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홍수 이재민 570만명, 기후변화 직격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인구 15%가 영향권”

소정현기자 | 기사입력 2022/09/13 [10:02]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홍수 이재민 570만명, 기후변화 직격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인구 15%가 영향권”

소정현기자 | 입력 : 2022/09/13 [10:02]

국가비상사태 선포 전국 72개 지역 피해 막심

가옥 100만채 파손 이재민은 570만명에 달해

 

이른 몬순우기 기후온난화 영향 빙하 녹아내려

복구에 100억달러 소요재건하는 데 5년 이상

 

 

▲ 파키스탄은 6월부터 3개월 가까이 지속된 폭우로 국토 3분의 1이 침수됐으며, 파키스탄 전체 인구 22천의 15%에 이르는 3천만 명이 홍수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photo source youtube.com/watch?v=Cb1rToox92E  

 

파키스탄 현대 역사상 가장 많은 비

 

파키스탄의 기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은행의 알리 타우키어 셰이크는 “1918년 이후 기록된 역사 속에서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통상적으로 6월부터 몬순 우기가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지지만 올해는 5월부터 예년보다 큰 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냈다. 올해에는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올해 파키스탄의 전국 강우량은 지난 30년 평균의 3배에 달한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에 따르면, 몬순 우기가 시작된 6월 이후 총 1,136명이 숨졌다고 829일 밝혔다. 파키스탄은 최근 미중유의 폭우로 전국 160개 지역 중 72개 지역이 기후 피해 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6월부터 3개월 가까이 지속된 폭우로 국토 3분의 1이 침수됐으며, 파키스탄 전체 인구 22천의 15%에 이르는 3천만 명이 홍수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인구 7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누적 이재민은 570만 명에 달한다.

 

파키스탄의 기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은행의 알리 타우키어 셰이크는 “1918년 이후 기록된 역사 속에서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photo source newswire.ca 

 

재산 피해도 막대하다. 파키스탄은 유례없는 폭우로 인한 홍수로 곳곳의 도로와 기반 시설 등이 유실됐다. 전국적으로 가옥은 100만 채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파키스탄 전역의 3,451km에 달하는 주요 도로와 다리 170여 개가 파손되었다. 가축 피해도 73만 마리에 달한다.

 

또한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50km 떨어진 세계 최대의 사력댐인 타르벨라댐’(Tarbela Dam)은 연일 최고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댐이 넘칠 경우 펀자브 등 하류 지역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파키스탄 북서 모만드(Mohmand) 지역에 중국과 함께 건설 중이던 댐 일부도 붕괴됐다.

 

특히 홍수 피해 직격탄을 맞은 남부 지역에서만 9억 달러(12,0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예년보다 강수량이 9배에 달했던 남동부 신드주(Sindh), 5배 이상이었던 남서부 발루치스탄(Baluchistan) 주의 피해가 가장 컸다. 남동부 신드 주는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남서부 발루치스탄의 75% 이상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신드 지역에서만 4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집과 생계를 잃었다. UN은 약 20억 평의 농경지와 과수원이 피해를 입었다고 추정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인 15억 평 정도가 신드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발루치스탄 지역 37천만 평과 펀자브 지역 21천만 평도 영향을 받았다.

 

파키스탄 사람의 60% 이상이 식량과 생계를 위해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파키스탄 목화밭의 절반이 침수됐으며 논과 과수원, 채소밭도 큰 피해를 보았다. 이번 홍수로 파키스탄 섬유업계의 수출이 8억달러(177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 당국은 9월 한 달간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하며 추가 홍수 피해 및 남부 인더스 강 범람에 대비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당국은 전한다.

 

▲ 파키스탄 남동부 신드주는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photo source dawnnews.tv

 

수인성 전염병과 영양실조위험 증가

 

유엔 아동기구는 최근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심각한 홍수로 인해 30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수인성 질병, 익사, 영양실조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임신부 여성도 위생·보건상 어려움에 직면했다. 유엔인구기금은 홍수 피해지역에 임신부 65만 명이 있고, 조만간 73000여명이 출산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재민들은 집을 버리고 대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허름한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들어 홍수로 범람한 물을 마시는 실정이다. 수원 자체가 오염된 데다 화장실을 구하기 힘들어 위생 문제도 심각하다.

