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2주년 기억식 李대통령 참석, 비어 있던 그 자리 마침내 채워

"국가 책임 통감, 안전국가로 답하겠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4/18 [09:38]

세월호 12주년 기억식 李대통령 참석, 비어 있던 그 자리 마침내 채워

"국가 책임 통감, 안전국가로 답하겠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4/18 [09:38]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세월호 기억식 첫 현직 대통령 참석… 이재명 “국가 책임 통감, 안전 국가로 답하겠다”

12년 동안 비어 있던 한 자리가 마침내 채워졌다. 그 자리는 단순한 좌석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 머물러야 했던 자리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매년 반복되어 온 기억식에서 늘 공석으로 남겨졌던 대통령의 자리. 그 공백은 곧 국가의 침묵이었고, 책임의 부재를 상징하는 상처였다.

 

2026년 4월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본문이미지

▲ 김혜경 여사와 유족들이 부둥켜 눈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그가 앉은 자리 하나가 채워지자, 지난 12년의 시간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왜 이 자리는 오래 비어 있었는지, 그리고 왜 이제야 채워졌는지를 묻는 질문이 현장을 무겁게 감쌌다.

 

이재명 “국가 책임 통감, 안전 국가로 답하겠다” 짧지만 묵직한 이 한 문장은, 과거 국가가 감당하지 못했던 책임을 현재 권력이 끌어안겠다는 선언으로 읽혔다. 그는 이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고 말하며,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과제로 규정했다.

 

세월호 기억식은 단순한 추모의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통해 책임을 묻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의 구조를 되묻는 자리다. 그러나 그동안 이 자리는 국가 최고 권력자의 부재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참사 대응 실패와 진상 규명 논란 속에서 대통령의 직접 참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메시지와 위로는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기억식 참석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공백은 유가족들에게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또 다른 상처였다. 매년 반복되는 기억식에서 가장 앞줄 중앙에 남겨진 빈 의자는, 말 그대로 ‘국가가 비워둔 자리’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날 “늘 비어 있던 그 자리가 이번에 채워졌다”고 언급한 대목은, 그 상징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현장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여전히 깊은 슬픔 속에 있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은 상처를 지우기에는 너무 짧았고, 오히려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기록을 남기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헌신해 온 유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표현에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유가족들이 지난 시간 동안 감당해 온 역할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는 단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발언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구조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도하는 문장이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되돌아갔다.

 

기억식에는 김동연 지사와 추미애 후보를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도 함께 자리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면은, 세월호가 여전히 한국 사회의 공통된 아픔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동시에 그동안 정치권이 이 문제를 얼마나 일관되게 다루지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의 여지도 남겼다.

 

홍성규 후보가 “여전히 밝혀내야 할 진실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 점은, 세월호가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기억은 완결된 과거가 아니라, 계속해서 현재를 움직이는 힘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참석은 단순한 상징적 행위를 넘어,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구축이라는 과제를 다시 공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본문이미지

▲ 눈물 흘리는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이날 기억식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숫자는 304였다. 304명의 생명, 304개의 꿈. 이 대통령은 “그 이름들이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기억을 넘어 제도와 시스템으로 이어져야 한다. 안전을 말하는 국가가 실제로 안전을 만들어내는 국가로 변화할 수 있을지, 그 시험대가 지금 시작된 셈이다.

 

12년 동안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그 자리는 단순히 앉는 자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그 자리에 앉았느냐가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권력이 무엇을 하느냐다.

 

세월호는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가는 왜 그들을 지키지 못했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지킬 수 있는가. 이번 기억식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처럼 보였다. 그러나 진짜 답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완성될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