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시로 말한다 최루가스 뿌연 87년 6월 어느날 신륵사에서

임효림 | 기사입력 2007/06/03 [01:13]

우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시로 말한다 최루가스 뿌연 87년 6월 어느날 신륵사에서

임효림 | 입력 : 2007/06/03 [01:13]
 신륵사에서 바라본 남한강.
 
우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何來何去長江流 
夜深寥寥水月照
 
時也孤身自省察 
世事煩擾歸無常
 
어디서 와 오디로 흘러가는가. 장강이여
밤은 깊어 고요한데 달빛은 물을 비춘다.
 
때로는 외로운 몸으로 스스로를 살펴보라
번거로운 세상일이란 무상으로 돌아가나니
 
위의 한시는 오래전 신륵사에 들렸다가 쓴 것입니다. 그때는 87년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길목이라 신록은 아름답고 강물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연일 최루탄 가스로 숨을 쉬기가 힘든 상황이었고, 내가 사는 원적정사에도 수시로 지명수배를 당한 사람들이 찾아와 몸을 의탁했습니다. 그런 중에 나는 아마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신륵사에 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래 묵은 수첩에 이 시가 들어 있고, 그 아래 "잠시 신륵사에 들려 객실에서 삼일을 머물고 그 감회를 적어 본다. 87년 6월 1일"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요. 우리가 찌지고 볶는 지금의 현실도 역사의 안목으로 보면 장강의 흐름같이 유유하게 흘러 갈 것입니다. 요즘 같이 번거로운 때에는 외로운 몸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 들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모두 결국은 무상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내 불로그에 자작나무님이 들려 신륵사에 다녀왔다는 쪽지를 보내주어 이렇게 옛 추억을 더듬어 올려 봅니다. 물론 위의 한시는 격식도 없고 졸작이지요. 그러나 옛 추억은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6월, 지난 6월 항쟁 20주년이라고 하네요. 모두 그때 그 시절의 마음을 잠시나마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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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다 2007/06/09 [00:03] 수정 | 삭제
  • 신륵사 오랫만에 가봤는데
    많이 변했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장강은 흐르고 있었습니다
  • 나홀로 시인 2007/06/04 [16:03] 수정 | 삭제
  • 요즘 같이 번거로운 때 외로운 몸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 들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
    너무도 그리하고 싶습니다. 결국 무상으로 돌아갈터인데... 왜 악다구니를 써대고 삿대질을 해대는지 원...제가 먼저 맘을 비워야할텐데... 스님 말마따나...
  • 소나무 2007/06/04 [15:28] 수정 | 삭제
  • 장강유수라
    우리는 모두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지요
    살아가는 것이 다 무상으로 귀결된다는 글귀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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