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미디어특위 발족, 언론탄압 주인공 등장 비판언론 제소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7/04 [10:38]

자한당 미디어특위 발족, 언론탄압 주인공 등장 비판언론 제소

정현숙 | 입력 : 2019/07/04 [10:38]

‘세월호 보도 통제’, ’5·18 북한군 침투설 문제 언론인들을 미디어 감시자로 

 

강원 산불 문 대통령 행적 의혹 제기 고발 당한 네티즌 74명에겐 법률지원

 

지난 1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당 안팎의 망발에 따른 연이은 악재를 엉뚱하게도 좌파 언론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던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현안에 대한 발 빠른 대처를 위해 당 미디어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를 지난 1일 발족했다. 

 

하지만 자한당이 구성한 내년 총선을 대응한 미디어 기구에 위촉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서 기도 안찬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세월호 보도 통제’라던가 ‘블랙리스트 작성’에 앞장섰던 전직 언론인 등 언론자유를 침해하거나 상식을 벗어난 언행을 보였던 인물들을 대거 등판시켜 진정으로 가짜뉴스로 인한 허위·왜곡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날 미디어특위가 발족해 제일 먼저 한 일이 ‘엉덩이 춤’ 퍼포먼스 기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한겨레 신문을 제소한 일이다.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한 수많은 언론 중에 평소 자한당에 비판적인 언론만 선별해 법적 대응을 하는 등 자신들의 논조와 다른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 시도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자한당이 발족한 미디어특위가 극우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대거 고소·고발을 당한 사건에 나서 법률 지원을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여성 당원 행사의 ‘엉덩이 춤’ 퍼포먼스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황교안 대표가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라고 불만을 터뜨린 직후 출범한 기구여서 내부 구성과 활동 방향이 주목된다.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달 13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노총에 언론이 다 장악됐다”며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자한당은 비판 여론을 ‘좌파언론 탓’이라고 몰면서 미디어특위를 발족하고 이날 길환영 전 KBS 사장, 박성중 의원을 미디어특위 위원장에 공동 임명했다.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미디어특위를 가동해 당을 향한 허위·왜곡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해 잘못된 기사에는 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 방침이다.

 

그런데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외압 당사자로 2014년 6월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해임됐던 인물이다. 또 동료 직원들을 상대로 이른바 ‘사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게 논란이 돼 해고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도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5·18 북한군 침투설의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도 특위 위원에 포함되어 있다.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는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피켓과 함께 사진을 찍어 구성원들의 반발을 산 인물로 그는 현재 극우 매체인 정규재의 ‘펜앤드마이크’ 부장(방송제작담당)을 역임하고 있다.

 

이순임 위원은 5·18 역사학회 소속으로 북한군 침투설을 옹호하는 성명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다. 5·18 역사학회는 지난 2월 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망언 논란이 불거지자 이들 의원이 "사실에 기초했고, 너무나도 상식적이며, 애국적"이라고 옹호했다. 지만원 씨가 북한군 침투설 관련 재판에서 패소하자 이들은 성명을 내고 "5·18 광수 사진은 북한군"이라고 주장했다.

 

특위 공동 위원장에 인선된 길환영 전 사장의 해임 사유로는 세월호 보도 등에서 보도통제 및 불공정 보도 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실한 재난 보도’,  ‘사장으로서 직무수행능력 상실’ 등이 꼽혔는데, 그에게는 ‘박근혜 정부 적폐 정권에 충성하다 무능하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인물’이라는 주홍글씨가 줄곧 따라다녔다.

 

길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서부터 비롯된 KBS에 대한 세월호 가족 및 전 국민적 분노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자, 박근혜 청와대는 자신의 충직한 입 노릇을 해 줬던 길환영 전 사장을 소위 말하는 토사구팽을 시킨 것이다. 

 

세월호 당시 김시곤 보도국장  발언을 해명하는 길환영 전 KBS 사장. 뉴스타파

 

현역 의원 가운데는 KBS 방송 기자 출신인 민경욱 자한당 대변인을 비롯해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최교일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인 추경호 의원 등이 참여한다. 미디어특위 산하에 별도의 법률자문단도 꾸렸다.

 

민경욱 대변인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KBS 앵커를 진행하다 입성해 논란을 자처한 인물이다. 그는 대변인이라는 위치에서 당을 향한 ‘막말 프레임’을 가속화 한 장본인으로 ‘헝가리 유람선 참사 골든타임 3분’, ‘대통령 정상 외교 비하’ 등 본인이 직접 내뱉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막말 논란이 나올 때마다 “야당의 정당한 비판에 재갈을 물린다”며 언론 탓, 여당 탓으로 몰아세웠다.

 

엉덩이춤 논란 보도 관련 한겨레 제소 .. 강원 산불 가짜뉴스 유포자 법률 지원 

 

자한당 미디어특위는 지난달 26일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 행사 ‘우먼 페스타’에서 발생한 ‘경남도당 여성 당원 엉덩이춤 논란’을 다룬 한겨레 신문 보도를 콕 짚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미디어특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들이 속옷 노출 퍼포먼스를 하고 이를 황교안 대표께서 격려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한 한겨레 신문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며 “관련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디어특위의 이 같은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또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문제의 퍼포먼스와 황 대표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는데 왜 한겨레 신문만 ‘콕 찍어’ 제소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다. 미디어특위의 대응은 황 대표가 해당 논란이 일자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고 비판한 지 나흘 만에 나왔다.

 

자한당이 발끈한 황교안 대표의 한겨레 격려 대목도 “행사에 참석한 황 대표는 이날 장기자랑 상위권 수상자들을 추후 당 행사에 초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을 뿐이다. 미디어특위가 오히려 한겨레 보도 내용을 왜곡해 ‘황 대표가 격려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허위사실을 주장한 셈이다.

 

한겨레 제소와 함께 미디어특위는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당일 문재인 대통령 행적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고발당한 네티즌 74명에 대해선 당 차원의 법률 지원에 나섰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강원도 산불 발생일에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최초 유포된 곳이 유튜브 방송인 ‘진성호 방송’과 ‘신의 한수’라고 지목한 바 있다.

 

미디어특위는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이 고발한 네티즌을 ‘가짜뉴스를 유포한 네티즌’이라고 표현한 서울신문과 강원도민일보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왼쪽부터 최대현 MBC 아나운서, 승려 출신 정한영씨, 김세의 기자. 정한영 씨 페이스북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자한당 대외협력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 대표는 “우리가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된다. 실수하면 크게 보도가 된다”라며 “우리 당이 하는 일은 다 잘못하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좋지 못하게 비칠 수 있는 모습이 많이 노출된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은 전혀 보도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발언에 맞물린 미디어특위의 대응도, 언론 보도의 허위·왜곡을 바로잡는다는 당의 특위 출범 목적을 넘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언론환경을 입맛대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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