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가득 여행자와 유럽풍 시설들

[동남아일기30-라오스] 방콕 출발 18시간만에 도착한 왕위앙

윤경효 | 기사입력 2010/04/16 [15:40]

거리 가득 여행자와 유럽풍 시설들

[동남아일기30-라오스] 방콕 출발 18시간만에 도착한 왕위앙

윤경효 | 입력 : 2010/04/16 [15:40]
1월 3일 저녁 8시 방콕 카오산에서 출발해 18시간여를 달려 라오스의 위앙짠(Vientiane, 프랑스어 표기로 영어식발음은 비엔티엔)을 지나, 작은 시골마을 왕위앙(Vang Vieng, 영어식 발음은 방비엥)에 도착한 후,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낸 것 같다.
 
“시간에 쫓겨 사람도 못보고”
 
라오스행 버스와 왕위앙에서 만나게 된 한국여행자들과 함께 왕위앙에서 3일, 루앙프라방(Luang Phrabang-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유네스코 지정 역사문화도시)에서 2일을 보냈는데, 지금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거리를 가득 메운 여행자들과 그들을 위한 세련된 유럽풍의 여행자 시설들이다.
 
▲ 1월 5일 화요일. 자전거를 빌려 왕위앙 마을 주변을 돌아다녔다. 잔잔히 흐르는 송(Song)강과 널따랗다 펼쳐진 논밭 뒤로 깎아지른 듯 한 암벽 산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사진 위). 흙과 야생풀 밖에 없는 학교 운동장이지만 신나게 뛰놀고 있는 아이들과 하교하는 어린 소녀들(사진 아래). 경운기에 두엄을 가득 싣고 일터로 향하는 농부를 보자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관광지로 개발되어 라오스의 채취를 잃어버린 마을 중심가와 송강 주변의 위락단지와는 참 대조적이다.     © 윤경효
▲ 왕위앙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바라본 라오스 북부 산악지대 전경(왼쪽)과 마을의 모습(오른쪽). 뱀이 기어가듯 산을 빙빙 돌며 구비치는 길 때문에 이동하는 내내 속이 메슥거려 혼났다. 결국 일행 중 몇 명은 멀미로 토하기도. 가파른 산등성이에 반은 공중에 띄운 채 지은 대나무집들이 인상적이다. 척박할 것 같은 이 높은 산 오두막들에도 커다란 위성수신기가 있어 사람들이 TV를 보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 헐~     © 윤경효


라오스에 온 지 일주일인데, 라오스의 ‘라’자도 느낄 수가 없다. 쩝…-,.-;; 2주간의 짧은 시간에 라오스 북부에서부터 남부까지 이동하려다 보니, 시간에 쫓겨 라오사람들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2주 동안 라오스를 느껴보겠다는 것이 어쩌면 과한욕심일지도. 캄보디아로 넘어가기 전 1주일 동안은 관광지로 덜 개발된 한 시골마을에 눌러 앉아 좀 조용히 바라봐야지.
 
▲ 루앙프라방의 아침시장 전경. 관광객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그나마 지역주민들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 고기, 생선, 채소, 과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잡화도 팔고, 군것질거리들도 있다. 밀전병을 굽는 아주머니(사진 아래 왼쪽). 시장 한쪽에는 간이식당들이 있어 사람들이 일터로 가기 전 아침 식사를 하는데, 가만 들여다보니, 대부분이 쌀국수와 바게트를 먹는다(사진 아래 오른쪽). 쌀국수는 라오 전통음식이고, 바게트는 프랑스 식민시대 이후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관광지에서 쌀국수가 보통 한 그릇에 8천~1만낍(약 1천~1천3백원)정도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약 2만낍을 벌 정도라고 하니, 상당히 비싼 편이다.     © 윤경효
▲ 1월 8일 금요일 이른 아침, 메콩(Mekong)강의 얕은 곳을 찾아 건너고 있는 소와 농부(사진 왼쪽). 메콩강 지류인 칸(Khan)강에서 멱을 감고 있는 동자승들(사진 오른쪽).     © 윤경효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 여행자들과 함께 어울려 돌아다니다, 오늘 모두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니, 뭔가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그새 ‘함께’함에 익숙해졌었나보다. 지난 8개월여 동안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무디어질 만도 하건만, 이것은 나아지지가 않는다. 헐~
 
“침대메이트 남자면 곤란한데...”
 
오늘 저녁 8시 버스를 타고 라오스 남쪽 도시 빡세(Pakse)로 이동한다. 12시간여를 이동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침대버스를 이용해서 좀 더 편히 갈 수 있을 듯. 인간이 간사해서 잦은 장거리 이동에 몸이 지치다 보니, 현지생활 체험이고 뭐고, 돈을 더 주고서라도 편한 것을 찾게 되네. 쩝…그나저나 침대 메이트가 남자면 좀 곤란한데...

▲ 왕위앙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들과 함께. 여행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려는 많은 건강한 젊은이들을 알게 된 것도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코리아 파이팅~!!     © 윤경효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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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랍비 2010/04/16 [18:47] 수정 | 삭제
  • 글 잘읽었습니다.
    동남아는 늘 환상적인 모습밖에는.. 생각이 안나네요.
    라오스는 낯설지만 여행하고픈 나라네요.
    반면 서민생활은 여기나 거기나 고된건 똑같을 거라는.

    움.. 말미에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있어.
    몇자 적고 가렵니다.

    무릇 이태리행 열차를 타보면 ~
    주변에 아시아여자만 있어도 바로 옆으로 착~붙어.
    그간의 노하우로 정신을 빼놓고.
    호텔까지 쫓아가는 근성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브라질은 10명중 한명이 남자다보니
    누구든 자기한테 대쉬한다는 착각속에 빠져사는 녀석들을 발견하지요.

    독일애덜은 엎에 이쁜 여자가 있어도
    모른 척하고 읽지도 않는 책을 열심히 보며.
    말 걸어주길 기다리지요.

    한국애들은 식당칸에 앉아.
    술만 들이키더군요.

    끝으로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지구환경에 대한 글을 보고싶군요.
    인재는 보도되도 자연재해는 덮어두는 사회라
    귀한 정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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