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일 개봉 '52헤르츠의 고래들' 아동학대 피해자에게도 희망을

박선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9/03 [10:05]

[영화] 4일 개봉 '52헤르츠의 고래들' 아동학대 피해자에게도 희망을

박선영 기자 | 입력 : 2024/09/03 [10:05]


영화 <52헤르츠의 고래들>은 제목부터 우리의 관심을 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고 알려진 52헤르츠의 고래는 통상적인 고래들의 의사소통 주파수(12헤르츠~25헤르츠)가 아닌 높은 주파수인 52헤르츠 내외 주파수의 음파를 발신한다.

 

그래서, 주파수가 다른 음파의 사용해 다른 고래와 소통이 힘든 52헤르츠의 고래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칭한다.

 

52헤르츠의 고래가 대중에게 정확히 인식된 것은 지난 2022년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면서부터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는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인물로 52헤르츠의 고래에 비유됐다.

 

커다랗고 아름다운 고래가 배경으로 등장하며 우영우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런 외로움을 상징하는 존재인 52헤르츠의 고래는 영화 <52헤르츠의 고래들> 중에서도 외로운 키코와 어린 소년과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고독한 존재를 넘어, 소통의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작은 바닷가 마을의 외딴집에서 살고 있는 키코(스기사키 하나 분)가 비 오는 어느 날 어린 소년(쿠와나 토리 분)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비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은 씻으려다 어린 소년의 몸을 보게 된다. 그의 몸은 상처와 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어린 소년은 목소리마저 잃은 상태로 마음을 열지 않는다.

 

키코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어린 소년의 소리 없는 SOS를 듣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어린 소년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며 깊은 연민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녀의 SOS를 들어준 안고(시손 쥰 분)에게 받았던 도움을 어린 소년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키코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친어머니에게 학대 당했으며, 의붓아버지가 위독해지자 간병을 도맡아 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구원해 준 이가 바로 안고였다. 안고는 고통과 외로움에 울부짖던 키코의 SOS를 알아보고 키코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언제나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인물로 키코에게는 구원의 존재이다.

 

이런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자신과 같이 외로운 52헤르츠의 고래인 어린 소년에게 안고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영화 <52헤르츠의 고래들>은 상처 입은 두 영혼이 만나 서로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고독과 소통, 그리고 인간관계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잔인하다. 부모의 학대와 방임이 있으며, 나약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인 아이를 가스라이팅한다.

 

키코의 어머니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살며 키코를 학대한다.

 

너무 사랑하지만, 아이를 때리고 다시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가스라이팅하며, 어린아이의 정신을 지배한다.

 

키코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이미 너무 길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순간에 되어서야 안고를 만나고 새 삶을 살게 된다.

 

어린 소년도 마찬가지다. 말 못하는 이유도 어머니의 학대 때문이며, 자신의 이름을 버러지로 알고 있다.

 

매일 어머니가 버러지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자신도 버러지 같은 존재라고 인식하며,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이며 잘못된 것인지 어렴풋이 인지할 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아동 학대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성인도 학대 받을 수 있고, 가스라이팅 당할 수 있지만, 인격이 형성되기 이전의 아이들은 부모에게 의존하는 의존도가 더 크기 때문에 더욱 벗어나기 힘들다.

 

키코는 자신이 당했던 일과 같은 일을 당하고 있는 어린 소년을 알아보고, 더 늦기 전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자신처럼 장기간 학대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이다.

 

영화는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고통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보여준다.

 

특히,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적 학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충격을 안겨준다.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기며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영화 <52헤르츠의 고래들>은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솔로몬의 위증><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나루시마 이즈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52헤르츠의 고래들>을 완성했다.

 

섬세한 연출과 연기가 만나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오이타현의 풍광은 외로운 52헤르츠의 고래와 만나 그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고독한 모습을 통해 외로움과 소외감을 강조하며 가슴속에 큰 울림을 남긴다.

 

특히, 키코의 집에 있는 테라스에서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키코와 어린 소년이 함께 52헤르츠 고래의 소리를 듣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화 <52헤르츠의 고래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면서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은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인 52헤르츠의 고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힐링을 주는 영화 <52헤르츠의 고래들>은 오는 4일 개봉한다.

 

/디컬쳐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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