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태수 기자] 북촌 골목 한복판에서 정원오의 시선은 단순한 현장 방문자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듯 보인다. 그는 10년간 성동구청장을 하면서 성동구를 바꿔놓은 인물이다. 즉 행정과 도시의 융합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번 나들이에 그는 풍경속에서 미래 북촌과 서울을 설계하는 듯 보였다.
오히려 그 풍경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누구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는지를 읽어내려는 태도에 가까웠다.
기자의 눈에 비친 정원오는 ‘정답을 말하는 정치인’이라기보다 ‘문제를 구조로 이해하려는 행정가’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들려온 상인의 질문은 짧았지만 날카로웠다. “우리가 이 골목을 만들어놔도, 결국 쫓겨나는 것 아닌가요?” 이 질문 앞에서 정원오는 즉각적인 답을 내놓기보다 잠시 멈췄다.
그 침묵은 회피라기보다, 이 문제가 단순한 민원 차원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기자가 보기엔, 정원오는 이 질문을 ‘개별 상인의 고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를 도시 성장 모델 자체의 한계로 읽고 있었다. 골목이 살아나면 임대료가 오르고, 자본이 유입되며, 기존 주체가 밀려나는 패턴. 서울 곳곳에서 반복돼온 이 구조가 북촌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그가 북촌의 경쟁력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개발 논리에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자본과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정원오는 정반대의 지점을 짚었다. 북촌을 찾는 이유는 ‘유명함’이 아니라 ‘고유함’이라는 점이다. 즉, 이 골목의 가치는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이미 축적돼 있다는 판단이다.
이 지점에서 그의 문제의식은 명확해진다.
지금의 구조는 그 고유함을 유지하기보다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의 매력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그 자본이 다시 골목의 매력을 훼손하는 역설적 순환. 그는 이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해치는 구조’로 인식하고 있었다.
청년 상인들의 사례는 이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감각과 콘텐츠로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체들이, 정작 그 성공의 결과로 가장 먼저 밀려나는 현실. 이는 단순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부재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정원오는 이 지점을 짚으며, “혼자 버틸 수 없는 문제”라는 현장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기자의 시선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흔히 나오는 임대료 규제나 일회성 지원책을 강조하기보다, ‘구조’를 만들겠다는 언어를 반복했다.
주민, 상인, 건물주가 함께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 이는 단순한 협의 기구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묶어내는 장치다.
이 접근은 행정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규제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해당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방향이다.
기자의 눈에는 이것이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의 시야가 북촌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 문제를 서울 전역의 문제로 확장했다. 가로수길의 변화, 성수동의 사례를 언급하며, 골목이 성장하고 쇠퇴하는 패턴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특정 지역의 해법을 찾기보다, 도시 전체에 적용 가능한 원칙을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원오가 그리고 있는 서울은 거대한 랜드마크 중심의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작은 골목과 지역의 개성이 살아 있는 도시에 가깝다. 기자가 느끼기엔, 그는 ‘크게 만드는 도시’보다 ‘잘 유지하는 도시’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는 성장 중심의 도시 정책에서 관리와 지속 가능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북촌에서의 발언 중 “서울의 경쟁력은 골목에서 나온다”는 인식은 그의 도시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기준에 가깝다.
골목이 사라지면 도시의 매력도 사라지고, 매력이 사라지면 사람도 자본도 떠난다는 구조적 이해가 깔려 있다.
현장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문제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제시한 방향은 분명했다.
상생을 ‘구호’가 아니라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 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접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방식이다.
기자가 본 정원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인을 넘어 그것을 도시의 구조로 번역하려는 행정가였다. 북촌의 골목에서 시작된 질문은 아직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미래는 거창한 계획서보다 이런 골목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골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도시의 방향도 달라진다.
북촌에서 드러난 정원오의 시선은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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