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평화 일렁이는 캄보디아의 자궁

[인도차이나반도 기행⑤] 대륙속살로 스미는 메콩강·톤레삽호

정미경 | 기사입력 2008/02/11 [10:58]

물의 평화 일렁이는 캄보디아의 자궁

[인도차이나반도 기행⑤] 대륙속살로 스미는 메콩강·톤레삽호

정미경 | 입력 : 2008/02/11 [10:58]
강이라고 불러야 할지 호수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바다라고 불러야 할지 도무지 모를 신비스런 인도차이나의 진주!

동남아 최대 민물호수이자, 앙코르 문명의 모체로 되고 있는 톤레삽호는 그렇게 문명 없이도 자연과 어우러져 물풀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원생지입니다.
 
▲ 앙코르 문명의 모체인 톤레삽 호수.     © 정미경
 
가도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 그 너머에 틀림없이 있을 지평선, 황금빛의 마주 닿은 그곳으로 내려앉는 붉디붉은 석양.

한 떼의 새들이 몰려가고 있는 이곳은, 언제까지나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로 남아있을 것 같은 불의 전쟁 대신에, 고요한 물의 평화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캄보디아의 자궁입니다.
 
▲ 가도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 그 너머에 틀림없이 있을 지평선.     ©정미경

 
바다가 융기함으로써 주위는 높고 중앙이 낮은 접시 모양의 지형, 이곳에 메콩강의 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톤레삽호는 열대몬순기후가 만들어낸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체입니다.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우기와 건기에 맞춰 1년 단위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자체로 하나의 생물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지요.

▲ 고요한 물의 평화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캄보디아의 자궁, 톤레삽호.     © 정미경


우기에 녹토를 머금은 메콩강이 범람함으로써 생기는 어마어마한 물이 역류, 그것이  이곳으로 유입되면 말 그대로 ‘내륙의 바다’로 변해 버린다는 톤레삽호.

호수는 잉어나 메기, 담치, 청어는 말할 것도 없고 민물농어와 구라미 등, 수천 종의 어류들을 자기 안에 품는다고 합니다.
 
▲ 수천 종의 어류들을 자기 안에 품으며 세계 최대의 민물고기 어획량을 보여주는 톤레삽호.     ©정미경

 각양각색의 수생동물들과 물새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지사! 세계 최대의 민물고기 어획량을 보여준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또다시, 건기가 돌아와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숨죽여있던 광활한 충적평야가 드러나 끝도 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메콩 삼각주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출렁거리는 중앙의 호수, 주변의 늪지대 숲 그리고 가장자리의 광대한 초지가 형성된다고 하지요.
 
▲ 톤레삽호수의 수상촌.     ©정미경

늪지대 숲은 생산성에서 보나 다양성에서 보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생태적 낙원으로 바뀌어 집니다. 양서류를 비롯한 파충류 그리고 포유류, 여기에 전체를 구름처럼 뒤덮는 새떼들. 그 바깥으로는 인도차이나 최대의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이어집니다.

또다시 우기가 돌아오면 그동안 햇빛을 잘 받고 자란 수풀은 물에 잠겨 물고기들의 산란처가 되고, 그렇게 주기적으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함에 따라 호안선은 불었다 줄면서 생동감 넘치는 역동적인 삶의 중심원으로 호흡을 계속할 것입니다. 
 
▲ 톤레삽 호수 가장자리에는 인도차이나 최대의 광활하고도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이어집니다.     ©정미경
 
한편, 머무르는 호수를 양육하는 메콩강의 길고 긴 줄기. 티베트의 좁은 골짜기들을 굽치고 중국 윈난성의 고지대를 가로질러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두루두루 거치고 결국에는 남지나해로 흘러드는 메콩강은 말 그대로 인도차이나의 생명줄입니다.

계절에 따른 유량의 변화가 심하고, 급류와 폭포가 많아 아시아 최후의 미개척지로 되고 있다는 원생의 강이지요.

철분과 황토가 섞인 황톳물 위로 빨간 해가 떠오를 때 코끼리와 들소, 표범이 인사를 하면 악어와 전갈은 모른 척, 우거진 원시림은 강과 함께 대륙을 휘어 감으며 숨을 불어넣습니다. 
 
▲ 소리없이 흘러가는 애환의 강, 메콩강과 원시림.     © 정미경


 녹빛의 콰이어강을 합류시켜 유유하게 뒤척이는 이 강이 있어 물소 떼는 자기의 생을 만끽하고, 들판의 푸른 벼는 덕분에 바람과 함께 춤을 춥니다.

강물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농경지나 열대 과일밭으로 되고 있는 이 섬은 태고로 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삶을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 강물에 떠 있는 작은 섬은 태고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삶을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 정미경

강 따라 부침을 거듭했던 뭇 민족들의 흥망성쇠가 스쳐 지나간 아픈 곡절의 사연조차 아련한 기억으로 간직하면서 말이지요. 말라리아가 그들을 보란 듯이 지켜줍니다.

민족해방 전사들의 붉은 피를 서럽게 배웅하며 흘려보내야만 했으며, 침략자의 주검 앞에 속절없이 울어주던 애환의 강은 그것마저 전설로서 가슴에 묻고, 짐짓 모른 채 소리 없이 흘러만 갑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뱃머리에 달빛 부서질 때, 강은 밀림 속으로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전해주며 질투에 몸 달아 뒤척입니다. 
 

▲ 굽치며 유장하게 흐르는 메콩강.     © 정미경

 
왕족들의 호화로운 삶도, 무지렁이들의 척박한 삶도 강 앞에서는 다만 부질없는 장난. 그러므로 원숭이들이 비웃습니다.

그래도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민물가오리와 자이언트메기가 휘저어놓는 메콩 강의 모순은, 그렇게 뿌리를 적시면서 출렁거립니다.
 
▲ 메콩강의 떠다니는 부레옥잠.     © 정미경

 수변의 삶, 떠다니는 아픈 삶도 그래서 아프지가 않습니다. 머무는 가 했더니, 또다시 흘러가야만 하는 부평초의 삶은 때문에 인간사회의 ‘부레옥잠’입니다.

굽치며 유장하게 흐르는 메콩강, 넘실대는 호수의 기다림은 그렇게 하여 드넓은 하류에 푸르름을 뿌립니다. 
 
▲ 메콩강의 춤추는 평화는 자연의 본래 모습입니다.     © 정미경
너울거리는 햇살, 알갱이와 맞잡은 초록빛 벌판의 춤추는 평화는 메콩강과 톤레삽 호수가 일구어낸 자연의 본래 모습입니다.

그 위를 날고 있는 자유는 나눠줌으로써 커가는 진화의 정점에 선 우리들의 미래입니다. 강과 호수는 결단코 경계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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