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일 개봉하는 '굴뚝마을의 푸펠', 매연 환경문제 다루는 작품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1/05/15 [10:54]

[영화] 26일 개봉하는 '굴뚝마을의 푸펠', 매연 환경문제 다루는 작품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1/05/15 [10:54]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은 언뜻 보면 환경을 주제로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이보다 더 철학적인 작품이다.

 

즐비한 굴뚝 때문에 ‘별 볼 일’ 없는 ‘밤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늘 별 이야기를 하는 브루노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다.

 

매연 탓에 살면서 별이라는 걸 본 적이 없으니, 하늘에 별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브루노가 허무맹랑해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여기까지 보면, 이 작품이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어가 왜 이리 많은 굴뚝이 마을에 세워졌는지를 파고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연은 이렇다. 과거 ‘레터’라는 사람이 썩어 없어지는 화폐 ‘L’을 만들면서부터 이 사단이 일어났다.

 

레터는 사람들이 썩어 없어지는 음식보다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돈에 집착해 더 많은 돈을 축적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걸 모습을 보고, 돈도 물고기처럼 썩어서 없어지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에 그는 ‘L’이라는 썩어 없어지는 대체 통화를 만들어냈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 봐야 금세 사라질 돈이니 사람들은 돈이 생기는 족족 소비했다. 덕분에 지역경제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저금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중앙은행은 레터를 경제사범으로 규정하고 사형시켜 버렸다.

 

그러자 레터의 아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이주해 다시 L을 화폐로 사용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외부와 단절시키기 위해 바닷속에 괴물이 살고 있다며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외부세계를 볼 수 없게 굴뚝을 수도 없이 만들어 굴뚝 연기로 하늘을 뒤덮었다.

 

결국 사람들은 하늘을 봐봤자 검은 매연뿐이니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게 됐다. 당연히 하늘을 보며 꿈꿀 일도 사라졌으니 이곳 주민들은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갔다.

 

하지만, 우연히 광산 도둑인 스쿱에게 하늘에 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브루노는 연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별’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연극이니 그냥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재미있어했지만, 자꾸 듣다 보니 브루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브루노는 1년 전 어느 날, 바다 괴물에게 잡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아빠로부터 수시로 하늘에 별이 있단 이야기를 들은 루비치는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난 ‘쓰레기 사람’ 푸펠과 함께 사람들에게 꼭 별을 보여주겠다며 행동에 옮긴다.

 

루비치는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말이 맞다는 강한 신념으로 아빠가 사라진 후부터 굴뚝 청소부로 일하며 매일 높은 곳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본다.

 

루비치의 신념이 확고한 걸 알고 스쿱과 푸펠이 도와 결국 루비치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폭약을 터트려 하늘을 뒤덮고 있는 매연을 말끔히 없앤다.

 

그리고 드디어 마을 사람들은 난생처음으로 하늘이 이렇게 예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은 하늘을 수 놓은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게 된다.

 

사실 어떤 개념과 실제는 다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배분하고, 똑같이 생활하면 서로 빈부격차로 인한 소외감이나 계층의 구분도 없을 것이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노동력이 뒤처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이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노동량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배분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인민(人民)들보다 더 많은 부(富)를 축적하면서 공산주의(共産主義)는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는 데 혈안이 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그럼 아예 부를 축적하지 못하도록 돈을 썩어 없어지게 하자는 발상을 한다.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을 수 있으나, 돈이 썩어서 없어지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에만 급급해 저축하지 않게 됐다.

 

돈을 저축하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게 되는 노후의 삶은 경제적으로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또 사람들이 저축해야 은행이 그 돈으로 기업에 대출도 해주고, 기업이 대출금을 토대로 민자도로도 만들고, 신약 개발에 대해 투자도 하는데 ‘L’이라는 돈은 썩어 없어지니 저축을 하지 않아 결국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게 된다.

 

결국 중앙은행이 나서서 이를 제지하자 레터의 아들은 여전히 돈이 썩어서 없어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따로 마을을 조성하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간다.

 

이를 통해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하고,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잘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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