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노래

음악산책 REM의 'Everybody hurts', 시적감성 담은 꿈의 운율

유요비 | 기사입력 2007/10/26 [15:46]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노래

음악산책 REM의 'Everybody hurts', 시적감성 담은 꿈의 운율

유요비 | 입력 : 2007/10/26 [15:46]
  세상과의 투쟁에 지쳐 힘들고 피곤할 때,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괴롭고 우울할 때, 분노와 절망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그때 듣는 노래가 있다. 바로 REM의 <Every hurts>(모든 이가 상처받고 있다)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그 모순으로 인해 세상은 상처투성이다. 전 지구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와 영역에서 인간은 상처로 고통스럽고 아프다. 권력이든 돈이든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 낸 사회적 상처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로 돌아가 그들을 아프게 하고 울리고 있다.

  신음소리뿐인 세상. 작은 꿈 소박한 희망 하나 올곧게 키워낼 마음과 여유를 세상은 용납하질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그래도 인간이기에 상처투성이의 몸과 마음을 추슬러 다시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 REM의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의의 열창 모습. 2005년 베를린 공연.     ©


모순 가득한 세상, 약자를 위한 음악

  <Every hurts>을 부른 REM은 ‘얼너터티브 락’의 전형이며,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락밴드다. 1979년 아마추어밴드로 결성되어 주로 대학가에서 활동하다가, 1981년 친구 어머니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축하 연주하던 중 음반사 사장의 눈에 들어 정식으로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REM은 활동 초기에 기존 락에 컨트리풍을 가미해 다소 촌스럽기까지 한 음악적 특징을 가졌었는데, 저항정신을 잃고 상업화되고 정형화된 기존 락음악에 싫증을 느낀 젊은이들에게는 이것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레이건 통치하의 강화된 보수주의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에게 미국사회의 부조리를 직접적으로 풍자, 비판하는 REM의 노랫말들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1988년 발표된<Orange Crush>라는 노래는 베트남전에 살포된 고엽제를 생산한 오렌지사를 맹렬하게 공격하는 내용이고, 역시 1988년 발표된 <Worldd Leader Pretend>와 1992년 발표된 <Ignoreland>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공화당의 실정을 비판한 노래다.
 
  이러한 REM의 음악적 특징과 노래에 담긴 강한 정치적 메시지들은, 1980년대 초, 중반 기존 체제에 순응만 하고 있는 상업화된 무기력한 락음악에 회의적이던 많은 락밴드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새로운’ 락, 얼터너티브(Alternertive, 대안적인) 락이라는 음악적 장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전설적인 밴드 니르바나(Nirvana)와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펄 잼(Pearl Jam)이 REM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대표적인 그룹이다.

정형화한 락에 싫증느낀 이들의 돌파구...

▲ 데뷰 초기 REM의 공연 모습.
  그렇다고 REM의 노래들이 전부 사회적 메시지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애절한 사랑과 이별의 노래들도 있다. 어쿠어스틱 기타사운드에 멥버들과의 화음이 극치를 이룬 <Drive>와 감성적인 가락과 시적인 가사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Everybody hurts> 등이 REM의 서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Everybody hurts>는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를 추모하는 헌정 앨범 <Diana, Princess of Walse : Tribute>에 수록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추억>의 테마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REM은 ‘Rapid Eyes Movement’의 약자로 ‘빠른 안구 운동’이라는 의미의 의학용어다. 사람은 잠을 잘 때 얕고 깊은 수면을 반복하는데, 얕은 잠 속에서 꿈을 꾸고 꿈을 꿀 때 바로 ‘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난다. 그래서 REM은 사람들의 꿈을 노래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모든 분들, 그리고 군화발에 짓밟혀 모든 꿈이 박살난 채 신음하고 있는 버마의 친구들. 힘내세요.

REM이 부른 <Everybody hurts>
 
더딘 하루를 지나 밤이 와도
그 밤조차 당신 혼자 지새워야 할 때,
당신의 삶을 다 살아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때에도 견뎌야 해요
당신 자신을 놓아버리지 말아요
모두들 우는 걸요, 모두들 상처 받아요
때때로 말이죠

가끔은 모든게 틀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함께 노래를 부를 때에요
당신의 하루가 홀로 지새는 밤과 같을 때에도 (견뎌요, 견뎌내야 해요)
당신이 마냥 흘러가 버리는 듯 느껴질 때에도 (견뎌야 해요)
당신의 삶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질 때에도
그래도, 참아내야 한다구요

누구나 상처 받는 걸요 친구에게서 위안을 얻는 수 밖에요
누구나 상처를 받아요
잡은 손을 놓지 말아요 안 돼요, 절대 놓지 말아요
혼자라고 느껴질 때라도, 안 돼요, 안 돼요, 그러지 말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닌 걸요

당신의 삶을 혼자 감당해야만 하거나,
낮과 밤이 더디게 흐르고,
지켜내야할 삶의 무게들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질 때

생각해 봐요, 누구나 가끔은 상처받게 마련이죠
누구나 울음을 터뜨려요
모두들 상처를 받거든요 가끔은
모두들 상처를 받는다구요, 가끔씩은 말이에요
그러니, 참아내요, 견뎌요 놓지말아요, 꼭 붙들어요
견뎌내야 해요
(모두들 상처를 받아요 당신도 그 중 하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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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랍비 2009/08/20 [12:23] 수정 | 삭제
  • 1988년 앨범 Green의 Stand때부터 8번째 앨범중 Man On The Moon을 자주 들었었죠.
    모던락의 선두주자로 알려져있는데 말씀대로 가사가 와닿는게 많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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