poor Linkage) Core team 멤버들과 함께 사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무실 내 디글디글한 모기떼를 쫓느라 모기향 피워놓고 문을 닫았더니 쪄 죽을 것 같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멀뚱히 있기가 그래서 한쪽 귀퉁이 놓여 있는 기타를 들고 몽골에서 열심히 익혔던 노래를 튕겨 본다. 여행하는 동안 기타 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헐~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서 기타리스트였다는 친구가 기타를 잡으니,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무르익었다. 인도네시아 노래에서부터 팝송까지.
 
밤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뭇 시원해진 밤공기를 느끼며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어느새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구먼...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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