 

유례없는 여름철 폭우로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 이제 설사, 피부병 등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 수인성 질병은 현재 파키스탄 전역의 홍수 피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진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급성 설사, 콜레라, 기타 전염성 질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의약품과 관련 보급품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몬순 우기가 시작된 6월 이후 총 1136명이 숨졌다. 전국적으로 가옥은 100만채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파키스탄 전역의 3,451km에 달하는 주요 도로와 다리 170여 개가 파손되었다. 가축 피해도 73만마리에 달한다. photo source aljazeera.com  

 

기후온난화의 직격탄을 맞다.

 

몬순 우기는 매년 6월 파키스탄을 포함한 남아시아 남동부 지역에서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진다. 몬순은 대륙과 대양 사이의 기온과 기압 차이로 발생하는 계절풍의 일종이다. 파키스탄 연간 강수량의 80%가 몬순 우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몬순은 파키스탄 홍수의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대홍수 사태의 핵심 원인은 몬순 우기에 기후온난화 영향이 더해지면서 나타난 이상 기상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550도 안팎까지 치솟은 파키스탄의 폭염이 이번 홍수를 촉발한 원인으로 꼽힌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호우성 강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통상 기온이 1도 높아지면 대기 중의 수증기 양도 7%씩 늘어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6월에 찾아오던 우기가 올해엔 5월부터 시작되며 더 많은 비를 뿌렸다.

 

1년 전 위성사진에 비해 금년은 폐해상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photo source futura-sciences.com    

 

설상가상으로 파키스탄은 극지방을 제외한 수많은 빙하에 인접한 국가로 해빙에 따른 빙하수가 인더스 강으로 유입됨에 따라 지난 6월 이후 세 번의 대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기상청은 인더스 강의 범람은 기온 상승 후 빙하가 녹은 후에 항상 발생했다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사실, 파키스탄은 극지방 이외의 지역 중 빙하의 수가 가장 많다.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의 길기트 발티스탄’(Gilgit-Baltistan) 지역은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Karakoram) 산맥 등이 교차하는 곳으로 만년설에 뒤덮여 있다.

 

파키스탄 기상청의 사다르 사파라즈는 북부 길기트 발티스탄 지역에서는 올해에만 16차례나 빙하수 분출 사례가 관측됐다예년에는 5~6차례 발생했다. 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히말라야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많은 빙하가 녹아내리며 갑작스러운 홍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해 복구에 약 100억달러(14조원) 이상이, 재건하는 데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photo source timesofindia.indiatimes.com    

 

국제사회의 도움 절실히 필요하다.

 

파키스탄 측은 최근 폭염, 산불, 갑작스런 홍수, 빙하호의 급속한 증가, 홍수 등 끊임없는 재난을 겪어왔다. 물론 자연적인 영향도 있지만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의 주요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 자연 재해에 대한 열악한 대비도 더욱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아산 이크발파키스탄 기획개발부 장관은 수해 복구에 약 100억달러(14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을 재건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한다. 이크발 장관은 이번 피해가 2010년 홍수 사태 때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에선 2010년에도 우기 홍수로 큰 피해를 봤는데, 당시 2,000명 이상이 숨지고 국토의 5분의 1 가량이 물에 잠겼다.

 

이번 홍수는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식량, 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발생했다. 또한 파키스탄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사회도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긴급 자금을 동원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3,300만 명의 파키스탄 이재민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원조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엔은 파키스탄을 돕기 위해 16000만달러(215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photo source cbc.ca    

 

 

830, 유엔은 파키스탄을 돕기 위해 16000만 달러(2150억 원)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829, IMF는 경제난에 빠진 파키스탄에 117000만 달러(15765억 원)의 구제 금융을 승인했다.

 

캐나다 정부는 파키스탄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500만 달러(673800만원) 규모의 기금을 발표했다. 한국도 30만 달러(4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에서도 파키스탄 홍수 피해 지원금 2억 원을 전달했다.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를 급파했다. 파키스탄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추가로 30만 달러(4억 원)와 임시 거처용 텐트 25,000개 등을 약속했다. 중국은 이미 텐트 4000, 담요 5만장, 방수포 5만개 등을 제공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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