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로사 논란에 휘말린 쿠팡의 배송 자회사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쿠팡의 배송 기사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근로감독의 쟁점은 쿠팡의 배송 기사들이 사실상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로 위장되어 불법 파견 문제를 피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정부의 판단 간의 큰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정슬기 씨 사망 사건을 비롯해 잇따른 과로사 문제를 두고 쿠팡의 지휘를 받는 배송 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배송 차량을 소유하고 자신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나 가족과 함께 배송을 진행할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따라서 이들을 근로자로 분류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불법 파견 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발표에 즉각 반발하며 이번 결과가 쿠팡의 불법적인 근무 구조를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쿠팡 배송 기사였던 정슬기 씨가 새벽 배송 업무를 마친 뒤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진 사건은 쿠팡 배송 시스템의 무리한 노동 강도와 연관되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 씨는 주당 74시간 이상 야간근무를 이어왔으며, 가족과의 메시지에서 자신을 "개처럼 뛰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 정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꼬박 심야노동을 계속했다"며 "집에서도 무릎이 닳을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유를 따져야지 지엽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기업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로 그칠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쿠팡이 산업안전보건법을 다수 위반한 사례를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무리한 야간 배송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재는 하지 않았다.
단지 쿠팡 측에 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에 그쳤다. 또한, 배송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이른바 클렌징 제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지적을 내놓지 못했다. 노동계는 클렌징 제도와 야간 노동을 포함한 쿠팡의 노동자 강요형 서비스 지표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빠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민주노총 대변인 전호일 씨는 "이번 근로감독은 쿠팡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서비스 지표와 이를 뒷받침하는 부당한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발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근로감독 결과가 미흡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 불법 경영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쿠팡의 배송 구조와 노동 강도 문제가 단순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 경영 구조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쿠팡의 배송기사들이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적 한계와 기업의 대응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금 촉발시켰다.
쿠팡의 무리한 배송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쿠팡이 배송기사들에게 단순히 업무를 분배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노동 강도를 강제하고, 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들은 배송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과도하게 높은 데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실상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의 클렌징 제도는 배송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사를 대상으로 그들의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는 결과적으로 배송기사들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클렌징 제도가 노동 강도를 강화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와 노동계 간의 첨예한 갈등을 다시 부각시키며, 쿠팡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근로 환경에 대한 논의가 더욱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쿠팡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재조정하고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함께 노동 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쿠팡 사건과 같은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쿠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쿠팡이 앞으로도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가 과연 근로환경 개선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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