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숲 풍광이 빗어낸 '에코 파라다이스'

[인도차이나반도 기행③] 하롱베이·땀꼭·계림 석회암구릉지대

정미경 | 기사입력 2008/02/04 [09:20]

섬숲 풍광이 빗어낸 '에코 파라다이스'

[인도차이나반도 기행③] 하롱베이·땀꼭·계림 석회암구릉지대

정미경 | 입력 : 2008/02/04 [09:20]
누가 에메랄드빛의 바다라고 했던가. 도대체 어느 누가 비취색의 고요한 수면이라고 했던가. 
 
▲ 해무에 가려진 바다위에 떠있는 섬들의 숲.     © 정미경

원시림으로 뒤덮인 크고 작은 수천 개의 기암괴석이 고개를 내밀어 만을 형성하고 있는 하롱베이를 세공을 거친 한갓 보석으로 비유한다는 것처럼 천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해무에 가려진 바다위에 떠있는 섬들의 숲. 몽환적인 안개가 바람에 밀려갈 때, 비로소 꿈결처럼 아른거리며 몽실 피어나는 풍광을 도무지 섬들의 숲이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습니다. 
 
▲ 크고 작은 수천 개의 기암괴석이 고개를 내밀어 만을 형성하고 있는 하롱베이.     © 정미경

번져가는 햇살 속으로 드러내는 환상의 실루엣은 차라리 신기루! 물속에 대칭적으로 자기 몸을 담그고 허공중에 떠있는 겹겹의 환상체이지요. 
 
▲ 바다의 그리움과 하늘의 기다림이 만들어낸 몽정의 흔적들.     © 정미경

바다의 그리움과 하늘의 기다림이 만들어낸 몽정의 흔적들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섞여버린 저 세상의 환영들!
 
농도가 제각기 다른 환영의 그림자들은 그렇게 두둥실 떠서 흘러갑니다. 모습과 빛깔을 미묘하게 바꾸어가는 환각의 섬숲들입니다. 
 
▲ 바다에 내려앉은 기묘한 무릉도원, 하롱베이.     © 정미경

하늘 속에 파묻혀있는 절묘한 선경, 바다에 내려앉은 기묘한 무릉도원, 일렁이는 물결에 흔들리며 몽상에 빠져, 저항하지도 못하고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조각꿈들입니다.

하롱베이에서 닌빈의 땀꼭으로, 그리고 계림까지 이어지는 석회암 구릉지대가 침강 또는 융기 하면서 남기고 드러낸 봉우리들이라고 하더군요.

▲ 하롱베이 섬숲의 석회암동굴.     ©정미경

외줄기 그리움이 휘감아 도는 닌빈 땀꼭의 섬숲과, 격한 파도마저 잠재우는 하룽베이의 섬숲은 그러므로 집착과 미련의 잔영입니다.
 
비바람에 깎이는 상처마저 무늬로 바꾸어내는 지독한 집념과 미련의 옹근진 사리라고 할 수 있지요.
 

▲ 외줄기 그리움이 휘감아 도는 닌빈의 섬숲.     © 정미경

 그 그리움을 무엇으로 막으랴! 목 뺀 그리움으로 겹겹이 몰려있는 이 집착을. 아무렴! 저 세상이 좋다 한들, 이승의 아옹다옹에 비길 수가 있을까.

논과 강을 배경으로 시야를 가로막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수중동굴들, 물위로 고개 내민 꽃, 정말이지 시나브로 평화가 감돌면서 흐르고 있습니다. 
 
▲ 논과 강을 배경으로 시야를 가로막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이 있는 닌빈의 땀꼭.     © 정미경

등 뒤의 섬숲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동공 속으로 밀려오는 섬숲은 시간을 멈추게 합니다.

따라서 이곳은 저승. 이승은 아득하게 잊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구분이 다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열정의 붉은 빛을 넘어선 잔잔한 그리움의 빛깔, 하늘과 바다와 강 그리고 별과 어울리는 에코 파라다이스입니다. 
 

▲ 닌빈 석회암 수중동굴속에서 바라본 숲.     © 정미경

제아무리 공을 들인 예술이라도 이 앞에서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서툰 장난에 불과 하지요. 그 흉악한 미제국주의 호전광들조차 공격을 꺼린 천상의 아름다움입니다.

안개가 짙게 드리운 섬숲,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가 한 그루의 야자수로 서있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파른 석회암 바위를 건너뛰는 짐승이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요동치는 역사의 격랑에서 멀리 비껴 선 한조각의 작은 배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정글 속에 파묻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뛰는 원숭이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드넓은 벌판의 한줄기 벼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 무위자연의 진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던 꿈꾸는 섬숲, 하롱베이.     © 정미경

▲ 기억 속에 숨겨두고픈 먼 훗날의 오늘, 닌빈의 땀꼭.     ©정미경

꿈속에서도 그렇고 생시에서조차 전쟁은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아요. 그저 그 풍광 속에 녹아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하나의 세포만 되어도 생의 의미는 하늘의 별처럼 빛날 것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풍광을 가리는 새벽안개도 좋고, 드리운 안개를 밀고 가는 바람 한줄기도 좋습니다. 그렇게 풍경이 되어 인간들을 바라보고 싶을 뿐입니다.

무위자연의 진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던 꿈꾸는 섬숲, 하롱베이와 닌빈의 땀꼭은 기억 속에 숨겨두고픈 먼 훗날의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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